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세상 22 - 인본 추천 도서】 무더운 여름, 교양의 바다에서 보내는 시원한 북캉스

부산 출판사들의 공동 출간 프로젝트 '비치 리딩 시리즈' / 장현정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회장)

인본세상 승인 2023.09.18 14:31 | 최종 수정 2023.09.22 12:20 의견 0

2022년 1월 27일, 부산에서 활동하는 출판사 34개가 모여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를 출범했다. 근대 이후 세계 지식 담론의 서구 편향성은 심각한 수준인데 이는 단일국가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동안 한국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출판과 문화예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형적일 정도로 심했다. 이는 곧바로 정신과 문화의 식민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도 부산은 입버릇처럼 늘 서울을 의식하고 서울과 비교하며 오래된 콤플렉스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온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출판은 진흥의 대상이기보다 억압과 금지의 대상이기도 했다. 통제된 지식과 담론만 서울을 중심으로 유통되었고 지역마다 고유한 출판과 독서문화가 자리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한국 출판, 나아가 지역출판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는데 더구나 지금은 로컬과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식과 문화, 교양과 담론의 생산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꾸준히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협회는 출범 이후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그중에서도 본업인 출판을 통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비치 리딩 시리즈(Beach Reading Series)’를 기획했다. 부산이라고 하면 역시 바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니, 바닷가 혹은 여행지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선보이자는 기획이었다. 협회 회원사 중 ‘냥이의 야옹’, ‘인디페이퍼’, ‘목엽정’, ‘미디어줌’, ‘베리테’, ‘예린원’, ‘호밀밭’까지 우선 7개 출판사가 뜻을 모아 첫 번째 시리즈로 8권의 책을 여름철에 맞춰 선보였고 올해도 여름에 5~7종의 시리즈 출판물이 나올 예정이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 많은 출판사와 협업함으로써 부산 고유의 출판문화를 선도하고 부산에 오는 많은 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칠 수 있는 독서문화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비치 리딩 시리즈>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스텔톤 디자인으로 통일성을 주는 한편 도서마다 내용을 드러낼 수 있는 고유한 디자인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차별성을 두었다. ‘내용도, 책 무게도, 가격도 가볍게’라는 기획 의도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에 150페이지 내외의 구성, 만원이 안 되는 책 가격을 붙였고 2022년 시리즈에는 스릴러, 호러, SF를 묶은 장르 단편집부터 에세이, 그림책, 소설, 인문, 취미, 시, 그리고 웹툰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했다.

인디페이퍼 출판사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호러, SF 단편집 『먹구름이 바다를 삼킬 무렵』을 펴냈는데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수상 작가이자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 상을 수상한 정명섭 작가와 제2회 황금가지 문학상 수상작인 『열 번째 세계』의 작가 김주영, 그리고 ‘제1회 NHN 게임문학상’에 입상하며 작가로 데뷔한 문화류가 함께 했다. 또, 부산에서 시사만화와 카툰을 시작으로 웹툰과 스토리, 캐릭터 굿즈 등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하마탱 작가와 함께 “거침둥이 하마탱이와 우렁각시의 고군분투를 담은 초미니웹툰”을 표방한 웹툰 책 『라면 먹고 갈래요』도 함께 출간했다.

미디어줌 출판사는 글 쓰는 사진가 박수정과 글 쓰는 커피 마니아 진가록이 함께 ‘부산 바다 커피’라는 주제로 부산의 커피와 카페를 탐방하며 쓴 커피 체험 에세이 『부산 바다 커피』를 펴냈고, 이 책은 부산 원북원 추천도서의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을 전문적으로 펴내는 목엽정 출판사는 송진 시인의 시를 통해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물들과 생명들이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전달하는 『플로깅 plogging』을 펴냈고, 베리테 출판사는 김동균 소설가의 단편들을 묶어 『날아감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다. 표제작 「날아감에 대하여」는 두 친구가 주고받는 만담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독특한 소설이다.

예린원 출판사는 나를 지우고, 나를 세우는 힐링이 있는 여행에세이 『부산- 포구를 걷다』를 펴냈다. 부산을 대표하는 시인 동길산이 부산 곳곳의 포구를 직접 다니며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릴 아름다운 단상들을 글로 풀어냈다.

그림책을 주로 펴내는 냥이의야옹 출판사는 부산 출신 작가 7명과 함께 옴니버스 그림책 『우리들의 바다』를 펴냈다. 각자 마음에 품은 바다를 4컷 그림책의 형태로 보여주며 각기 다른 이야기와 그림이 만나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우리들만의 바다 이야기를 표방했다.

끝으로 호밀밭 출판사는 바다와 관련 있는 52개의 문장을 통해 인문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인문 에세이 『바다의 문장들 1』을 선보였다. 이 책은 인생을 더 넓고 시원하게 살기 위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52개의 문장과 단상을 전해준다.

협회는 올해를 비롯해 앞으로도 꾸준히 싱그럽고 시원한 읽을거리들을 ‘비치 리딩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많은 분의, 특히 책과 바다를 사랑하는 부산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장현정 대표
장현정 대표

◇ 장현정

(주)호밀밭 대표이사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회장
부산대 사회학 박사 수료 후 제1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혁신포럼 위원, 대한민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록킹소사이어티』 『바다의 문장들 1』 등의 책을 썼으며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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