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인사이드】상대론 오디세이 (3) 빛과 헤르메스의 달리기 경주

조송현 기자 승인 2022.12.12 11:14 | 최종 수정 2023.01.11 09:30 의견 0
상대론 오디세이 (3) 빛과 헤르메스의 달리기 경주

자.. 계속해서 
과학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01 자.. 
이 시간에는
가장 유명하고
그만큼 흥미롭지만
정작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죠?
현대과학의 아이콘,  
상대성이론의 기초를 
함께 닦아봅니다. 
상대론 오디세이..
닻을 올렸는데..
지난 시간까지는
오리엔테이션에 가까웠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이 됩니다. 

오늘의 주제..
<빛과 헤르메스의 달리기 경주>
라는 흥미로운 제목인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전령 아닙니까? 
날개달린 신발을 신은..
그만큼 빨랐다는 얘기겠죠? 


> 그렇습니다. 헤르메스.. 
올림포스의 12신 중 가장 빠른 신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존재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죠. 
헤르메스와 빛의 대결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부산역 2층 대합실 앞에 무빙워크가 있습니다. 
무빙워크에 올라서면 
가만히 있어도 걷는 속력 정도로 나아가게 되죠. 
자, 문제. 
무빙워크의 속력이 초속 1m라고 할 때 
무빙워크 위에서 초속 1m 속력으로 걸어가는 
사람 A의 속력은 얼마일까요? 

(무빙워크를 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 B가 볼 때)


02 글쎄요. 무빙워크를 타지않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이 
무빙워크 위에서 걷는 사람을
마주보고 있다..
두 사람.. 초속 2m 속력으로
가까워지는 거 아닌가요?
1 더하기 1.. 이게 가장 상식적인데..
아닌가요? 

-> 바로 맞추셨습니다. 정답이예요. 
그런데 만약 무빙워크를 타지 않은 사람 B가 
A와 같은 방향으로 초속 2m의 속력으로 달린다..
이러면 어떨까요? 
B가 A를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요? 


03 서로 나란히 달리는 거니까
눈길을 주고 받을 수 있겠죠?  
같은 속력으로 달리는 것처럼 말이죠. 

-> 잘 맞추셨어요. 역시 정답입니다. 
이건 일상에서 가끔 경험하는 일들이죠. 
버스정류장에서 옆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면 
자신이 탄 버스는 마치 뒤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죠. 
이런 게 속력의 상대성인데, 
좀 어려운 말로
‘속력합산 정리’라고 합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혁명적 천재 아인슈타인을 낳은 상상, 
'빛과 함께 달리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
이게 오늘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빛의 속력은 초속 30만km입니다.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존재가 
현실 속에는 없죠. 
그래서 신의 이름을 빌려온 겁니다. 
빛만큼 빠른 존재
헤르메스와 빛이 함께 달리면
빛은 과연 어떻게 보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04 무빙워크 달리기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빛과 같은 속력으로 나란히 달리면
헤르메스가 느끼는 빛의 속력은 제로..
빛이 멈춘 것처럼 보이겠죠. 
빛이 어떻게 생겼는지
헤르메스는 본 걸까요? 

> 아쉽지만 여기서부터는
얘기가 좀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간단한 거라면
아인슈타인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죠. 
속력 합산의 정리가 
빛에도 들어맞았다면
특수상대성이론은 탄생하지 않았고, 
탄생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시 절대법칙으로 통했던 고전물리학의 속력합산 정리가 
빛에는 적용되지 않으면서 
물리학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고민을 담아서
제가 나름대로 고안한 것이 
'빛과 헤르메스의 달리기 경주'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제가 질문을 
좀 많이 합니다만...

05 글쎄요, 헤르메스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제 상식선에서는
빛보다 빠른 존재가 없거든요. 
적어도 헤르메스가 이기지는 못했을 거다..
이 정도로 답변을 드려봅니다. 

> 훌륭합니다. 상대성이론의 기본 지식을 갖고 계시군요.
그런데 1905년 이전에는 '빛보다 빠른 게 있다, 혹은 없다'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상대성이론이 나온 후 비로소
'질량을 가진 물체는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절대명제가 알려진 거죠. 
이 경주는 올림포스산 – 태양 코스로 
1903년에 열렸는데, 
심판은 아인슈타인이었고요, 
관중도 많았어요. 
특히 당시 사람들은 헤르메스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관중들은 헤르메스가 
이길 거라고 잔뜩 기대를 했답니다. 

