[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6) 이 세상은 전부 파동이다 - 물질파

조송현 기자 승인 2022.06.19 11:20 | 최종 수정 2022.06.20 14:27 의견 0
220607(화) 양자론오딧세이(6) 이 세상이 전부 파동이라고? 드브로이의 물질파
https://bit.ly/3Q1VXS7220607(화) 양자론오딧세이(6) 이 세상이 전부 파동이라고? 드브로이의 물질파

 

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인사)

Q1. 자..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
함께 돌아보고 있습니다. 
양자론 오디세이! 

지난 시간에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을 다뤘는데요. 
빛 알갱이 하나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해 
간섭을 일으킨다..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오늘은 이와 반대로 
입자가 파동성을 갖는다.. 
물질파 이야기를 
준비하셨다구요?


> 그렇습니다. 물질파는 
이런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파동인 빛이 입자성을 갖는다면 
입자인 전자가 파동성을 갖지 않을까?”
빛의 입자-파동 이중성을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 외견상의 상호모순은 
원자물리학의 본질적인 속성이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입자인 빛이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면 
전자와 같은 다른 입자들도 
파동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묘한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Q2. 기묘하긴 한데..
빛도 이중성을 가지니까요. 
충분히 가능한 발상인 듯 합니다.
그래도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누군가가 있겠죠?
어떤 사람인가요? 

 

네. 물질파 하면 노벨상 수상자인 
‘드 브로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 발상의 원조는 
그의 형 모리스 드 브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리스 드 브로이도 꽤 유명한 물리학자였는데요, 
1911년 제1차 솔베이회의(과학 컨퍼런스)에 참가해 
빛이 입자이며, 특히 X선 같은 진동수가 높은 강한 빛은 
더욱 강한 입자성을 띠더라는 실험 사실들을 
동생에게 얘기해줬다고 합니다. 
이를 들은 동생 루이 드 브로이는 
“파동인 빛이 입자성을 갖는다면 
입자인 전자가 파동성을 갖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라며 
이를 수학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즉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을 
물질의 기본입자인 전자에까지 
확대하는 획기적인 발상을 시도한 것이죠.


Q3. 어찌보면 아주 간단한 발상의 전환일 뿐인데,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걸 생각해내지 못 했어요. 
드 브로이의 형도 마찬가지구요. 

- 그러게요. 당시 빛이 입자라는 
실험사실은 물리학자들에게 큰 충격이었고, 
‘전자가 파동일 거라는 발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가 봅니다. 
전문가일수록 고정관념에 갇히기 쉽거든요. 
그런데 드 브로이는 
역사학과 출신이라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는 역사를 공부하고 난 뒤 
뒤늦게 물리학과를 공부하던 중이었거든요. 


Q4. 이래서 통섭, 융합.. 
강조를 하나 봅니다. 
자.. 역사학도 출신의 물리학자
드 브로이의 물질파 가설.. 
내용을 좀 들여다볼까요? 


> 네. 앞서도 짧게 말씀드렸지만
전자를 비롯한 모든 물질이 파동을 갖는다는 게 
‘물질파 가설’인데요, 
아인슈타인이 광양자 가설을 통해 제시한
광양자의 운동량과 파장의 관계식을 
전자에 적용하여 
전자의 파장을 구한 뒤 다른 물질의 파장도 
이 식으로부터 구한 겁니다. 
그리고 이 파동에 ‘물질파(matter wave)’라는 
이름을 붙였죠. 

조금 어렵지만
드 브로이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의 에너지-질량 등가 공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E=mc² 공식에 따라 질량과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사실과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가설,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에서 
파동의 진동수와 에너지 사이의 관계식을 결합하면 
질량이 파동적 성질을 갖고 있다는 
새로운 결론이 도출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당시 핫한 이론인 플랑크 양자가설,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등가식 
E=mc²을 조합해서
물질파 가설을 만들어낸 겁니다. 
이게 1924년의 일인데 드 브로이는 
5년 후 192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Q5. 네. 플랑크의 양자가설이 
아인슈타인 광양자 가설의 토대가 되고.. 
아인슈타인의 성취가 
또 물질파 가설의 기반이 되고.. 
과학적 발견, 성취라는 게..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로군요. 
한걸음 한걸음 
아주 착실하게 스텝을 밟아서
여기까지 왔어요. 
자.. 그런데 물질파라는 건.. 
빛의 이중성보다 
조금 더 난해한 것 같아요. 
전자를 비롯한 물질이 
다 파장을 갖는다고 하셨는데..

우리 몸도 물질로 구성돼 있지 않습니까?
인간도 파동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가요? 

> 엄밀히 말하면 사람도 파장을 갖습니다. 
그런데 파장이 아주 짧아요. 
물질파 파장은 질량이 작고, 
속도가 클수록 파장이 길어집니다. 

