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론 오디세이 8 - 쌍둥이 역설(twin paradox)

조송현 기자 승인 2023.01.13 16:23 | 최종 수정 2023.01.15 12:02 의견 0

Q1. 지난시간에는 특수상대성이론의 수학적 핵심인 ‘로렌츠 변환식’을 소개해주셨고요, 여기에는 특수상대성이론의 놀라운 결론들, 이를테면 시간 지연, 길이 수축, 질량 증가 효과와 ‘광속보다 더 빠를 수 없다’ 등의 내용들이 숨겨져 있었고요. 오늘은 어떤 내용을 들려주시겠습니까?

-> 그동안 특수상대성이론의 창안 과정을 살펴봤으니 이제부터 그 내용을 들여다보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요, 그 첫 번째로 ‘시간 지연’ 효과와 이와 관련된 ‘쌍둥이 역설’을 소개하려 합니다.

Q2. 상대성이론 하면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이야기인데요, 우선 이게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 수식으로 말고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저번에 아인슈타인의 ‘시계탑과 빛의 속도로 멀어지는 베른의 전차’ 상상을 기억하시죠? 시계탑의 시계바늘을 비춘 빛이 전차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전차를 탄 아인슈타인의 눈에는 시계 바늘이 정지한 것처럼 보일 것이고, 그래서 시계탑 쪽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것. 이게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며 새로운 시간 개념을 깨달았을 때 가진 상상, 혹은 첫 통찰이었고요. 이를 이해시키기 위한 사고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광시계’ 사고실험입니다.

Q3. 사고실험은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인슈타인이 보어와의 논쟁에서도 많이 제기하던데요, ‘광시계’ 사고실험, 어떤 내용인가요?

-> 사고실험의 장점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실험장치나 환경을 갖출 수 있다는 겁니다. 자, ‘광시계 사고실험’ 실험실은 이렇습니다. 투명한 유리로 된 긴 열차 모양의 우주선 A, B가 있습니다. 두 우주선의 객실 천장 높이는 빛이 0.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15만km이며, 바닥의 광시계에서 발사된 빛은 유리로 된 천장에서 반사되어 바닥으로 내려옵니다. 빛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한 번 왕복하면 1초를 가리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서로 상대운동 하는 우주선 A, B의 우주인들은 각각 자신들의 광시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Q3. 서로 상대운동 하면 자신은 정지하고 상대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우주선 A, B의 우주인들은 모두 자신들의 시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죠?

-> 맞습니다. 우주인들이 상대 우주선의 실험을 볼 때입니다. 투명한 유리로 가정한 것은 서로의 실험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v의 속도로 상대운동 하는 우주선 B의 우주인들은 A 안의 광시계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B 우주선의 빛이 바닥 b₁에서 수직으로 b₂까지 왕복해 광시계가 1초를 가리킬 때 A의 바닥 a₁에서 출발한 빛은 1초가 되도록 바닥 a₂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Q4. 저는 지금 광시계 사고실험 그림을 보고 있는데요, B 우주선에서는 빛이 수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B 우주인들이 A 우주선의 실험을 볼 때는 빛이 수직이 아니라 우주선 진행방향의 사선으로 올라갔다가 사선으로 내려오네요. 그러니까 빛이 올라갔다가 내려온 거리가 좀 더 길어요.

-> 그렇습니다. B 우주인들이 보면 B 우주선의 광시계 빛은 수직으로 바닥과 천장을 왕복하는 데 비해 A 우주선의 광시계 빛은 사선으로 왕복합니다. B 우주선은 정지해 있고, A 우주선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상대성 원리에 따라 양쪽의 빛 속도는 일정하니까, 좀 먼 거리를 달리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죠? 그러니까 A 우주선의 빛이 바닥에서 출발해 천장을 찍고 다시 바닥으로 도달했을 때는 B 우주선의 광시계의 바늘은 이미 1초를 조금 지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B의 우주인들은 우주선 A에서는 시간이 다소 느리게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똑 같은 이치로, 상대성 원리에 따라 A 우주인들이 B 우주선의 광시계 실험을 보면, B 우주선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지연 개념도. 우주선 B의 우주인이 볼 때 A 우주선 바닥에서 발사된 빛은 사선으로 천장에 갔다가 사선으로 바닥까지 내려온다. B 우주선에서 빛이 b₁에서 b₂까지 왕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인데 반해 A우주선의 빛이 a₁에서 출발해 a₂에 도달하는 걸린 시간은 1초보다 분명히 길 것이라고 여긴다. 빛의 속도는 일정한데 거리가 늘어났으므로.

Q5. 상대속도가 커지면 광시계 빛의 왕복거리가 더 길어지니까 왕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러니까 시간은 더 느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맞습니까?

