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에너지는 에테르의 전철을 밟는가?

암흑에너지는 에테르의 전철을 밟는가?

조송현 승인 2017.12.16 00:00 | 최종 수정 2017.12.19 00:00 의견 0

허블딥필드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은하들. 사진 상의 모든 점은 각각 우리은하처럼 별이 1000억 개가량 모인 은하를 나타낸다. 이들은 우주 팽창에 따라 점점 멀어지는데, 속도가 점차 가속되고 있다. 출처: Hubblesite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고귀한 천상 세계를 이루는 물질로서 상정한 에테르(ether)는 2000년 넘게 물리적 실체로 수용되었다. 심지어 과학혁명 이후인 19세기 말까지도 에테르는 빛의 매질로서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물질로 여겨졌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이 “에테르는 없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는 가설로써 도입된 암흑에너지도 에테르의 신세가 될 조짐이 보인다. 얼마 전 제네바대학 천문학과 안드레 마에더 교수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필요 없는 우주모델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수학자들이 암흑에너지 없이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들 수학자는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의 블레이크 템플(Blake Temple), 제크 보글러(Zeke Vogler)와 미시건대학(앤아버)의 조엘 스몰러(Joel Smoller) 등 세 사람. 이들은 최근 영국왕립학회  회보A에 제출한 논문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오리지널 중력장 방정식은 불안정성(instability)에 기인하는 우주 가속을 실제로 예측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연구자인 템플은 “우리는 우주상수(암흑에너지)가 추가되지 않은 원래 일반상대성이론(중력장 방정식) 안에서 은하들의 비정상적인 가속현상을 해명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을 찾아나섰다”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모든 맥락에서 올바른 예측을 했으며, 그 어디에도 암흑에너지의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게 템플과 동료 수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미 옳은 중력장 방정식에 군더더기 요소(중력상수 혹은 암흑에너지)를 무엇 때문에 추가하겠는가?

이처럼 이들 수학자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이 옳다고 주장한다. 다만, 우주의 구성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암흑에너지의 존재 유무에 관계없이 ‘균일한 우주 팽창’ 가설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우주 모델은 ‘프리드만 우주(Friedmann universe)’로부터 출발한다. 빅뱅이론의 창시자 조지 가모프의 스승인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은 1922년 원래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 ‘우주상수는 필요없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런데 프리드만은 우주는 팽창하지만 물질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템플과 스몰러, 그리고 보글러는 암흑에너지를 불러내지 않고 일반상대성이론(중력장 방정식)의 해를 구했다. 그 결과 프리드만의 풀이와 달리 ‘프리드만 시공간(Freidmann space-time)’은 실제로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든 물질이 팽창하되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고르게 분포한다는 프리드만의 가정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떠한 섭동도, 예를 들어 우주의 밀도가 평균보다 조금만 낮아도, 우주를 가속팽창시킨다.

이것은 우주가 애초에 불안정하기 때문에 ‘프리드만의 우주(균일하게 팽창하는 우주)’ 관측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템플은 설명했다. 대신 우리가 관측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더 빨리 가속하는 ‘국소 시공간(local space-time)’이다. 놀랍게도 불안정성에 의해 생긴 국소 시공간은 암흑에너지(중력상수) 이론에서 얻을 수 있는 값과 정확하게 같은 우주 가속 범위를 보여준다.

이것은 곧 우주(은하) 가속은 중력상수나 암흑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원래 일반상대성이론(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템플은 말했다.

그는 “수학(수학적 기술)과 불안정성(불안정성이 우주 팽창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다만, 우리은하가 우주에서 물질의 밀도가 낮은 곳(우주 가속을 촉발할 수 있는)의 중심 부근에 놓여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뿐이라고 템플은 말했다.

템플은 이 논문에는 ‘암흑에너지 우주 모델’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검증 가능한 예측도 제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의 원래 중력장 방정식에서 '팽창하는 우주'를 도출한 프리드만(왼쪽)과 프리드만의 해법에 불만을 터뜨린 아인슈타인. 출처: 위키피디아

한편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지 2년 후인 1917년 ‘일반상대성이론의 우주론적 고찰’을 통해 정적이고 유한한 ‘아인슈타인 우주 모델’을 제창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적인 상태가 되도록 중력효과를 상쇄하는 우주상수를 부가했다.

1922년 프리드만 원래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동적인 우주 모델을 발표하자 아인슈타인은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팽창이 관측 사실로 명백해지자 우주상수를 ‘생애 최대 실수’라며 철회했다.

하지만 지금으로터 약 20년 전 천문학자들이 우주가 팽창하는 것은 물론 그 속도가 점차 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폐기되었던 아인슈타인의 중력상수를 불활시켰다. 우주론자들은 우주를 가속팽창시키는, 중력과 반대되는 ‘뭔가 신비한 힘’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르면서 중력장 방정식의 중력상수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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