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인사이드】상대론 오디세이 (9) E = mc²를 탄생시킨 발상은 무엇이었을까?

조송현 기자 승인 2023.01.13 16:51 | 최종 수정 2023.01.17 12:28 의견 0

Q1. 지난시간엔 특수상대성이론에 관련된 유명한 역설인 ‘쌍둥이 역설’을 소개해주셨는데요, 그 내용과 결론을 다시 한 번 요약해주시죠.

-> 특수상대성이론의 놀라운 효과 중 하나가 시간지연 효과인데요, 정지한 나에 대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너가 있다면, 나는 너에 대해 ‘너는 나보다 젊어지겠다’고 여긴다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정확히 반대로 너도 나에 대해 ‘너는 나보다 젊어지겠다’고 여긴다는 겁니다. 이것은 ‘시간지연’ 효과가 상대성을 갖는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사고실험이 바로 ‘쌍둥이 역설’입니다.

Q2. 폴 랑주뱅이 1911년 제기한 ‘쌍둥이 역설’ 내용은 ‘쌍둥이 동생은 지구에 남고, 형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한 뒤 돌아왔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젊어보일까’로 되어 있는데, 형과 동생이 서로 상대방이 젊어지겠다고 생각할 텐데, 막상 우주여행 뒤 다시 만났을 때 누군가 한쪽이 더 젊어져 있으면, 특수상대성이론은 오류라는 게 판명되는 것이겠죠? 근데, 영화 인터스텔라에 보듯이 우주여행한 쪽이 정말로 젊어지는 거 아닌가요?

->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면, 특수상대성이론은 가속이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특수한’ 환경의 관성계에 적용되는 이론이며, 이러한 특수한 환경을 가진 두 관성계의 시간지연 효과는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저쪽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겠구나’고 생각하는 상대적인 효과입니다. 그런데, 쌍둥이 역설에서 ‘우주 여행’은 가속운동이기 때문에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를 벗어났습니다. 물론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우주여행 중이거나 중력이 큰 행성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갑니다. 쌍둥이 역설에서처럼 실제 쌍둥이 형이 우주여행을 한 뒤 돌아오면 지구에 남은 쌍둥이 동생보다 젊어보일 겁니다. 이건 1915년에 나온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치 그대로인데 이는 오늘날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런데 쌍둥이 역설이 제기된 1911년엔 아직 일반상대성이론을 몰랐던 때입니다. 결론적으로 1911년 당시에 쌍둥이 역설을 해석한다면, 이건 특수한 환경을 전제한 특수상대성이론의 범위를 벗어난 문제이고, 두 쌍둥이 중 누가 젊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하고 처리할 수 있겠습니다. 쌍둥이 역설은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역설이 되겠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입니다.

Q3. 쌍둥이 역설은 시간지연 효과에 관한 내용인데,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후에는 역설이 아니라 상식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쯤 이해하고, 오늘의 주제로 넘어갈까요? 그 유명한 공식,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다고도 하죠, E = mc²이네요.

->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라는 책 아시죠? 서문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편집장이 수식 하나에 판매부수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며 물리공식은 절대 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고 쓴 게 바로 E = mc²입니다. ‘에너지 질량 등가공식’이라는 이 수식은 아름답고도, 놀랍고 한편으론 무시무시하죠.

Q4. 자, 이제부터 아름답고 놀랍고 무시무시한 공식 E = mc²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텐데요, 오늘 주제를 ‘E = mc²을 탄생시킨 발상은 무엇일까?’라고 하셨네요.

-> 예, 오늘 주제로 단순히 E = mc²이라고 하지 않고 그 발상에 방점을 찍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려운 물리를 역사와 인물을 연계시켜 하나의 스토리로 이해하려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금까지 상대론 여행을 하면서 그 창안자인 아인슈타인에 빙의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5. 그렇다면 E=mc²를 역사와 아인슈타인을 연계해 이해하는 시간이 되겠네요. 먼저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해주시죠.

-> E=mc²는 기적의 해인 1905년의 4편 논문 중 맨 나중에(11월) 발표된 것이고요, 불과 3쪽짜리 짤막한 논문입니다. 이건 독립적인 논문이라기보다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인 ‘움직이는 전기역학에 관하여’의 부속논문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 논문의 정식 이름은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이고요.

