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교수의 호스피스 이야기】 (3) 호스피스의 철학

박선숙 승인 2022.08.11 09:57 | 최종 수정 2022.08.13 10:20 의견 0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늘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노력은 그다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삶의 시작은 곧 죽음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삶과 죽음은 같은 선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삶이 시작되는 순간 죽음의 예감 없이는 삶의 의미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이라는 유한한 전제 앞에서 잘 살고 잘 마무리하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필자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기에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자입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사건이므로 저는 죽음에 대한 정서를 자연스럽게 소통의 도구로 삼고자 합니다.

웰다잉이라는 구체적인 현실과 죽음을 앞에 둔 이들을 위한 호스피스에 대해 철학적이고 현실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죽음이라는 용어에 대해 다소 두렵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만, 모든 인간에게 숙명적인 사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요?

 

[픽사베이]

호스피스의 철학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이상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죽음의 시간, 장소, 이유는 다를지라도 결국 인간은 죽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가운데 가장 명징하면서 자연적인 사실은 인간은 언젠가 죽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죽음을 마주할 때 우리는 두려움과 신비스러움을 경험합니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사실 앞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욱 깊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은 삶에 대한 부정, 체념, 회의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죽음은 이렇게 삶과 맞서면서 나타납니다.

한국인은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현실'로서의 '죽음'을 끝까지 미루다 갑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평소 아무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면 자신이나 가족이 불필요한 고통과 재정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임종자는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생을 마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기에 더없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전통 사회에서 죽음은 집안, 마을 전체가 참여했기에 나름의 규범으로 삶을 잘 마무리할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생활이 도시화됨에 따라 이러한 전통적인 풍속들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요즘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대부분 집이 아닌 병원에서 맞이하고, 그 때문에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불행한 사건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스피스 운동은 과학의 발달로 인한 인간존엄성에 대한 경시와 노인 소외, 임종자에 대한 소홀 그리고 윤리관 및 가치관의 혼란에 대한 반응으로 생겨났습니다. 부분으로서의 인간이 아닌 신체적, 사회적, 영적 또는 그 이상의 합(sum)으로서의 인간을 이해하는 총체주의(holism) 말입니다. 인간은 여러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사상과 철학을 기반으로 호스피스가 발전되어 왔습니다. 즉 인간은 신체적, 사회심리적, 영적인 면의 합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치료 중심에서 돌봄의 개념으로 그 사상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대상자에 대한 연민(compassion)으로 표현되는 사랑이 이 돌봄에 깊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호스피스는 따뜻함, 평온함, 쉼을 연상시키며 인생의 긴 여정에서 환자가 마지막으로 참된 쉼을 찾도록 하는 것이고 의미와 사랑을 느끼도록 돕는 것입이다. 즉, 호스피스는 인간의 권리 및 인간존엄성 회복운동을 위한 사랑의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선숙 교수

이러한 배경에서 호스피스에 대한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① 말기환자와 임종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돌보고 지지한다.
② 그들의 남은 생을 가능한 한 편안하게 하고 충만한 삶을 살도록 해준다.
③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죽음은 삶의 자연스런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
④ 호스피스는 삶을 연장시키거나 단축시키지 않는다.
⑤ 환자와 그 가족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이용하여 신체적, 사회 심리적, 영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지지하여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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