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떠난 자리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1.28 09:58 의견 0

떠난 자리

박홍재

엉킨 줄 잘도 풀며 피돌기 돌아가다

손들고 떠난 사이 이삼일 전류 흘러

회로가 살아있다가 불빛마저 흔들린다

앉았던 그 자리를 애써 피해 바라보다

돌아서면 겹치는 생각 휘둘러 다가와서

갑자기 봇물이 되어 빈자리가 커 보인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사람이 산다는 게 끝까지 같이할 수는 없다.
같이 있을 때는 그 마음은 그런가 싶다.
하지만 막상 떨어져 있으면 그립다.
아니 시원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다.
잘해 준 것보다 못 해 준 게 가슴에 남는다.
그 자리가 더 커 보인다.
해서 있을 때 잘하라는가 보다.
맞다 곁에 있을 때 잘 지내는 삶이 그립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