Q6. ‘에너지는 질량과 같다’는 혁명적인 내용을 담은 논문인데, 3쪽짜리라니, 놀라운데요, 특수상대성이론의 부속논문이라는 사실도 저는 처음 듣습니다.

-> 이건 아인슈타인이 직접 밝힌 내용인데요, 친구 하비히트(올림피아아카데미 회원)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번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와 연관된 중요한 결론이 하나 떠올랐다네. 맥스웰 방정식과 상대성 원리를 연관 지어 생각해볼 때 물체에 내재한 에너지의 양이 곧 질량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네. 결국 빛이 질량을 실어 나른다는 말이지. 라듐의 경우 (빛을 방출하고 나면) 현저한 질량 감소가 관찰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긴 하지만, 혹시 신이 비웃으며 나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Q7. “맥스웰 방정식과 상대성 원리를 연관 지어 생각해볼 때 물체에 내재한 에너지의 양이 곧 질량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네.” 이게 바로 그 발상이겠네요.

-> 맞습니다. 전자기이론과 상대성 원리를 융합시키는 과정에서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왔고 그 핵심 효과로 시간지연, 질량 증가, 길이 수축 등을 확인했잖아요.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자기이론을 특수상대성이론과 결합시켜 물체의 운동에너지를 계산해봤습니다. 즉 아인슈타인은 시간, 공간, 질량에 이어 에너지의 개념을 새롭게 탐색한 것이지요. 계산해봤더니 물체가 빛(에너지)을 방출하면 질량이 줄어드는 결과나 나타났어요. 놀라운 결론을 감지한 거죠.

Q8.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 논문 제목이 의문형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뜻인가요?

-> 좀 특이하죠? 결론이 유보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질량과 에너지는 시간과 공간처럼 완전 독립적인 물리개념이었는데, 두 개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던 거죠. 물체의 관성이라는 말은 물체의 질량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에너지는 곧 질량이라고 단정하고 E=mc² 공식을 제시한 건 아닙니다. 1905년 논문에서는 ‘어떤 물체가 빛 형태로 에너지 L을 방출한다면 그 질량은 L/V²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 논문에서는 ‘어떤 종류의 에너지도 질량을 가진다’고만 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 즉, 어떤 종류의 질량도 에너지를 갖는다는 데 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죠. 에너지가 질량이고, 그 반대로 질량이 곧 에너지라는 놀랄 만한 인식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인슈타인한테도 2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에너지 질량 등가공식 E=mc²는 2년 후인 1907년 발표되었습니다.

Q8. 시간, 공간에 이어 질량과 에너지 개념의 혁명까지 일으켰네요. 위의 편지에서 라듐의 경우를 언급했는데, 라듐 하면 마리 퀴리 아닌가요.

-> 맞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마리 퀴리의 라듐 실험을 주목했다고 해요. 방사능 물질인 라듐이 빛(방사선)을 낸 뒤 질량이 줄어든 사실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거죠. 남들은 다 그려러니 했는데 말이죠. 이론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이 혁명을 일으킨 데는 중요한 실험사실들을 눈여겨보는 안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론적 사실에 실험사실을 확인하고 질량 – 에너지 등가를 확신한 것이죠.

Q9. 아 그러고 보니 에너지가 질량을 갖는다는 말하고 질량이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 하고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질량이 에너지를 가지면 자그마한 물체도 엄청난 에너지를 갖는다는 뜻과 직결되니까요. 지금 우리는 원자폭탄의 위력을 알고 있지만요.

-> 아인슈타인이 그 공식을 제시할 때는 원폭의 위력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해요. 나중에 1938년 독일의 화학자 오토 한과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가 우라늄 우라늄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쪼이면 원자핵분열(fission)이 일어나고,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실제로 확인했지요.

Q10.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식 E=mc²의 의미를 정리해주시죠.

-> 예전에는 질량 따로 에너지 따로 라고 여겨졌는데, 이 우주의 물질이 에너지고 에너지가 곧 물질이라는 새로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 것이죠. 빛이 물질을 만들기도 하고, 물질이 빛을 남기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죠. 반야심경에 나오는 공즉시색, 색즉시공. 비슷하게 해석되죠. 우주 탄생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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