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주홍빛물만 들여놓고 / Leeum

Leeum 승인 2020.11.09 22:05 | 최종 수정 2020.11.09 22:16 의견 0

주홍빛물만 들여놓고(비가) / Leeum

꽃 진 언덕에 
복숭앗빛 바람이 살랑입니다
꽃받침 가득히 씨앗 품어 안고서
그리움이 저만치서 걸어갑니다

염치없이 보채는 가난한 마음에
선물만 쏟아놓고 산책 나가셨나 봅니다
안 그런척 하지만  많이 보고 싶을겁니다

바스락바스락
좌르르
주홍빛물만 들여놓고 ....

<시작노트>
숲을 걷다가 편지를 씁니다

그대의  하늘과 바람 산 들에 핀 꽃들에게 ..

차에서 내려 첫 발을 내딛자
바스락 소리가 소스라치는 까칠한  여자아이의 비명소리로 들렸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말 하나 늘어나고 하고싶은 말이 많아
옹알이하는 아기처럼
숲 속 여기 저기서 노란산국도 수군거립니다
꼭 그렇치만 않았습니다

이렇게 슬픈 늦가을아침을  혼자 보다니..

숭숭 
찬바람 서성이고
나무는  땅 위에 열두 폭 그림을  그려놓았습니다
산은 자꾸만 야위어가고
밤새 나무는 우수수 슬피 울기도 했다고 산비둘기가 구구구 전해줍니다

지는 것은 또다시 태어나는 것..

달리다  멈춰서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무는 연두빛이었던  그 봄날을 알고있을까

주홍빛 물든 콜베의 정원에서 그대 생각입니다

Leeum 김종숙

◇Leeum 시인은

▷문예마을 시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수상(2020)
▷한양문학 정회원, 문예마을 정회원
▷시야시야-시선 동인
▷동인지 《여백ㆍ01》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주)금호T/C 재직,  기획공연- 다솜우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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