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9. 임제와 신희②

박기철 승인 2024.03.21 07:00 의견 0

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9-2. 브라만교 창시자인 브라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내 이름을 처음 소개하게 되네. 내 이름을 내 입으로 말해 보기도 처음이야. 역사기록에도 없어. 아무튼 살아생전에 내 이름은 브라운이었어. 우리 종족들 머리 색깔이 갈색이라 난 그 대표적 인물로 여겨져서 브라운이란 이름을 썼지. 나 때는 성이란 게 없었어. 그냥 브라운이야.

브라운이라… 그럼 미스터 브라운이라 불러도 되나. 아~ 여기는 그런 속세의 이름을 부르는 곳이 아니지. 여기서 네 이름은 임제지. 그래도 한 번 불러보고 싶네. 미스터 브라운! 게속해요. 브라운씨!

그런데 이런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당시 우리 종족들 중에서 가장 높은 나는 이름을 남기지 않았어. 역사적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먹고 살기 바빠서 그런 거 할 만큼 삶이 녹록치 않았어. 그래도 우리는 이 신천지에 와서 어떻게 제사지낼 것인지 것인지 제도나 규약 등을 정했어. 구전으로 암송되다가 후세 사람들은 그 걸 문자로 기록했지. 그걸 베다 경전이라고 하더군. 신화적 종교적 철학적 경전이라고 치켜 세우던데 우리 때는 그냥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 믿는 신적 존재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단순한 규례나 약속같은 거였어. 나중에 더욱 형이상학적으로 해석되며 아주 수준높은 고상한 경전으로 승화되었지. 그렇게 만든 나의 동족 후예들은 참으로 대단해.

이제야 너의 정체를 좀 알겠다. 네가 그 유명한 아리안족이로구만. 서양인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아리안! 그 아리안 중에서 동남 남쪽으로 이주한 종족들이 너네 종족들이지. 너는 최초로 이주한 그들의 우두머리이고… 그 정도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데 네 이름을 난 처음 들어보네. 너랑 엇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모세라는 사람은 자기네 민족을 이집트에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 역사적 인물로 그 유명한 이름을 남겼는데 넌 어째 무명이니?

저들 유대인이 그렇게 구체적 역사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은 참 대단해. 모세라는 사람은 내가 살던 당시에 모세오경이라는 역사서를 썼다는데 대단하지. 우리네와는 완전히 달라. 그래도 나는 모세라는 사람 만큼 한 일이 많았어. 절대 꿀리지 않아. 나도 모세가 한 거처럼 우리 종족들을 이끌고 폰틱카스피해 대초원에서 인더스강 유역으로 갔잖아. 어쩜 나는 모세보다 더해. 모세는 유대교의 기초를 다진 사람이지만 나는 따져보면 힌두교를 만든 사람이야. 유대교 신자보다 힌두교 신자가 훨씬 많잖아. 힌두교라는 게 결국 나 때 만든 제사의식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거거든. 나 때는 갈색 머리를 한 브라운이 만든 거라서 브라만교라고 불렸는데 그 후신에 힌두교야. 그러고보면 나는 힌두교의 시조라고 할 수도 있지. 힌두교라는 게 창시자가 없다고 하던데 바로 나라고 할 수 있어.

브라만교가 너 브라운이 만든 거라고? 세상에나! 나 그런 얘기 처음 들었다. 브라운 너, 뻥치는 거 아니지. 그렇다면 너 참 대단한 사람이었네.

내가 여기서 뻥쳐서 뭐할라고! 이 얘기 너한테 처음 하는 거야. 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 무명인 내가 좋아. 내 삶의 모토가 유명해지지 않겠다는 부명(不名)이야. 그게 편해. 유명해지는 건 다 부질없는 일일 테고.

그래도 힌두교의 창시자가 바로 너라면 이름을 제대로 지어주어야겠다. 내가 지어줄게. 마하트마 브라운! 위대한 브라운이란 뜻이야. 유대교의 창시자는 모세, 불교의 창시자는 고타마 싯다르트, 기독교의 창시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슬람교의 창시자는 무함마드이듯이 넌 힌두교의 창시자인 마하트마 브라운! 힌두교가 브라만교에서 왔는데 마하트마 브라운은 브라만교를 만들었으니 넌 힌두교 창시자라 불릴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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