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아직 그립다 - 박홍재

인저리타임 승인 2023.12.30 04:45 의견 0

아직 그립다

박홍재

따스한 온기들이 아직은 남아있는
내가 자란 보금자리 무얼 찾아 떠났던가
휩쓸려 짐을 꾸렸다 꿈을 좇아 떠났다

낯설면 찬 바람도 옷깃 속 파고들고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콕콕 찔러대도
함부로 하지 못했네! 내 터 아닌 곳이라

익숙한 자리라도 발 담그기 주저했다
고개를 갸웃대며 대화도 끼지 못해
오십 년 버텨온 것도 다행이라 여긴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2023년이 저물어 간다.
이럴 때면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보게 된다.
내가 자란 고향에서 언제 무슨 마음으로 떠나왔던가?
그때를 기억해 본다.
객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어도 고향이 그립다.
어떤 이는 가난의 굴레를 쓰던 곳이라 다시 돌아보기 싫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꿈을 꾸더라도 내가 자란 고향 집에서 꾼다.
어릴 때 객지에서 눈물 흘리던 그때가 그립다.
반세기 넘게 떠나 살아온 나는
아직도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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