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54) 영산(靈山) 태백산(太伯山) 천제단, 열목어 서식지 백천계곡

박홍재 기자 승인 2022.10.04 11:05 | 최종 수정 2022.10.10 18:42 의견 0
O2 리조트에서 보는 전경
O2 리조트에서 보는 전경

금강송 붉은빛이 아침을 맞아 더욱더 선명하게 도드라져 눈에 들어온다. 멀리 아침 산그리메가 안개를 품어 아름다운 아침을 장식해 주고 있다. 기분 좋게 밝은 마음으로 시작되는 오늘 여정은 태백산 등산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산소 충만한 해발 1,100m에 자리한 오투(O2) 리조트에서 시작한다. 함백산 천혜의 자리에 잘 가꾸어 놓은 주위 환경이며 바라다보는 전망이 산뜻한 기분을 더욱더 끌어올린다. 하늘은 잔뜩 구름이 끼었지만, 맑은 공기는 마음껏 우리 가슴에 와닿는다.

부쇠봉에서 바라본 태백산 정상
부쇠봉에서 바라본 태백산 정상

‘태백산은 1989년 5월 13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2016년 우리나라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전체면적은 70.052㎢이며 천제단이 있는 영봉(1,560m)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봉(1,567m) 동쪽에 문수봉(1,517m), 영봉과 문수봉 사이의 부쇠봉(1,546m)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최고봉은 함백산(1,572m)이다. 태백산은 수천 년간 제천의식을 지내던 천제단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등 풍부한 문화자원과 야생화 군락지인 금대봉~대덕산 구간, 만항재, 장군봉 주변의 주목 군락지,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 등 다양하고 뛰어난 생태 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넓은 의미로는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문화적으로 신성한 의미와 특수한 기능을 가진 성스러운 산에 대한 일반적인 명칭이다.’<태백산 개요>

태박산 등산 출발점 당골지원센터
태박산 등산 출발점 당골지원센터

태백산 국립공원 당골 탐방로이다. 당골 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성황당 작은 기와집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무 뒤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지나가면서도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토속신앙의 진원지이기도 한 곳이다. 오늘 안전 산행을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차도 옆 인도를 오른다. 이내 산으로 진입하는 당골광장에 다다른다. 좌측에는‘태백석탄박물관’으로 가는 길이다. 오래전에 와 본 기억을 더듬는다.‘ 먹물배기 기억 속으로’라는 박물관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는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요즘은 오랜된 것에 대한 체험행사가 많다.

단군성전 0.2km, 망경대 4km, 단종비각 4.2km, 천재단 4.4km를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난 길을 향해 오른다. 단군성전 앞에는 천부경(天符經)이 돌에 새겨져 있다. 곁에 근재(槿齋) 안축(安軸1282~1348)이 쓴 ‘태백산에 오르다’는 시가 또 새겨져 눈길을 이끈다.

안축의 '태백산에 오르다' 시비

태백산에 오르다
                                      안축

 

긴 허공 곧게 지나 붉은 안개 속 들어가니
최고봉에 올랐다는 것을 비로소 알겠네
둥그렇고 밝은 해가 머리 위에 나직하고
사면으로 뭇 산들이 눈앞에 내려앉았네
몸은 날아가는 구름 쫓아 학을 탄 듯하고
높은 층계 달린 길 하늘의 사다리인 듯
비 온 끝에 온 골짜기 세찬 물 불어나니
굽이도는 오십천을 건널까 근심되네!

내가 오늘 오른다면 저 시만큼이나 느끼고 감탄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길게 쉬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딛는다.

태백산 꽃들
태백산 꽃들

길가에는 아침 안개에 젖은 꽃들이 맑은 얼굴을 한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 하려고 저렇게 땀을 흘리면서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글쎄 왜 오르느냐고 물으면 거기 산이 있어 오른다고 말을 한다고 하던가? 몸이 땀에 젖을 만큼 오름길을 오른다. 물소리에 조금은 시원함을 느끼면서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간다. 아니 저 앞쪽을 향해 간다.

노루오줌꽃이 분홍 잎을 피우고 맑게 웃고 있다. 그 옆에 흰 산수국도 피어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갖가지 식물들이 아침 공기에 싱싱하다. 그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정상을 향해 오른다. 땀이 흠뻑 젖는다. 나무다리 건너기 전에 호흡을 조금 가다듬는다. 쉬면서 다리 아래 물소리를 듣는다. 청량하다.

