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개골에 목압고서박물관 개관

조송현 승인 2018.09.16 19:03 | 최종 수정 2018.09.17 21:42 의견 0
①14일 오후 6시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마을에 위치한 목압서사에서 ‘목압고서박물관’ 개관식이 열린 후 조해훈 시인(사진 왼쪽)이 인근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마을에 위치한 목압서사에서 조해훈 시인과 마을주민들이 ‘목압고서박물관’ 개관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역사한문학자 조해훈 박사,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마을에

마을 단위 '작은 박물관' 지향...개관전 ‘점필재 김종직과 그의 제자들’

역사한문학자 조해훈 박사가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마을에 아담한 목압고서박물관을 14일 개관했다. 마을 이름인 '목압(木鴨)'을 딴 목압고서박물관(관장 조해훈)은 조 박사의 목압서사(맥전길4, 운수리 702번지) 내에 마련됐다. 목압마을은 옛날 의상대사의 제자 삼법 스님이 지은 목압사가 있던 곳이다.

조해훈 관장은 "외지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재능기부 차원에서 '마을 박물관'을 연 것"이라며 "마을주민들뿐 아니라 화개골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친근한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30여년 간 부산에 살다 지난해 3월 이곳에 정착한 조 박사는 자택에 목압서사를 열어 주민들에게 한시를 가르쳐왔으며, 올해 3월에는 '제1회 자작한시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다음달 6일 오후 2시에는 목압서사에서 한시백일장을 연다. 조 박사는 시집을 10여 권 내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목압고서박물관은 오는 12월 13일까지 3개월간 ‘점필재 김종직과 그의 제자들’을 주제로 개관 기념 기획전을 갖는다. 

전시 자료는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의 『점필재 시집』 3책, 『점필재 문집』 2책, 『점필재 부록』 단책, 일두 정여창(1450∼1504)의 『일두선생유고』 단책, 탁영 김일손(1464∼1498)의 『탁영집』 3책, 포은 정몽주(1337∼1392)의 『포은집』 4책 등이다.

목압고서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점필재 김종직과 그의 제자들’ 주제로 열린 기획전에 전시된 자료들을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목압고서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점필재 김종직과 그의 제자들’ 주제로 열린 기획전에 전시된 자료들을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해훈

김종직이 마흔에 함양 군수(재임 1471~1475)로 부임해 왔을 때 정여창과 김굉필 등이 제자가 되었으며, 후일 김일손이 춘추관의 사관이 되어 스승 김종직의 ‘조의제문’ 등을 기록한 것이 빌미가 되어 유자광 등의 훈구세력에 의해 신진사류가 처형되거나 귀양 가는 등 조선시대 4대 사화 중 첫 번째인 무오사화(1498년)가 일어난 것이다.

조의제문은 중국 초나라 희왕인 의제가 김종직의 꿈에 나타나 자신은 항우에게 죽임을 당해 강물에 버려졌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이다. 평소 사림세력인 이들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던 유자광 등은 이 내용을 연산군에게 “선왕(先王)을 비난한 글”이라고 보고해 사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 사화로 인해 이미 사망해 매장돼 있던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김일손은 처형을 당하고, 정여창은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를 갔다. 유배지에서 사망한 정여창은 기묘사화(1519년) 때 부관참시를 당하였다.

15일 목압고서박물관 기획전 내용과 관련해 하동과 함양 일원에서 가진 답사에서 동행한 주민들이 함양에 있는 일두 정여창 고택을 둘러보고 있다.
15일 목압고서박물관 기획전 내용과 관련해 하동과 함양 일원에서 가진 답사에서 동행한 주민들이 함양에 있는 일두 정여창 고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해훈

이러한 아픈 이야기가 있는 문사들인데다 이들 모두 지리산과 연관이 있어 이번 개관전에 스승인 김종직의 문집과 제자들인 김일손과 정여창의 문집 등을 전시한 것이다. 『포은집』은 조선 도학의 출발점을 포은 정몽주에서 길재, 김종직의 부친인 김숙자, 김종직, 그리고 김종직의 제자인 정여창과 김굉필 김일손 등으로 도통의 맥이 이어지는 연유로 함께 전시됐다.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한 이듬해 4박5일간 지리산 유람에 나서 천왕봉을 두 번이나 오른 후 「유두류록」(遊頭流錄)을 지었는데, 이 글은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유람록의 입문서가 되었다. 그의 제자들인 정여창과 김일손도 지리산을 유람한 후 스승의 맥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속두류록」을 짓기도 했다.

한편 목압고서박물관 개관 다음날인 15일엔 주민들과 함께 이들의 흔적을 찾아 답사를 했다. 정여창이 학문을 연마했던 화개면 덕은리 소재 악양정과 그가 출생하고 성장한 함양의 ‘정여창 고택’, 정여창 등을 배향하고 있는 남계서원, 스승 김종직이 군수를 지낸 함양읍 등지를 찾았다.

목압고서박물관 주최의 답사에 동행한 주민들이 함양군청 앞에 있는 학사루를 둘러보고 있다.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 군수로 부임해 와 학사루에 걸린 유자광의 시를 철거한 일이 발단이 돼 무오사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목압고서박물관 주최의 답사에 동행한 주민들이 함양군청 앞에 있는 학사루를 둘러보고 있다.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 군수로 부임해 와 학사루에 걸린 유자광의 시를 철거한 일이 발단이 돼 무오사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함양초등학교 앞에는 김종직이 아들을 잃고 심었다는 너비 7m여나 되는 고목인 느티나무 등이 있고, 객사(현 함양초등학교) 앞에 있던 학사루는 현재의 군청 앞으로 이전돼 있다.

학사루는 무오사화의 발단이 되었다고 하는 곳이다.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하여 유자광의 시가 이 누각에 현판으로 걸린 것을 보고 떼어버리자 이에 유자광이 원한을 품은 게 사화의 단초였다고 한다.

한편 목압마을이라는 마을 단위의 작은 박물관을 지향하는 목압고서박물관은 3개월마다 기획전을 가지며, 두 번째 기획전 주제는 ‘남명 조식과 지리산’을 계획하고 있다.

목압고서박물관은 상시 개관하며, 입장료는 없다. 관람객들이 요청할 경우 해설 및 특강을 실시한다.  

목압고서박물관 현판
목압고서박물관 현판. 사진=조해훈

<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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