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38)】 창문에 날개를 달다 - 이정희

조승래 승인 2024.05.09 08:00 의견 0

창문에 날개 달다

이 정 희

창문은
마중물인가 봐
사계절을
창틀 안에서 꽃 피운다

거실에 앉아
창 쪽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소나무 잎사귀가 손짓한다

다가가면
창문은 미소 지으며
재미있는 이야기
준비했다 자랑한다

창문은
우주를 품을 만큼 넓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창문 안에서 날개를 편다

창문은
소소한 일상도
명화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 《창문에 날개를 달다》, 계간문예시인선 193, 2023년

시 해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 올릴 때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수압이 약한 펌프를 사용할 때는 마중물이 필요했다. 이정희 시인은 창문을 미리 찾아가는 ’마중물‘ 에 비유하여 사계절을 지켜본다.

유목민이 아닌 정착민 시인은 제자리에 있는 창틀 안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본다. 거실에서 창 쪽으로 보면 사철 푸른 소나무 잎사귀가 있고 창문으로 다가가니 바깥에는 다채롭고 재미있는 세상이 보인다. ’사계절‘ 풍경이 다르지만 창문은 우주를 품을 만큼 넓다. 사실은 시인이 광활하게 보는 것이고 시인은 늘 날개를 펴어 이를 즐긴다. 시인은 ’소소한 일상‘에서 명화를 만드는 창문 같은 재주를 가졌고 이는 일상이 행복한 시인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하략)-(정지용, 유리창 1 부분)

정지용 시인의 시, ’유리창 1‘을 부분 인용해 보았다.

유리창 하나를 두고도 시인들은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울음도 웃음도 참을 수 있으니 우리도 별빛만 들어오는 작은 창문만 있어도 견딜 수 있겠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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