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물리학적 발견 2제 – 빅뱅이 267억 전에 일어났다고? / 시간여행이 가능한 '링 웜홀'?

조송현 기자 승인 2023.08.08 17:12 | 최종 수정 2023.08.09 11:11 의견 0

Q1. 오늘 주제가 '새로운 천체물리학적 발견 2제'인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 하나는 우주의 나이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새로운 웜홀 ‘링 웜홀’의 존재입니다.

Q2. 우주의 나이는 결국 빅뱅과 연결되겠죠? 시간여행은 인간의 영원한 꿈일 수도 있겠고, 빅뱅과 웜홀,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새로운 발견이 이뤄졌는지 내용을 알아볼 텐데요, 우선 우주의 나이부터 알아보죠.

--> 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국 아나운서한테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지인의 아들 돌잔치에 초대되어 갔어요. 근데 주인공인 아이가 큰 키에 막 뛰어다니고 신체 비율도 청소년과 비슷해요. 그러면 맨 먼저 어떤 생각이 들까요?

Q3. 돌 때는 아장아장 걸을까 말까 하고, 머리가 유난히 클 때인데... 재 진짜 돌 맞나?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이야?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은데요?

--> 우주에도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저번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은하’를 소개한 적이 있죠. GLASS-z12로 명명된 은하인데 빅뱅 이후 불과 3억5000만 년인데 고도로 진화한 보통 은하처럼 보인다 말이죠. 마치 1살의 어린애가 덩치가 크고 신체 비율도 성인과 비슷한 경우죠. 천문학계에서는 이를 ‘불가능한 초기 은하 문제’라고 부르는 큰 골칫거리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가장 오래된 은하 발견으로 이 문제는 천체물리학계에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됐죠. 그래서 빅뱅이 정말 138억 년 전에 일어난 거야?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일어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거죠.

Q4. 이번 이론적 발견은 기존 빅뱅 이론에서 설명할 수 없는 골칫거리인 ‘불가능한 초기 은하 문제’를 해결해 관심을 받았다는 거군요. 그 주인공과 그의 접근 방식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 주인공은 캐나다 오타와대학 겸임교수인 라젠드라 굽타인데, 최근 왕립천문학회의 월간 고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빅뱅이 138억 년이 아니라 267억 년 전에 일어났다고 주장했어요. 굽타 교수가 이런 결론을 이끌어낸 핵심은 팽창우주론에 ‘피곤한 빛 가설’을 결합했다는 겁니다. 138억 년을 도출한 기존의 계산법은 우주배경복사와 팽창우주의 허블 법칙을 사용하는 겁니다. 여기서는 팽창의 결정적인 증거로 삼는 게 적색편이 현상입니다. 빛의 도플러효과라 할 수 있는데, 적색편이가 심할수록 팽창 속도가 빠르고, 따라서 더 먼 곳에 있다고 추정하는 거죠.

그런데, 굽타는 적색편이가 팽창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즉 ‘피곤한 빛 tired light’ 가설을 채용해 빛이 우주를 여행하면서 점차 에너지를 잃어 적색편이 효과를 나타낸다고 가정합니다. 적색편이를 순전히 팽창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곤한 빛’과의 하이브리드 현상으로 해석한 겁니다. 이렇게 계산했더니 ‘가장 어린 은하’는 빅뱅 이후 3억5000만 년에서 외형에 어울리게 수십억 년으로 늘어나고, 우주의 나이도 138억 년이 아니라 267억 년으로 거의 2배 많게 나왔어요.

