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한비자' 강독 (7) - 유로(喩老 : 노자를 비유하다)

강독 교재 : 『한비자』(김원중 옮김, 휴머니스트)
권세는 연못과 같다
작은 조짐을 조심하라

달리 승인 2021.06.10 13:54 | 최종 수정 2021.07.23 22:03 의견 0

인저리타임은 「인문학당 달리(대표 이행봉, 소장 박선정)」의 인문학 나눔 운동에 동참하면서 독자께 인문학의 향기를 전하고자 '달리의 고전강독'을 소개합니다. 달리의 고전강독(수요강독)은 지난해 4월 22일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진행했고, 새해부터 『한비자』 강독이 진행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 

인문학당 달리 '한비자' 강독 [사진 = 달리 제공]
인문학당 달리 '한비자' 강독 [사진 = 달리 제공]

▶가죽이 아름다워 재앙을 초래하다

진나라 문공이 적나라 사람에게 여우 털과 검은표범 모피를 받으면서 감탄하며 말하였다. “이 짐승은 가죽이 아름다워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였구나!”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 중 명예 때문에 재앙을 초래한 서나라 언왕이 있으며, 성과 영토 때문에 재앙을 초래한 자는 우와 괵나라가 그러하여 말하기를

“욕심을 내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다.”

지백은 범씨와 중항씨를 병합하고 조나라를 공격하려 하였으나 한나라와 위나라의 배신으로 폐하게 되고 지백은 죽고 나라는 세 나라로 갈라지고, 지백의 머리는 잘려 옻칠이 된 뒤 요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과오 중에서 욕심내어 얻으려고 하는 것보다 큰 것은 없다.”

나라가 유지되면 영원하고, 패왕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이 살아 있으면, 영원히 부귀해질 수도 있으나 탐욕으로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면 나라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도 죽지않을 것이다. 그래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만족한 상태이다”라고 한다.

초나라 장왕은 승리하고 온 손숙오에게 상을 주려고 하자 손숙오는 모래와 자갈이 있는 척박한 토지를 청하였다. 초나라 법에는 신하에게 봉록을 줄 때 두 세대 뒤에는 영토를 회수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오직 손숙오만은 계속 가지고 있어 아홉 세대까지 제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말하였다.

“잘 세우면 뽑히지 않고 잘 끌어안으면 떨어져 나가지 않아 자손이 대대로 제사가 끊이지 않게 할 것이다.” 이는 손숙오를 가리켜 한 말이다.

▶권세는 연못과 같다

군주는 신하들 사이에서 엄중한 권세를 잃으면 다시 얻을 수 없다. 간공은 전성에게 권력을 잃고 진공은 육경에게 권력을 잃더니 마침내 나라를 잃고 자신도 죽었다. “물고기는 깊은 연못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과 벌은 나라를 다스리는 날카로운 무기이다. 이것이 군주에게 있으면 신하를 제압하고 신하에게 있으면 군주를 이긴다. 군주가 상을 줄 뜻을 보이면 신하는 그 위세를 사용하려고 할 것이고 벌을 줄 뜻을 보이면 그 위세에 올라타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말하였다. “나라의 날카로운 무기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 월나라 왕이 오나라 신하로 들어와서 제나라를 토벌하도록 권하여 제나라와 싸워 승리하게 한 후 오나라를 제압하였다. “ 상대방에게서 빼앗고자 한다면 확장시켜주고 쇠약해지게 하려면 강하게 해주어야 한다.”