06 상상이긴 하지만, 스펙타클한데요?
관중들 입장에서는
절대 강자인
빛과 대결하는 헤르메스를
더 많이 응원했을테지만..
이변은 없었겠죠? 

> 네. 일단 아인슈타인이 보기에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되었어요. 
헤르메스의 속력은 초속 29만9999km로 빛에 비해 단지 
초속 1km가량 떨어지는 속력이었죠. 
그래서 경기 후 풀이 죽은 헤르메스에게 다가가 
“졌지만 잘 했어, 초속 29만9999km 끊었어.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다음에는 이길 수 있을 거야.”라며 
등을 두드려주었죠. 
그러자 헤르메스가 오히려 화를 내며 말했죠. 
“위로하는 척 하며 나를 속이려 들지 마라. 
초속 1km 차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아무리 달려도 빛은 내가 가만히 있을 때처럼 
끝까지 초속 30만km로 앞서 달려갔어.”

07 빛에 근접한 속도로 달리는데..
마치 제자리에 멈춰선 것처럼.. 
빛은 아득희 멀어져만 갔다?
이게 무슨 얘긴가요? 

> 네. 앞서 예를 든 부산역 무빙워크로 
무대를 옮겨볼게요. 
무빙워크에 탄 A(초속 1m)를 빛이라고 가정하면, 
무빙워크 바깥 보도에 서 있는 B가 보기에 
A는 초속 1m로 나아가고, 
B가 따라잡으려고 달려가도 여전히 A는 
초속 1m 속력으로 나아간다는 거죠. 


08 현실에 대입하니 
더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그러니까 상대속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아무리 애를 써도 좁힐 수 없는 차이..
헤르메스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했겠습니다. 
그런데 왜 헤르메스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 걸까요?
아인슈타인의 설명이 궁금합니다. 

> 아인슈타인도 ‘빛과 함께 달리기’를 상상을 하면서 
처음엔 빛이 정지한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대학에 들어가 맥스웰의 전자기학을 배우고 난 뒤 
생각이 달라졌어요. 
맥스웰 방정식의 풀이 가운데 
‘정지한 파동’이란 존재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죠. 
거기에는 전자기파(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의 속력이 
일정한 상수(C, 약 초속 30만km)로 표기돼 있었는데, 
그것의 기준이 없어요. 
원래 속력이란 건 ‘단위 시간당 이동한 거리’로 정의되니까 
관측자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거든요.

09 그러니까 헤르메스를 포함한
세상 모든 만물이 
고전물리학의 속력합산 정리에  
묶여 있는데..
빛만큼은 여기서 예외다. 

관중석의 관중들에게나 
심판에게나
또 달리는 헤르메스에게나
빛의 속력은 초속 30만km로 
절대적으로 동일하다.. 
이 말씀이죠?

-> 그렇습니다. 
1865년 맥스웰 방정식이 나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전자기파의 속력 C’의 의미를 주목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아인슈타인이 
그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고 간파했어요. 
그래서 16세 때 가진 
‘빛과 함께 달리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
라는 상상이 2년 후 
[‘빛의 속력은 일정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새로운 화두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새로운 화두를 깨치고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의 문 앞에 
다다르게 됩니다.  


10 네. 우주 만물 가운데 
도대체 왜 빛만 이렇게 예외적으로 
절대적인 속력을 갖는건지..
궁금증이 더 깊어지는데..
더 들어가면 어지러워질 것 같고..
오늘은 
'어떤 순간에도 누가 관측을 해도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km, 불변이다'
이것만 확실히 기억을 
좀 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얘기나누면서 
'상대'와 '절대'라는 표현이
몇차례 
의미심장하게 등장했는데..
이 단서들이 
어떻게 상대성 이론과 
연결이 되는지.. 
다음시간에 
계속해서 따라가보도록 하죠. 

자 오늘은 여기까지할까요? 
지금까지 과학스토리텔러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pinepines@injurytime.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