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물질의 기본 입자는 기하학적 형상"

플라톤 "물질의 기본 입자는 기하학적 형상"

조송현 승인 2017.01.14 00:00 | 최종 수정 2018.07.04 19:16 의견 0

소크라테스 상 앞에서 불멸에 대한 사색에 잠겨 있는 플라톤. 출처: thoughtco.com

플라톤, "우주는 가장 훌륭하고 선한 것, 고로 그 원소는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상"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창조주(데미우르고스)는 이 우주가 이성에 의해 파악되는 것 중에서도 가장 훌륭하며 모든 점에서 완전무결한 것과 닮기를 원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창조주는 이성에 의해 파악되는 것 중 가장 완전한 기하학에 따라 물질의 근원(원소)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즉,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는 ‘가장 훌륭하고 선한 것’으로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가장 단순하며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상(요소 삼각형)을 가져야 한다는 게 플라톤의 생각이었습니다.

이것이 플라톤 물질이론의 핵심입니다. 이를 두고 양자역학 창안자 중 한 사람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플라톤에게 소립자들은 마침내 물질이 아니라 수학적 형태들이다.”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플라톤이 살던 시대에는 불, 공기, 물, 흙이 물질을 이루는 4가지 기본 요소(원소)라는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BC 490~430) 사상이 널리 수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플라톤은 물질이 근본 실재가 아니라고 믿었던 만큼, 이들을 물질세계를 이루는 근본 요소라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물이나 흙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대신 물질은 이데아나 형상의 반영이므로 한층 더 근본적인 것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플라톤은 자신의 이데아 철학과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적 우주관을 결합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즉, 물질세계는 이상적인 수학적 세계를 기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기에 이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물체는 표현 형식에 따라 기하학적인 입장에서 묘사되고 정의됩니다. 세 점을 정하면 평면이 결정되고, 그 평면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의해 물체가 결정됩니다.

물질세계의 기본 요소는 이상적인 수학 세계 ... 요소 삼각형(직각 삼각형)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플라톤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현대물리학으로 말하면 쿼크 같은 기본 입자)가 직각삼각형이라고 통찰하게 됩니다. 그는 물질이란 단지 좀 더 근본적인 어떤 것(수학적 세계)의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나아가 우주도 기하학적일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플라톤의 우주관을 '기하학적 우주관'이라고 부릅니다.

플라톤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직각삼각형을 ‘요소 삼각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요소 삼각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정사각형의 반을 대각선으로 이등분한 직각이등변삼각형이며, 또다른 하나는 정삼각형을 이등분한 직각삼각형이라고 플라톤은 생각했습니다. 이 두 가지의 직각삼각형에서 4원소를 구성하는 네 개의 정다면체가 유도됩니다.

두 종류의 기본 삼각형 중 직각이등변 삼각형에서는 정사각형이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정육면체가 구성되며 이는 흙 입자를 이룹니다. 직각삼각형에서는 정삼각형이 만들어지고 이로부터 정사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가 구성되며, 이들은 각각 불, 공기, 물의 입자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불과 공기와 물 원소는 모든 면에서 정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른 입자들 사이로 들어가거나 변화하기 쉽습니다.

그에 비해 정육면체인 흙의 입자는 각 면이 정사각형이어서 다른 원소로의 변화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흙이 가장 불활성이고 움직이기가 어려운 것은 구성 원소의 이 같은 기하학적 특성 때문이라고 이해했던 것입니다.

제5의 정다면체는 정오각형에서 만들어지는 12면체로서 제5의 원소라고 플라톤은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고귀한 원소로서 천상계를 형성하는 재료입니다. 4원소인 불과 공기, 공기와 물, 물과 흙은 각기 같은 비율로 우주에 존재합니다. 모든 물질의 특성은 포함된 여러 원소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요소 삼각형으로 구성된 플라톤 다면체.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는 지상계를 이루는 4대 원소인 불, 흙, 공기, 물에 해당한다. 정십이면체는 천상계의 원소이다. 지상계를 구성하는 원소의 기본 요소는 삼각형인데 비해 천상의 원소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오각형이다.

요약하면, 플라톤은 4원소의 근원 요소가 기하학적 존재(요소 삼각형)이며, 원소의 성질도 오직 기하학적 형상에 따른다고 보았습니다. 현대물리학으로 표현하자면, 불(정사면체), 공기(정팔면체), 물(정이십면체), 흙(정육면체) 등 4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산소, 질소 같은 원소에 해당하고, 이들을 구성하는 요소 삼각형은 오늘날 쿼크 같은 기본입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이며 현대적인 플라톤의 물질이론 ... 요소 삼각형은 렙톤과 쿼크 

따라서 플라톤의 물질이론은 매우 과학적이며 현대적인 이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대물리학에서 기본입자(elementary particle/fundamental particle)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물질 요소이며, 이는 물질내부에 더 간단한 다른 입자가 없는 입자를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렙톤(lepton)과 쿼크(quark)가 기본입자라고 알려져 있으나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 입자에 대한 플라톤의 정다면체 이론은 하이젠베르크가 파악했듯이 소립자를 수학적 대칭성으로 표현하는 현대물리학 이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 기본 요소가 감각적으로 포착될 수 없지만, 수학적으로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며 또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사상을 최초로 제기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과학적 물질 이론을 향한 결정적인 걸음이라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플라톤의 과학사상은 오늘날 물질 이론을 2000여 년이나 앞서 예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보다 훨씬 더 과학적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 이론은 사물을 감각적 경험에 의해 설명하는 것이라면, 플라톤의 4원소 이론은 기본 구조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방식입니다.

근세 이후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보다 더 ‘과학적인 철학자’로 인식된 것은, 플라톤이 이데아론으로 현실의 실재를 부정한 데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감각적인 실재를 인정하고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자연철학의 체계를 세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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