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인사이드】상대론 오디세이 (12) 영감에서 원리(principle)로 - 등가원리의 탄생

상대론 오디세이 12 – 영감에서 원리(principle)로

조송현 기자 승인 2023.01.30 12:57 | 최종 수정 2023.08.02 14:10 의견 0
부산CBS방송의 과학인사이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와 국재일 아나운서출처 : 인저리타임(http://www.injurytime.kr)
부산CBS방송의 과학인사이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와 국재일 아나운서

Q1. 상대론 오디세이 열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시간엔 아인슈타인의 ‘생애 최고의 행복한 생각’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아인슈타인이 1907년 어느 가을에 베른 특허국 사무실에서 문득 영감을 받았다고요. 그 내용은 ‘만약 어떤 사람이 자유낙하 하고 있다면 그는 자신의 몸무게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라는 것이었는데, 이게 바로 불멸의 업적인 일반상대성이론의 출발점이 되었고, 아인슈타인은 훗날 ‘생애 최고의 영감’으로 꼽았다고 했는데요. 오늘은 이 영감을 이론의 기둥인 원리로 세우는 과정을 소개해주시겠다고요?

--> 원리나 가설, 공리, 공준 등은 이론이나 논의의 출발이 되는 근본 전제인데요, 과학 방법론에서 이를 얻는 방법에는 대체로 귀납적 방법과 연역적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귀납적 방법은 현상의 관찰 결과를 분석해 얻는 것이고, 연역적 방법은 이성에 의한 직관으로 도달하는 것이죠. 영감도 직관의 일종인데, 그 영감이 곧바로 원리가 되는 것은 아니고 과학적 검토를 거쳐 신뢰성을 얻은 다음에야 원리가 되는 거죠.

Q2. 아인슈타인은 영감을 원리로 만들고 다시 그 원리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고, 오늘은 그 영감이 원리가 되기까지 과학적 검토를 소개한다는 것이군요.

--> 그렇습니다. 저번시간에 ‘자유낙하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무게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영감이 가진 물리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엘리베이터 사고실험을 소개했지요. 이 영감의 결론은 가속도가 중력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었고요. 이게 키 포인트인데요. 오늘은 가속도 효과와 중력효과의 등가성을 알아보기 아인슈타인이 직접 제시한 사고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Q3. 아인슈타인은 사고실험을 정말 많이 했군요. 양자론을 공격하는 사고실험도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군요.

--> 로켓 모양의 거대한 우주선이 지상에 세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지상의 우주선 안에서 지구중력(중력가속도 g)에 해당하는 몸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이제 우주선이 지구궤도를 탈출해 태양과 항성들의 ‘중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우주공간’(갈릴레이 공간, 관성계)에 도달해 멈췄습니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데다 정지해 있으므로 우리 몸은 우주선 안에 붕 떠 있게 되겠지요.

이 우주선 안에서는 바깥을 보지 못해 상대운동 여부를 시각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다른 우주선이 살그머니 다가와 우리 우주선을 끌고 가면서 가속도를 지구중력 가속도 g에 이르게 합니다. 이러면 우주선 안의 우리에게는 변화가 일어나겠지요. 공중에 붕 떠있던 승무원들은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게 됩니다. 그 힘은 지구 위에서 받는 중력과 꼭 같을 겁니다.

자, 여기서 만약 지구상에 로켓이 발사되기 전부터 마취돼 있던 우주선 승무원 중 누군가가 지금 막 깨어났다면, 그는 우주선이 가속 비행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지구에서 발사대기 상태로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게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의 핵심입니다. 자, 그 승무원은 우주선이 지구에 대기하고 있는지 우주에서 가속도 g의 크기로 날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Q4. 지난시간부터 아인슈타인의 최고의 영감이 ‘가속도와 중력의 효과가 같다’라는 결론을 들은 것도 있지만, 사고실험 내용을 들어보니 그 승무원은 ‘구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이 사고실험에서 던진 문제의 답도 ‘알 수 없다’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나아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고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른바 ‘우주선 용수철 저울’ 사고실험입니다.

Q5. ‘우주선 용수철 저울’ 사고실험이라, 지구상에서 용수철이 늘어나는 것은 중력 때문이죠. 우주선의 가속도를 높여도 용수철이 늘어나겠군요.