▶작은 조짐을 조심하라

편작이 채나라 환후를 만나 잠시 살펴보고는

“왕께서는 피부에 질병이 있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장차 심해질까 두렵습니다.” 라고 하자 환후는 “ 나는 병이 없소”라고하며, 편작이 물러나자 “ 의사는 이득을 좋아해 질병이 없는데도 치료해 자신의 공이라 자랑하려고 한다.” 라고 하였다. 열흘이 지나서 편작은 다시 환후를 만나 “왕의 질병은 살 속에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장차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환후는 응하지 않았고 편작은 나갔고 환후는 불쾌해했다. 열흘이 지난 뒤 편작은 또 만나러 와서 말하였다. “왕의 질병은 장과 위에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장차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환후는 또 응하지 않았고, 환후는 또 불쾌해하였다. 열흘이 지나 편작은 환후를 멀리서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 달아났다 그래서 환후는 사람을 시켜 그 까닭을 물었다. “질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찜질로 치료하면 되고, 살 속에 있을 때는 침을 꽂으면 되며, 장과 위에 있을 때는 약을 달여 복용하면 됩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에 있을 때는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 관여한 것이라서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군주의 질병은 골수까지 파고 들었으므로 신이 아무것도 권유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닷새 뒤 환후가 몸에 통증이 있어 사람을 시켜 편작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진나라로 달아난 뒤였다. 환후는 결국 죽었다. 일의 화와 복 역시 질병이 작을 때 치료하는 이치와 같다.

▶싹을 잘라야 후환이 없다

진나라 중이가 망명하여 정나라를 지나게 되었을 때 정나라 왕은 중이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접을 하지 않자 숙첨이 군주에게 “ 이 사람은 현명한 공자이니 왕께서는 후하게 예우해 덕을 쌓아둘 만합니다. 그러치 않으시려거든 죽여서 후환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나라 왕은 말을 듣지않았다. 중이는 진나라로 돌아가 이후에 병사를 일으켜 정나라를 격파해서 여덟 성을 차지하였다.

진나라 헌공은 수극의 옥을 미끼로 우나라에게 길을 빌려 괵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였다. 이때 우나라의 대부 궁지기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것과 같이 우나라와 괵나라가 서로 의지하는 관계입니다. 지금 진나라가 괵나라를 멸망시키면 내일은 반드시 저희 우나라가 망하게 될 것입니다.” 우나라왕은 궁지기의 말을 듣지 않고 옥을 받고 길을 빌려주고 진나라는 괵나라를 취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를 멸망시켰다.

이 두 신하는 모두 재앙이 피부에 있을 때 치료하려고 하였으나 두 군주는 이를 따르지 않아 정나라, 우나라는 망한 것이다.

▶미세한 조짐을 관찰하라

옛날 주 왕이 상아젓가락을 만들자, 숙부인 기자가 염려해 이렇게 생각했다. ‘상아젓가락은 반드시 흙으로 만든 그릇에 사용할 수 없고 무소 뿔이나 옥으로 만든 그릇에 사용할 것이다. 상아젓가락에 옥으로 만든 그릇을 쓰게 되면 반드시 채소로 만든 국을 먹지 않고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고기를 먹으면 반드시 베로 만든 짧은 옷이나 초가집에서 살지 않고 비단옷에 구중궁궐, 고대광실에 살려고 할 것이기에 최후가 두려워 상아젓가락을 만든 처음을 걱정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주 왕은 육포와 포락을 만들고 술 연못에서 놀다 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자는 상아젓가락을 보고 천하의 화를 미리 알았던 것이다.

▶가공하지 않은 옥돌을 바치려는 농부

송나라의 한 농부가 가공하지 않은 옥돌을 얻게 되자 자한에게 바치려고 하였으나 받으려 하지않자 농부가 “이것은 보옥으로 군자의 물건이 되어야지 소인이 쓰기에는 마땅하지 않습니다.” 자한은 “그대는 옥을 보물로 생각하지만, 나는 그대의 옥을 받지 않는 것을 보물로 생각하오” 욕심을 부려 얻으려고 하지 않으며,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책을 불사르고 춤을 추는 자

왕수가 책을 짊어지고 가다가 주나라에서 서풍을 만났다. 서풍이 “책은 옛사람의 말을 기록한 것이고 말은 지혜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책을 소장하지 않는데 어찌해서 책을 짊어지고 가는가?” 라는 말에 왕수는 그 책을 불사르고 춤을 추었다.

따라서 지혜로운 자는 말로 가르치지않고 지혜로운 자는 장서를 소중히 하지 않는다. 왕수는 깨달음으로 배우지 않은 것을 배운 것이다.

