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33)】입 공양 - 박금리

조승래 승인 2024.04.04 00:00 의견 0

입 공양

박 금 리

입으로만 농사짓는 사람이 있듯이
세상만사가 그러하다
입으로만 시를 짓는 사람이 그러하며
아가 입으로만 정치하는 사람이 있고
더구나 진보를 들먹이는 입진보도 즐비하다
세상사는 상투적이기도 하여
입으로만 장식하는 이들의 미사여구는
너무나 실제같고 구구절절하기까지 하니
신의 처사면 이는 가히 불공평하기만 하다
입에서 입으로만 나불대며
행함이 아닌 그저 잔머리로만 살고
그것이 세상의 트렌드이자
눈 감고 아웅 하는 인간들의 한판 세상이라면
사람들아,
입에서 입으로만 주둥이들 더럽히며
참 쓰레기처럼 살고들 있다
비지땀 흘리며 살다가 느낀건데
입은 안거의 대상이지 공양의 덕이 없다

- 『시와 소금』, 2023년 여름호

공양은 불교에서 시주할 물건을 올리는 의식을 지칭하며 무언가를 희생하여 대가를 얻으려고 할 때 공양을 드린다고 한다.

“입으로만 농사짓는 사람이 있듯이” 시인은 “입으로만 시를 짓는 사람이 그러하”고 돌아보니 “세상만사가” 그러하다고 느낄 만큼 입으로만 떠들고 있다는 것에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겠는가, “나아가 입으로만 정치하는 사람이 있고” 입으로 “진보를 들먹이는 입진보도”도 많고. 하는 것은 없고 “미사여구는 너무나 실제 같고 구구절절하기까지 하니” 신이 내린 결정이라면 “이는 가히 불공평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 얼마나 얄밉겠는가, “입으로만 나불대며 행함이 아닌 그저 잔머리로만 살고” 있는 그것이 현세의 추세이자 “눈 감고 아웅 하는 인간들의 한판 세상이라면” 아, 당신들은 사람인가, 당신들은 “참 쓰레기처럼 살고들 있다” 시작도 입이요 그 끝도 “입으로만 주둥이들 더럽히며” 산다고 경시한다. 왜 시인은 이토록 입으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다음 문장에서 답이 나온다. 시인은 삶을 진지하게 “비지땀 흘리며” 살아왔으므로 깨달은바, 그러한 입은 그저 피신의 도구일 뿐으로 보았다.

어디 감히 수행자들이 정진하는 하안거, 동안거처럼 “안거”라는 표현으로 미화할 수 있겠는가, 감사하는 마음에 절실함을 담은 공양의 덕은 언감생심, 공양의 덕은 입으로 도달할 수 없음을 시인은 잘라서 표현했다. 공양미 3백석 시주하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 눈뜨게 하고 재회의 기쁨을 가진 그 공양의 덕은 진실함과 간절함에 있을터.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구)포에지창원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4단. 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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