-->와우, 핵심을 벌써 파악하셨군요. 아까 그 우주선 안에 용수철저울이 있습니다. 지구에서 쇠구슬 하나를 달았더니 용수철의 늘어난 길이가 10cm이고 저울 눈금은 100을 가리켰습니다. 이제 우주선이 발사돼 광활한 우주의 갈릴레이 공간에 정지했더니 용수철의 늘어난 길이는 0, 눈금도 0이 되었습니다. 다시 우주선이 속도를 조금씩 올려 지구 중력가속도 g까지 높입니다. 이때 저울의 용수철은 우주선의 가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점점 늘어나다가 g에 이르면 용수철 길이는 10cm, 저울 눈금 100을 가리킵니다. 이는 지구에 있는 우주실험실에서와 똑같은 수치입니다. 지구에서 용수철을 늘어나게 한 것은 중력이었다면, 우주선에서 용수철을 늘어나게 한 것은 가속도입니다. 그러므로 가속과 중력이 똑같은 작용을 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Q6. ‘중력 효과=가속 효과’를 증명해 보이는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결론을 이미 들은 탓인지는 몰라도 이해가 쉽게 되는데요.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이 사실을 파악한 과학자들이 아무도 없었나요?

--> 좋은 질문입니다. 이 사실을 파악한 과학자가 있었지요. 대표적인 과학자가 뉴턴인데, 그 심오한 의미를 적극 해석하지 않았죠. 마치 로렌츠와 푸앵카레고 로렌츠 변환의 깊은 의미를 간과했듯이요.

Q7. 아인슈타인은 역시 이면을 들여다보는 남다른 안목이 있었군요. 이와 관련된 과학사를 좀 더 설명해주시죠.

--> 뉴턴은 고전물리학을 집대성한 저서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질량을 처음 정의했고, 그 질량에는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있습니다. 위의 사고실험에서 용수철에 매단 쇠구슬 질량의 성격도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 실험에서는 중력에 의해 가지는 중력질량, 가속하는 우주선에서 가속에 저항하는 성격이라고 해서 관성질량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뉴턴은 이미 자신의 운동법칙(F=ma)을 통해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등하다는 사실을 알았고요, 그보다 먼저 갈릴레이도 중력이 가속도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특히 헝가리의 물리학자 외트뵈시가 1889년과 1908년 두 차례 실험을 통해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의 등가성을 확인했어요.

Q8. 중력질량과 관성질량, 처음 듣는 물리용어인데, 중력질량은 중력과 관련 있고, 관성질량은 가속도와 관련 있다, 이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갈릴레이와 뉴턴에 이어 외트뵈시라는 물리학자의 실험까지 있었는데,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등하다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은 몰랐나요?

-->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같다는 사실을 알긴 했으나 등가원리를 착안할 1907년 당시 외트뵈시의 실험 결과를 몰랐고, 1912년에야 알았다고 해요. 아인슈타인은 ‘생애 가장 행복한 영감’을 통해 가속 효과와 중력 효과의 등가성을 통찰한 이후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의 동등성의 깊은 의미를 새삼 깨닫고 '나자빠질 만큼 놀랐다'고 회고했습니다.

다시 이를 요약하면,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등가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그 속에 중력 효과와 가속 효과가 등가라는 심오한 진리를 포착해낸 사람은 아인슈타인이 처음이었다는 것입니다.

Q9. 그래서 ‘혁명적’이라는 수식어를 아인슈타인의 이름 앞에 붙이는군요. 자, 이제 ‘영감에서 원리로’의 결론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영감에 대한 과학적 검토를 거쳐 이론의 기초가 되는 원리로 내세우게 되는군요. 원래 출발점이 ‘특수한’ 환경 즉 관성계에서만 성립하는 특수상대성이론을 가속도가 존재하는 비관성계에도 성립하는 일반이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성의 일반원리가 필요하다는 발상에서 시작한 것이었잖아요? 그 과정을 마무리해주시죠.

--> 그 일반원리의 이름이 바로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입니다. ‘가속계(accelerating frame)와 중력계(gravitating frame)의 물리 법칙은 구별할 수 없다.’ 가속 효과와 중력 효과를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은 곧 즉, 가속도와 중력이 서로 상대적인(교환 가능한) 물리량임을 뜻합니다. 이 말을 풀어 설명하면 중력만 존재하는 ‘특수한’ 관성계는 가속도만 존재하는 비관성계로 대체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바로 상대성의 일반원리인 거죠. 이로써 아인슈타인은 ‘등가원리’가 신뢰할 만하다고 확신하고, 이를 이론의 기둥인 원리로 내세워 일반상대성이론 창안에 본격 나섭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그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여정인지 ‘생애 최고의 영감’을 경험한 1907년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