▶군주를 위해 상아로 잎사귀를 만든 자

3년 동안 군주를 위해 상아로 닥나무 잎사귀를 똑같이 만들어 공적으로 봉록을 받게 된 자가 있었다. 열자가 이 소식을 듣고 말하였다. “천지가 3년 만에 잎사귀 한 장을 만든다면 식물들은 잎사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적을 것이다.”

자연의 성질이나 규율을 따르지 않고 한 개인의 몸에 의거하거나 지혜 만을 배운다면 잎사귀 하나를 만든 행동인 것이다.

“만물은 자연스러움에 의지하고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는다.” “문으로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고 창문으로 내다보지 않아도 자연의 이치를 안다.” 사람의 눈과 귀는 소리와 색을 분별하는 정신의 창이며, 정신은 겉모습을 분별할 뿐 아니라 주인으로서 실체를 떠나서는 안된다.

▶자기 뺨의 찔린 상처도 모르는 자

백공승은 내란을 꾸미고 있었다. 그는 조정에서 물러나오는 길에 채찍을 거꾸로 쥐어 예리한 부분에 뺨이 찔려 피가 흘렀으나 알지 못하였다.

장나라 어떤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자기 뺨의 상처도 모르는데, 장차 무슨 일인들 잊지 않겠는가?”

그래서 노자는 말하였다.

“먼 곳까지 나갈수록 그 지혜는 더욱 적어지게 된다.”

먼 곳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가까이 있는 것은 빠뜨리게 된다는 뜻으로 성인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보지 않아도 분명하여 시세에 따라 일으키고 자연의 성질에 따라 공을 이루며 만물의 능력을 이용해 그 위에서 얻으므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였다.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

초나라 장왕이 즉위한 지 3년이 되도록 명령도 내리지않고 정무도 처리를 하지않아 곁에서 모시던 우마사가 수수께끼를 냈다. “새 한마리가 남쪽 언덕에 멈추어서 3년 동안 날갯짓도 하지않고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안혹 조용히 있는데 이 새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왕이 말하길 “ 3년간 날갯짓을 하지 않는 것은 장차 날갯짓을 크게 하고자 함이요 날지않고 울지도 않는 것은 장차 백성들을 살피고,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을 가를 것이오, 울면 반드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반 년이 지난 뒤 왕은 직접 정사를 돌보게 되면서 많은 이가 승진하고 주살되며 은사로 등용되고 병사를 일으켜 서주를 격파하고 진나라와 싸워 승리하고 제후들을 송나라로 불러 모아 천하의 패자가 되었다.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며, 작은 소리는 잘 내지 않는다.”

▶자신의 눈썹은 보지 못한다

초나라 장황이 월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자 두자는 “지혜는 눈과 같아 백 보 밖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볼 수 없습니다. 초의 병력은 쇠약하여 진나라에 패배해 수백 리의 영토를 잃고, 장교가 국내에서 도적질을 해도 벼슬아치들은 이를 금할 수 없이 정치가 어지러운 상황입니다.” 왕은 월나라 공격계획을 멈추었다. 지식은 다른 사람을 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는데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여 살이 찐 자

증자가 자하를 만나 이렇게 말하였다. “ 어째서 살이 쪘소?” 자하는 “선왕의 의를 보게 되면 영광으로 생각하고 밖에 나가 부귀의 즐거움을 보게 되면 또 영광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이 두가지가 가슴속에서 싸울 때는 승부를 알지 못했으므로 여위었지만 지금 선왕의 의가 승리했음으로 살이 찐 것이오” 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뜻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이기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 한비자를 ‘공포 마케팅의 대가’ 라고 한 말이 와 닿습니다. 권력을 잃고 나라를 빼앗기고 신하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목숨을 잃게 되는 역사적 여러 사례들을 나열하여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문둥병자가 군주를 불쌍하게 본다”는 말까지 하면서 진의 왕이 한비자 자신의 조언과 경고를 듣게 하려는 전략적인 공포의 책사로 여겨집니다.

<정리 = 정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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