Q5. 기존 팽창우주론에 ‘피곤한 빛’ 가설을 융합시켜 계산했더니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빅뱅은 138억 년이 아니라 267억 년 전에 일어났다는 거군요. 이렇게 되면 천체물리학계의 뜨거운 감자인 ‘불가능한 초기 은하 문제’도 해결하고요. 우주의 나이를 이렇게 고친다는 건 엄청난 일인데, 학계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 “특별한 주장에는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반응으로 대표됩니다. 그러나 빅뱅 이론이 완전하지 않은 만큼 빅뱅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의미가 크죠. 관련 분야 연구에 불을 붙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Q6. 다음은 시간여행이 가능한 새로운 웜홀, ‘링 웜홀’ 차례인데요, 먼저 저번에 배운 보통 웜홀과 어떻게 다른지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 복습 삼아 보통 웜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 보통 웜홀은 블랙홀의 부산물입니다. 블랙홀이 없으면 웜홀도 없습니다. 블랙홀은 극단적인 공간의 왜곡 현상이죠. 블랙홀의 꼬리 두 개가 붙으면 입이 두 개인 통로, 두 공간을 잇는 브릿지가 만들어지는데 그게 바로 웜홀이죠. 아인슈타인과 동료 로젠이 중력장방정식에서 찾은 아인슈타인-로젠 브릿지가 대표적이죠.

Q7. 지난번 영화 콘택트를 예를 들어 ‘시간여행은 가능할까’ 편에서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 얘기해주셨는데, 두 공간을 잇는 통로인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시간 흐름을 거스르는 시간여행의 통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참에 간단히 그 원리를 들려주시죠?

--> 우리가 웜홀 하면 공간통로와 함께 시간여행의 통로로 인식하고 있죠. 시간여행의 물리학적 원리는 상대성이론에 근거합니다. 움직이는 공간에서는 시계가 느리게 간다. 웜홀 두 입구 중 한 곳은 정지해 있고, 다른 하나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웜홀 내부에서는 시간은 똑같이 흐릅니다. 근데 외부에서는 다르죠. 그래서 웜홀을 통과하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겁니다. 킵손은 이런 예를 들었어요. 집 거실과 정원의 우주선이 웜홀로 연결돼 있다. 우주선에는 아내가 타고 있어요. 웜홀 내부로 아내하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아내가 탄 우주선은 12시간 동안 비행하고 물론 이때도 웜홀로 연결되어 있죠. 12시간 후 킵손은 웜홀 우주선이 도착했음을 보고 아내를 맞으러 정원으로 나갑니다. 킵손이 보니 아내는 오늘 12시간 전 아침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근데 아내가 깜짝 놀랍니다. 킵손이 10년이나 늙어버린 겁니다. ‘움직이는 공간에서는 시계가 느리게 간다’는 상대성이론의 법칙이 적용된 거죠. 킵손이 우주선의 웜홀 입구로 들어가 거실로 나옵니다. 그러자 10년 전 아내의 귀환에 반가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10년 과거로 간 겁니다. 이게 시간여행이죠.

Q8. 자, 보통 웜홀의 생성과 시간여행의 원리를 알아봤으니 새로운 링 웜홀의 원리를 알아볼 차례인데요? 먼저 링 웜홀은 보통 웜홀과 다르다고 하셨는데, 가장 핵심적인 차이를 복습 삼아 간단히 짚고 넘어가죠.

--> 보통 웜홀은 블랙홀을 떠나 생각할 수 없습니다. 두 블랙홀이 연결된 게 웜홀이죠. 아인슈타인-로젠 브릿지가 그 개념을 분명하게 보여주죠. 블랙홀은 입구는 있는데 출구가 없어요. 그런데 웜홀은 두 블랙홀의 뿌리가 만나면서 입구와 출구를 가진 통로가 되는 거죠. 그런데 링 웜홀은 블랙홀과 전혀 관계가 없어요. 그래서 앞의 웜홀을 normal 웜홀, 보통 혹은 정상 웜홀이라 부르고, 뒤의 것은 링 웜홀이라고 부릅니다.

Q9.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블랙홀 두 개의 뿌리가 만나 형성된 웜홀을 정상 웜홀이라고 한다... 링 웜홀은 정상이 아니라는 얘긴데, 보통 웜홀은 일단 입구가 있고 통로가 있으니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데, 링 웜홀은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합니다.