어쨌든 사람을 비롯해서 
나무, 별, 달.. 
존재하는 모든 것이 
파동이다.. 
이렇게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Q6. 흥미롭군요. 
하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질파 가설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빛의 이중성보다 
더 센세이셔널 했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우선 아인슈타인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드 브로이의 지도교수이자 
아인슈타인의 친구인 폴 랑주뱅은 
아인슈타인에게 드 브로이의 물질파 논문을 보냈습니다. 
아슈타인은 이를 읽고 친구인 막스 보른에게 전해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읽어보게. 정신 나간 소리 같겠지만 
절대적으로 견고한 이론이네.” 

아인슈타인은 이어 랑주뱅에게는 
“드 브로이가 거대한 베일의 한 자락을 걷어냈네”
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드 브로이의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자신이 창안한 상대성이론과 
광양자 가설로부터 자연스럽게 유도된 결과였으니까요.


Q7. 자.. 이 아이디어로 드 브로이..
노벨상까지 받게 되는데..
노벨 물리학상, 
실험으로 검증된 영역에 대해서만
시상을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이게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는 얘기겠죠?
전자의 파동성 
실제로 어떻게 확인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 여기에도 빛 알갱이의 간섭현상을 확인했던 
이중슬릿 실험이 등장합니다. 
미국의 데이비슨(Clinton Davisson)과 거머(Lester Germer)는 
이중 슬릿이 뚫린 니켈 금속판에 전자빔을 쪼이는 실험으로 
드 브로이 물질파를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의 실험은 지난 시간에 설명했던
이중슬릿 실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이중슬릿이 뚫린 판을 
니켈로 만들었다는 것과, 
빛 대신 전자빔을 사용했다는 것뿐입니다. 

슬릿을 향해 발사된 수많은 전자 중 운 좋게 슬릿을 통과한 전자는 
그 뒤에 놓여 있는 인광성 스크린에 도달하여 
조그만 점들을 흔적으로 남겼습니다. 
그 흔적들은 놀랍게도 간섭무늬였습니다. 
드 브로이의 가설을 입증하는,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마치 물결의 마루와 마루, 
혹은 골과 골이 서로 겹쳐서 상쇄되듯이, 
그들의 스크린에는 전자가 전혀 도달하지 않은 
검은 영역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Q8. 지난 시간에도 짚었지만.. 
입자를 여러개 쏘아보내면
무늬가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에도 
하나씩 보내보면 어떨까요?

> 물론 물 분자처럼 입자가 모여 
간섭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위해 
그렇게 10초에 하나씩 보내는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발사되는 전자의 양을 급격히 줄여서 
10초에 한 개씩 내보내는 경우에도 
스크린에는 여전히 간섭무늬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개개의 전자도 광자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과 간섭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입자가 파동성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비슨과 거머의 실험 이후 중성자, 
원자의 간섭실험 등 유사한 실험들이 속속 성공하면서 
결국 물리학자들은 모든 물질(입자)이 파동성을 갖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가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09. 아까 우리 사람은 
파장이 너무 짧다고 하셨는데, 
물질을 이루는 입자가 
간섭현상을 일으키는 환경, 
조건 같은 게 있을까요?

>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거시와 미시세계, 즉 거시와 양자세계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간섭현상을 일으키는 정도를 본다면 
현재 전자의 100만 배 이상인 분자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직접적인 실험이 있었는데요, 
1985년 스위스 출신의 실험물리학자로 
빈 대학실험물리연구소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 교수팀은 
풀러렌(Fulleren, 일명 축구공 분자) 분자의 간섭실험에 성공했습니다. 
가장 간단한 풀러렌 분자는 탄소 원자 60개가 
5각형과 6각형 모양으로 결합돼 흡사 축구공 모양입니다. 
이것의 질량은 전자의 100만 배가량입니다. 
앞으로 실험기술이 발달하면 
이보다 더 큰 분자의 간섭현상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자의 파동성과 간섭현상은 
전자처럼 기본 입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 전자의 파동성 입증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물질파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데이비슨은 이 실험의 결과로 
1937년 영국의 G. P. 톰슨(George paget Thomson)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톰슨도 얇은 금박에 전자빔을 쏘아 간섭무늬를 확인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전자를 발견해 
1906년 노벨상을 수상한 
J. J. 톰슨(Joseph John Thomson)의 아들입니다.

부자가 노벨상을 받는 것도 드문 데다 
아버지는 입자인 전자를 발견한 공로로, 
아들은 그 입자가 파동임을 확인한 공로로 
각각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면서 과학사 중에 극히 흥미로운 일로 꼽힙니다.


10. 네. 과학의 진보.. 
이렇게 선구자들이 
닦아 놓은 토대 위에  
새로운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결과물이라는 거.. 
이 일화에서도 다시한번 
확인을 하게 되네요. 

자.. 그렇게 쌓아올린
현대과학의 금자탑.. 
양자론.. 

우리도 서두르지 않고 
한발자국씩 계속 
따라가 보도록 하죠. 

다음주도 
흥미로운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과학스토리텔러 조송현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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