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예측, 호킹복사를 관측하다

조송현 승인 2019.01.26 18:23 | 최종 수정 2019.01.26 19:14 의견 0

이스라엘 물리학자들이 최근 호킹복사(Hawking radiation)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ion of Science)의 연구원들은 광섬유를 이용한 ‘유사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이용해 유도 호킹복사(stimulated Hawking radiation)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연구논문은 물리학 저널 Physical Review Letter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 유사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 물리학 연구를 위해 연구실에서 제작된 모델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에 의해 생기는 만큼 여기서 유사 사건의 지평선을 만든다는 것은 유사 블랙홀을 만든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블랙홀에서는 탈출이 불가능하다. 어떤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의 중심부 안으로 들어가면 되돌아올 수 없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블랙홀의 중력이 너무나 강력해서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조차 탈출속도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반상대성이론 범위 내에서라면, 블랙홀은 전자기 복사를 방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1974년 젊은 시절의 스티븐 호킹이 제시한 이론에 따르면, 양자역학을 일반상대성이론에 추가하면 블랙홀은 무엇인가를 방출한다.

이 이론적인 전자기 복사를 호킹복사라고 부른다. 이것은 특정 블랙홀의 온도에 의해 발생하는 ‘흑체 복사(black body radiation)’와 닮은 점이 있는데, 여기서 블랙홀의 온도는 질량에 반비례한다. 호킹복사는 블랙홀의 크기에 비례하는 파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호킹복사에 따르면, 블랙홀이 매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증발하다. 블랙홀은 작을수록 온도가 높고, 그에 따라 증발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수학적 계산에 따르면, 이 복사는 너무 희미해서 현재 우리가 가진 장비로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유사 블랙홀을 만들어 실험실에서 호킹복사를 관측하려고 노력한다. 유사 블랙홀은 특수탱크에 든 유체나 음파와 같이 파동을 생성해내는 어떤 것이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혹은 광섬유에 들어 있는 빛 등을 이용해 만든다.

물리학자 울프 레온하트(Ulf Leonhardt)는 ‘Physics World’에 “호킹복사는 당초 생각보다 훨씬 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킹복사는 사건의 지평선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천체물리학에서나 광학 물질 안의 빛에서, 혹은 물결이나 극저온 원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은, 비록 호킹복사를 방출하더라도 블랙홀과 같은 강력한 중력 효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학적으로는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한 블랙홀과 유사하다.

이번에 연구팀이 만든 유사 블랙홀은 레온하트가 수년 전에 개발한 광섬유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다.

광섬유는 안쪽에 도관의 역할을 하는 미세한 패턴이 존재한다. 빛이 광섬유로 들어가면, 빛은 아주 약간 느려진다. 유사 블랙홀(유사 사건의 지평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동수가 다른 두 개의 초고속 펄스의 레이저 빛을 광섬유에 보낸다. 첫 번째 빛이 두 번째 빛과 간섭하면 사건의 지평선이 만들어진다. 이는 광섬유의 굴절률의 변화로 측정이 가능하게 된다.

진동수가 다른 빛은 광섬유의 회절(diffraction)에 따라 군(群)속도가 달라진다. 두 번째 들어간 펄스는 첫 번째 들어간 펄스에 의한 굴절률 변화로 청색편이 되어서 펄스가 꼬리 부분으로 수축되는데, 이 때 펄스의 앞부분이 사건의 지평선에 해당한다.(https://arxiv.org/pdf/0711.4796.pdf)

연구팀은 이 실험 구성에 추가적인 빛을 사용해서 음의 주파수를 가진 복사가 증가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다시 말해, 음의 주파수를 가진 빛이 사건의 지평선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오는 것으로 곧 유도 호킹복사의 증거라는 것이다.

이런 발견은 의심할 여지없이 대단하지만, 연구의 최종목표는 자발적 호킹복사를 측정하는 것이다.

유도 복사란 말 그대로 외부의 전자기 자극이 있어야 일어나는 방출이다. 반면, 블랙홀로부터 나오는 호킹복사는 유도된 것이 아닌 자발적인 변화에 의한 현상일 것이다.

연구팀의 유도 호킹복사 실험과 관된 또 다른 문제는 실험이 좀처럼 명확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 주변의 상황을 실험실에서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실험에서 레온하트와 그의 연구팀이 실제로 호킹복사를 만들어냈다고 확신을 하지만 그 전자기 복사가 일반적인 복사의 증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은 환상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번 실험은 예상했던 바와 약간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연구팀에게 또 다른 미스터리(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겼다.

레온하트는 “우리의 수치적 계산은 우리가 측정했던 것보다 더욱 강력한 호킹복사를 예상했다”면서 “다음 단계로 우리는 이 실험 결과를 꼼꼼히 살필 예정인데, 스스로 비판적인 태도를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2016년 이스라엘 기술연구소 테크니온의 제프 스타인하우어(Jeff Steinhauer) 교수가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이용해 만든 유사 블랙홀에서 호킹복사를 검출한 바 있다.

# 기사 출처 : Sciencealert, ♠We Just Got Lab-Made Evidence of Stephen Hawking's Greatest Prediction About Black Holes
Physical Review Letter, Observation of Stimulated Hawking Radiation in an Optical Analogue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동아대 겸임교수>(번역도움 : 이정훈·부산대 물리학과 4)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