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 달리 '한비자' 강독 (5) - 비내(備內), 남면(南面), 식사(飾邪)

강독 교재 : 『한비자』(김원중 옮김, 휴머니스트)
참석 : 김도훈 김시형 김영주 박선정 양경석 원동욱 이영희 장예주 정미리 진희권 최영춘 최중석

달리 승인 2021.04.19 16:10 | 최종 수정 2021.06.29 14:56 의견 0

인저리타임은 「인문학당 달리(대표 이행봉, 소장 박선정)」의 인문학 나눔 운동에 동참하면서 독자께 인문학의 향기를 전하고자 '달리의 고전강독'을 소개합니다. 달리의 고전강독(수요강독)은 지난해 4월 22일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진행했고, 새해부터 『한비자』 강독이 진행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랍니다. 

인문학당 달리 '한비자' 강독 모습
인문학당 달리 '한비자' 강독 [달리 제공]

◆ 제17편 비내(備內)(내부를 방비하라)

'수레를 만드는 일과 관 만드는 일도 이익 때문에 한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수레가 많이 팔려야 하므로 사람들이 부유해지기를 바라며 관을 짜는 사람은  사람이 많이 죽기를 바랄 것이다. 이는 수레 만드는 사람은 착하고 관 짜는 사람이 나쁜 놈이어서가 아니라 이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군주의 측근들 (후비나 부인과 태자 )  또한 군주가 죽기를 바라는  것은 군주를 증오해서가 아니라 군주의 죽음으로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군주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많 수록 군주는 위험해지는 법이다. 도화춘추에 군주가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고 하였다.

군주의 권세를  신하에게 빌려주면 위치가 바뀌게 된다. 춘추의 기록에 법을 어기고 군주를 배반하며 중대한 죄를 범하는 일은 일찍이 높은 직위와 강력한 권세를 가진 대신들에게서 나온다고 하였다. 군주의 이목이 가려지면 군주는 이름만 남고 권력은 신하에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마땅히 군주는 측근의 권세를 소멸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해와 달 곁의 거울이 밖은 에워싸도 적은 그 안에 있다. 사람들은 증오하는 자를 방비하지만 재앙은 사랑하는 자에게 있다' 


◆ 제18편 남면(南面)(군주가 정사를 살필 때 얼굴을 남쪽으로 향하는 것을 남면이라 하고 신하들이 북쪽의 군주를 향하는 것을 북면이라 한다. 따라서 남면이란  군주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군주는 신하의 진언과 침묵에 책임을 물어라'

신하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서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는데 물러나 과도한 경비를 지출했다면 비록 공을 세웠더라도 사안을 올릴 때는 성실함이 없었던 것이다. 진언했을지라도 성실함이 없는 자는 벌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일에 의해 미혹된 것'이라 한다. 군주는 신하들로 하여금 반드시 자신이 한 말을 책임지게 하여야 하며 또한 의견을 말하지 않은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의견을 내면서 말의 시작과 끝이 없고 사실에 대한 확증도 없다면 이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한편으로 책임이 두려워서 진언을 하지 않고 중요 직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진언하지 않은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를 가리켜 '진언과 침묵 모두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 한다.

◆ 제19편 식사(飾邪)(사악함을 경계하라)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드는 방법은 사악한 행위를 경계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악한 행위는 점과 미신을 뜻한다. 점과 미신에 의존하면 나라가 망한다. 거북이 등딱지를 굽고 산가지를 세어 매우 길하다는 징조가 나오자 조나라가 연나라를 공격하다 실리정책을 펴던 진나라에 요새 전부를 빼앗긴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또한 강력한 외국 제후들의 도움에 의지하여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행위 역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산동육국(전국시대 진나라를 제외한 여섯나라)은 모두 법령과 금령을 밝혀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외세에 의존하다 사직을 멸망시켜 버렸다. 약하고 어지러워진 나라가 망하는 것이 인간세상의 본질이라면 강하고 잘 다스려지고 부강해진 나라가 왕 노릇하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온 법칙이다. 군주가 다스리는 법에 밝으면  나라가 비록 작더라도 부유해 질 것이며 상벌을 삼가고 믿음을 가지면 백성이 비록 적더라도 강해질 것이다.

'치워라, 그것은 술이로구나'

초나라 공왕이 진나라 여공과 언릉에서 전투를 하다 초는 패하고 공왕은 부상을 입었다. 전투가 한창일 때 초의 장수 사마 자반이 목이 말라 물을 찾자 시종 곡양이 술을 따라 그에게 올렸다. 자반이 말하길 '치워라, 그것은 술이로구나' 곡양이 말했다. '술이 아닙니다' 술을 좋아하던 자반은 받아 마시고 취해서 뻗어 버렸다. 초의 공왕이 다시 싸우고자 자반을 불렀는데 오지 않아 가보니 자반의 막사에는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의를 상실한 공왕은 군대를 철수시키고 자반을 처단해 시장에 내걸었다. 시종 곡양이 술 한잔으로 주군을 섬긴 작은 충성이 오히려 주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경계하라 '작은 충성이 큰 충성을 해할 수 있다' 

군주는 계산하여 신하를 기르고 신하는 계산하여 군주를 섬긴다. 군주와 신하는 서로 계산을 하니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 나라를 이롭게 하는 일을 신하는 하지 않고 나라를 해치면서 신하를 이롭게 하는 일을 군주는 하지 않는다. 군주와 신하의 관계가 계산에 따라 합쳐지는  상황에서 결사적 행동과 지혜와 힘을 모으는 방법은 법률에 의지하는 것이다. 상과 벌이 분명하면 백성들은 목숨을 바치고 백성들이 목숨을 바치면 병력은 강해지고 군주는 존중된다. 따라서 공과 사는 분명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법률과 금령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17, 18, 19편의 키워드는 법령, 금령, 상과 벌. 군주는 이를 밝혀 나라를 다스릴 것 등이 한비자의 반복되는 메시지이다. 인간을 선악의 관점이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현실적 존재로 보는 한비자의 인간관이 더 위력적으로 보임은 자본주의  위력에 너무 익숙하거나 너무 일찍 굴복해 버린 탓이 아닐까 하는 회한과 함께 정리를 마친다.

<정리 =최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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