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05 - 쓰레기에 대해 관대하다고?

박기철 승인 2023.09.21 16:40 | 최종 수정 2023.09.21 16:46 의견 0

쓰레기에 대해 관대하다고?

영어로 땅을 간다는 ‘culture’는 한자로 ‘文化’입니다. 서양에서는 땅을 갈아 경작하는 것을, 동양에서는 글을 쓰는 것을 문화로 보았지요. 사유방식이 서양은 물질적이고, 동양은 정신적인 것  같네요. 사실 문화라는 어휘는 일본인이 19세기 말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영어 컬츄어를 번역한 일본식 한자이지요. 사회, 과학, 철학, 물리, 심리, 개인, 기여, 냉장고 등 우리가 쓰는 수많은 단어들도 일본식 한자입니다. 그런데 문화란 땅을 가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삶의 방식이 문화이지요. 저는 문화보다 삶의 방식인 생식(生式)이 더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생식은 어떤가요? 계곡을 내려오니 쓰레기가 넘칩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생식을 가지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2005년에 일본의 대마도를 갔는데, 거기 계곡에서 쓰레기가 버려진 생식을, 우리 계곡 어디에나 진을 치며 술과 음식 파는 생식을, 계곡에 앉아 삼겹살 구워먹는 생식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신발이 돼지족발처럼 두 개로 갈라졌기에 쪽빠리라고 우리가 비하해서 부르는 저들은 쓰레기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우리보다 깨끗한 생식을 가지며 살고 있지요. 대마도 산에서 찍은 불법투기금지 팻말처럼 쓰레기를 버리면 징역 5년이나 벌금 1000만엔입니다. 세상에나! 쓰레기를 산에 버리면 벌금이 1억 원이 넘는다니 참 놀랍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쓰레기라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관대합니다. 계곡에 처참히 버려진 쓰레기를 보아도 무심하게 넘기며 그러려니 합니다.

저들은 저리 엄격한데 우리는
저들은 저리 엄격한데 우리는

계곡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는 집 주변, 직장 주변, 유흥가 주변 어디에나 쓰레기는 넘칩니다.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는 종(homo rubbish)이지요. 우리 인간만이 쓰레기를 남깁니다. 그 많은 쓰레기들을 어떻게 감당하고 사는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무섭기도 합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배설물은 땅으로 흩어져 순환됩니다.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는 이처럼 썩지도 못하고 깨끗한 계곡을 처참하게 더럽힙니다. 그래도 이 지구는 신음하며 아파할 것 같지 않지요. 생명체지구(Gaia)는 우리 인간에게 엄마처럼 자애롭지도, 숫처녀처럼 연약하지 않습니다. 이런 짓이 계속된다면 호모 러비쉬를 다른 종으로 대체해 버리고 말 겁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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