계곡의 이끼
계곡의 이끼

물이 흐르는 곳에 폭포를 이루고 이끼가 끼어 여름의 속내를 더 깊게 드리운다. 땀을 식히는 동안 간단하게 간식으로 열량을 높인다. 나무들도 넘어져서 아무런 불편 없이 있는 그대로다. 짓눌린 나무도 불평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 곁에는 풀이 자라고 나무도 자라고 있다. 자연은 서로 보듬으면서 살아가는 순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들의 무덤, 호식총

곁에 보니 호식총 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호식총’은 호랑이에 물려 숨을 거둔 사람의 무덤이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있을 때는 종종 그런 일이 있었는가 보다, 잠시 섬뜩한 기분이 든다.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반재 안전 쉼터에서 도착하여 보니 출발지인 당골광장까지 2.4km 왔다. 거의 반을 올라왔다. 다시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나무 사이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대신 곁에 있는 나뭇잎들은 연초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 돌무더기가 있는데 손을 모으는 사람들도 보인다. 무슨 염원이 있겠지.

용정
용정

옛날부터 천제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470m)애 위치한 망경사 앞 용정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신다. 태백산 정기를 마신 듯이 시원함을 느낀다. 안개는 주위를 둘러쳐져 10m 정도만 보인다. 바로 위에 단종비각이 있다. 단종이 죽어 태백산 신령이 되었다고 전해져서 1955년에 비각을 세우고 월정사 탄허 스님이 쓴 비문이 안치되어 있다.

단종비각
단종비각

다시 돌로 잘 다듬어진 산길을 오른다. 길가에는 산에 피는 꽃들이 피어있다. 드디어 태백산 정상이다. 10시 30분이다. 주위는 안개로 덮여 버려서 보이지 않는다. 천제단을 둘러보고 주위를 살피는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걷히다가 덮고를 연거푸 하면서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겨울에 왔던 기억을 하면서 땀을 식힌다. 하늘에 제사를 지낸 천제단에 고개를 숙인다. 영험한 기운을 느낀다.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마음이 확 틔워진다.

태백산 정상
태백산 정상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천제단

문수봉 쪽으로 내려가다, 오른편으로 다시 부쇠봉(1,514m) 쪽으로 하여 백천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길가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 나무들이 곳곳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라고 있어 볼거리를 보고 내려간다.

태백산에서 바라본 문수봉
태백산에서 바라본 문수봉

 

태백산 주변 풍경
태백산 주변 풍경
태백산 주변 풍경
태백산 주변 풍경
태백산 주변 풍경
주목들
태백산 주목들

 

길에서 만나는 식물과 꽃들은 지친 우리를 위로해 주고 있는 듯하다. 부쇠봉 백두대간 길을 잠시 걸어서 간다. 수많은 등산객이 백두대간을 걷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 가장 긴 등산로이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부쇠봉 정상 표지석

백천계곡을 향해 내려오는 길이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는 중간에 금강송이 무더기로 보인다. 또 보호수가 있다. 소나무가 수령 305년(2011년 12월) 높이 20m, 둘레 376cm,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산13-1에 위치한 나무이다. 한참을 올려다본다. 보면 볼수록 참 멋진 소나무다.

백천마을 이정표
백천마을 이정표
백천마을 집
백천마을 집

백천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4호 열목어와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 서식지이다. 당집과 디딜방아, 숯가마 터 등이 있다. 끝집, 옛집, 나무다리집, 큰바우집, 사과부잣집, 투방집 등 6가구가 사는 산촌이다. 10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보호하고 있다. 계곡에는 열목어가 마음껏 놀고 있었다. 나는 한참이나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백천계곡 열목어
백천계곡 열목어

긴 하루의 산행이 끝나고 있다. 긴 능선길을 따라 걸으면서 금강송을 그리고 백천계곡에 있는 옛것을 간직한 것들이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보던 것을 기억해내게 해 주었다. 온천욕을 한 것처럼 태백산 공기에 말끔히 씻고 나온 기분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본다.

영산 태백산을 거쳐 청정지역 백천계곡을 내려온 나는 맑은 마음이 배었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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