--> 링 웜홀이니 반지 모양을 연상해볼 수 있겠죠? 영화 스타게이트 보셨어요? 반지 모양의 스타게이트가 인공 웜홀 생성장치인데 이를 작동시켜 다른 스타게이트로 순간이동을 하잖아요? 근데 링 웜홀은 이런 스타게이트와도 달라요. 웜홀을 만드는 게 그 자체가 웜홀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해보죠. 우리가 집 거실에서 방문을 열면 방이라는 거실과 다른 공간이 나타납니다. 자 이제, 평평한 우주 공간을 생각합니다. 평평하다는 것은 블랙홀처럼 공간이 심하게 휘어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 공간에 둥근 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문을 들어섰더니 아주 다른 우주가 나타났어요. 우리 우주의 다른 공간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우주로 간다는 거죠. 이미지가 조금 그려지시나요?

Q10. 방문 개념은 금방 떠오르는데 이게 텅빈 공간에서 통로 없이 다른 공간으로 이어준다니 도무지 상상이 안 됩니다. 게다가 우리 우주의 다른 곳도 아니고 아예 다른 우주로 가버린다니 공상과학영화는 저리가라인데요? 일단 그렇게 알고 가죠. 근데 정상 웜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배웠는데, 링 웜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정상 웜홀이 이론적으로 발견된 게 1916년입니다. 근데 링 웜홀은 그 100년 뒤인 2016년에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이론물리학자 Gary Gibbons와 프랑스 투르 대학교 물리학자 Mikhail Volkov가 처음 링 웜홀을 발견했죠. 이들은 평편한 공간에서 이중성 회전 duality rotation과 복잡한 변환을 거치면 두 공간을 연결하는 링 웜홀이 생긴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발견했어요. 이중성 회전, 복잡한 변환 등을 고도의 수학적인 내용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요, ‘음의 에너지’에 의해 생긴다고 생각하시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양자론 오디세이 때 진공요동이라는 용어 들어보셨죠?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미시적으로 보면 엄청난 요동, 생성과 진화, 소멸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진공요동 과정에 도넛형 볼륨에 음의 에너지가 집중되면 링 웜홀이 생길 수 있다고 해요. ‘음의 에너지’가 뭐지? 하실 텐데 이론적으로 음의 질량도 있고, 반물질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반물질, 음의 질량, 음의 에너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Q11. 자, 링 웜홀은 블랙홀과 관계없이 음의 에너지에 의해 형성된다, 이렇게 기억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링 웜홀이 공간 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발견했다는 얘기인데, 링 웜홀은 시간여행도 가능하게 해주나요?

--> 그게 바로 천체물리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최근의 뉴스입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Valeri P. Frolov와 Andrei Zelnikov, 프라하 Charles 대학의 Pavel Krtouš가 최근 연구에서 시간여행 방법을 발견했다고 물리학 저널 Physical Review D에 논문을 거재했죠.

Q12. 이들이 주장한 링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 가능 방법의 핵심은 뭔가요?

--> 이들은 깁슨과 볼코프의 발견한 링 웜홀을 놓고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 수학적으로 풀어봤어요. 하나는 링 웜홀 곁에 큰 질량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입구와 출구 링 둘 다 우리 우주 안에 있다. 그 답은 링 웜홀로 들어간 물체(사람)의 경로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닫힌 곡선으로 나타났어요. 이게 뭔 말인가 하면 공간적으로 한없이 직선으로 날아갔는데 결국 어느 순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고, 시간적으로도 계속 지나갔는데 어느 순간 과거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이게 바로 시간여행이죠.

Q13. 세상을 살다 보면 한 번쯤 과거로 돌아가 꼭 고치고 싶은 것, 미래의 일을 미리 알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시간여행을 상상했을 겁니다. 그런 상상과 지적 호기심이 끊임없는 연구에 매달리게 하고 인류의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온 게 아닐까 합니다. 링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은 비록 이론적이지만 그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인저리타임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