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검출 논란 가열 ... 같은 검출기, 반대 결과!

조송현 승인 2018.12.16 23:34 | 최종 수정 2018.12.17 09:02 의견 0
The COSINE-100 dark matter detector (pictured) found no signs of the mysterious subatomic particles interacting in sodium iodide crystals, casting doubt on the earlier DAMA experiment.
강원도 양양 지하실험실에 설치된 암흑물질 검출기 COSINE-100. 출처 : COSINE-100 암흑물질 실험 웹사이트

2008년 이탈리아 연구팀이 암흑물질을 검출했다고 발표, 세계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주인공은 이탈리아 그란사소국립연구소의 DAMA/LIBRA(요오드화나트륨을 이용한 암흑물질 검출 실험) 연구팀이다.

수년간 많은 물리학자들은 DAMA 연구팀의 암흑물질 검출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검출기를 사용해 DAMA의 실험을 재현했으나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 DAMA 연구팀은 암흑물질을 검출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DAMA 실험과 같은 암흑물질 검출기를 사용한 한·미 공동연구팀의 COSINE-100 실험에서 암흑물질의 존재가 검출되지 않아 DAMA 실험 결과가 심각하게 의심을 받게 됐다고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 등 해외 과학전문 매체들이 최근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COSINE-100 실험 결과는 과학학술 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은 페르미연구소의 천문물리학자 댄 후퍼(Dan Hooper)는 “암흑물질의 존재 증거를 찾지 못한 COSINE-100의 실험 결과는 이전 DAMA 실험이 틀렸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평가했다.

DAMA와 COSINE-100은 둘 다 암흑물질이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의 원자핵에 부딪힐 때 생기는 반응을 관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충돌이 일어난다면, 결정 안에 반짝이는 작은 불빛이 생길 것이다. 물론 불빛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것이 암흑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일상적인 상호작용도 극소량의 방사성 원소들로 인해 불빛과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DAMA 연구팀은 수년간 결정들을 모니터하며 오직 암흑물질과 반응하여 반짝하고 빛이 생겨나는 사례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마침내 연구자들은 DAMA 검출기에서 일어나는 충돌수가 1년에 걸쳐 특정한 형태로 증감(연간 변화)이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충돌로 생겨난 빛의 연간 변화는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암흑물질을 통과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물리학계는 DAMA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해보았지만 그 같은 연간 변화를 관측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AMA 연구팀이 암흑물질 검출 주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실험들이 요오드화나트륨 검출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COSINE-100 실험은 DAMA와 꼭 같은 요오드화나트륨 검출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반증' 사례로서 주목받는다. COSINE-100의 연구팀은 연간 변화를 관측하는 대신 한국의 강원도 양양 지하 700m 실험실에 있는 검출기에서 측정된 발생 빈도와 자연에서 방사선에 의해 예상되는 발생 빈도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암흑물질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추가적인 신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DAMA 연구팀은 여전히 그들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토르 베르가타 로마대학교의 물리학자 리타 베르나베이(Rita Bernabei)는 “COSINE-100은 DAMA 실험이 장기간에 걸쳐 얻은 결과에 대해 영향을 주지 못 한다”라고 주장했다.

암흑물질 검출을 위한 DAMA와 COSINE-100 실험은 작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비록 두 곳의 검출기는 같은 종류이지만 같은 데이터를 모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DAMA 연구팀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암흑물질을 통과할 때 생기는 연간 변화량을 측정한 반면 COSINE-100의 연구팀은 측정되는 개별 신호들을 분석했다. 그동안 연간 변화량을 측정하려는 실험들도 여럿 있었고 매번 부정적인 결과를 내놓았는데, DAMA와 같은 종류의 검출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증'의 결정타로 인정받지 못했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의 물리학자 캐서린 프리즈(Katherine Freese)는 “DAMA의 암흑물질 검출 발표를 검증하는 데는 요오드화나트륨 검출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간 변화량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하실험연구단에 따르면 COSINE-100 연구팀은 이미 검출 신호의 연간 변화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DAMA 연구 결과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암흑물질은 우리 우주 전체 에너지의 대략 23%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보통물질과 암흑에너지다. 물질만을 고려하면,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의 85%가량을 차지한다. 암흑물질은 빛(전자기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보이지는 않지만 중력법칙에 따라 존재가 요구되는 물질인 것이다. 암흑물질은 은하 내 항성들의 운동과 우주 공간에서 물질이 뭉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기사 출처 : ♠ScienceNews, A controversial sighting of dark matter is looking even shakier 
♠Nature, An experiment to search for dark-matter interactions using sodium iodide detectors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번역 도움 : 권기현·일본 도호쿠대학 화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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