-> 훌륭합니다. 맞습니다. 그 계산은 피타고라스정리, a² = b² + c² 으로 간단히 계산할 수 있는데, 그 값은 로렌츠 변환식에 나타나는 √1-(v/c)²을 나눈 값, 로렌츠 팩터 감마(γ)를 곱한 값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Q6. 그런데 정말 이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어떻게 양쪽에서 서로 상대방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고 여기는 거냐는 겁니다. 한쪽이 늦으면 다른 한쪽은 빨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서로가 자기 우주선의 시계는 정상 작동하고 상대 우주선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면, ‘시간 지연’ 효과라는 게 실제로 발생하는지 의문이 드는데요?

> 당연한 의문입니다. 당시 물리학자들도 그런 생각을 가졌으니까요.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쌍둥이 역설, twin paradox’입니다.

Q7. 드디어 쌍둥이 역설이 등장하는 군요? 누가 언제 제기했는지 궁금합니다.

- > 쌍둥이 역설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폴 랑주뱅(Paul Langevin)입니다. 1911년 브뤼셀에서 열린 제1차 솔베이회의에서 이를 제기해 특수상대성이론을 공격했습니다. 참고로 폴 랑주뱅은 마리 퀴리 남편 피에르 퀴리의 수제자였는데, 1911년 당시 마리 퀴리와 내연관계였습니다.

Q8. 와, 여기도 비사가 등장하는 군요, 다음에 더 자세하게 듣기로 하고요, 폴 랑주뱅이 제기한 쌍둥이 역설은 어떤 내용인가요? 이것도 사고실험인가요?

-> 맞습니다. 랑주뱅이 제기한 쌍둥이 역설 사고실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쌍둥이가 있다. 어느 날 쌍둥이 형이 우주선을 타고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여행을 떠난다. 지구에 남은 쌍둥이 동생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형이 탄 우주선에서는 시간이 지구보다 느리게 흐를 것이므로 나중에 돌아온 형은 아직 청춘인데 반해 동생인 나는 백발이 돼 있을 수 있다고. 그런데 형은 자신의 우주선이 정지해 있고 지구가 고속으로 날아가므로 지구 위의 동생이 훨씬 나이를 적게 먹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형이 지구에 돌아왔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젊어 보일까?

‘쌍둥이 역설’ 사고실험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서로 상대 운동한 쌍둥이 형과 동생은 나이가 똑같아야 합니다. 만약 어느 한쪽이 더 젊거나 늙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오류라는 증거가 되겠죠.

- > 자,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Q9. 앞에서 배운 광시계 사고실험의 예를 보면 서로 상대방의 시계가 느려진다고 했지, 어느 한쪽이 실제로 느린지는 알 수 없는 것 같은데요. 운동의 상대성, 상대성 원리에 따라서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영화 등을 통해 우주여행을 한 쪽이 젊어진다고 하던데, 어느 쪽이 맞는지 확실히 해주시죠.

- > 자, 주문대로 결론을 확실히 내리겠습니다. 지구에 남은 동생보다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형이 젊어집니다. 그러면 특수상대성이론이 오류냐? 그건 아닙니다.

Q10. 랑주뱅이 제기한 쌍둥이 역설에서는 어느 한쪽이 젊어지면 특수상대성이론이 오류로 판명난다고 했잖습니까?

-> 맞습니다. ‘쌍둥이 역설’과 관련해 잊지 말아야 있습니다. 이걸 제기한 시점이 1911년이라는 점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이 1905년에 나왔는데, 아직 일반상대성이론(1915년)이 나오기 전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 ‘우주여행을 한 형이 더 젊어진다’는 사실은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한 결론입니다. 그러니까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 특수상대성이론만으로는 랑주뱅의 쌍둥이 역설의 사고실험의 진위를 가릴 수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사고실험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를 벗어났거든요.

Q11. 쌍둥이 역설 사고실험이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를 벗어났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 특수상대성이론은 상대성 원리와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는 관성계, 다시 말하면 외부의 가속이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고요한 ‘특수한’ 공간에서 성립하는 이론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이름에 ‘특수’라는 단어가 붙은 겁니다. 쌍둥이 역설 사고실험 내용에서 우주선을 나고 지구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가속을 해야 하고 그러면 엄청난 중력을 받는데, 이건 관성계가 아니거든요.

만약 사고실험의 조건을 엄밀하게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를 지킨다면 두 쌍둥이는 서로가 서로를 ‘젊어져서 좋겠다’고 생각할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역설적이죠. 하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사고실험으로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특수상대성이론의 대전제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는 쌍둥이 중 누가 더 젊은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관성계에서는 물리 법칙이 동일하다는 상대성 원리에 따라 동생과 형이 꼭 같은 물리 법칙을 경험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나보다 더 젊어지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추론할 따름입니다.

Q12. 특수상대성이론은 특수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이론이다. 쌍둥이 역설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풀 수 없고, 결론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후에 나왔다. 오늘은 이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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