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06 - 온천천이 깨끗해졌다고?

박기철 승인 2023.09.24 11:37 | 최종 수정 2023.09.24 11:44 의견 0

온천천이 깨끗해졌다고?

경부선으로 서울 진입 때 영등포, 부산 진입 때 구포를 통해 들어갑니다. 둘 다 포구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울과 부산을 비교할 때 닮은 곳이 많습니다. 해방 후 번화가였던 서울의 명동과 부산의 남포동, 명동 옆 남대문시장과 남포동 옆 국제시장, 인근의 남산공원과 용두산공원, 새로운 중심상권이 된 서울 동대문과 부산 서면, 한강으로 나뉘는 서울의 강북․강남과 낙동강으로 나뉘는 부산의 강서․강동, 옛 중심지였던 부산의 동래와 서울의 종로, 대학 세 개가 몰린 서울의 신촌역과 부산의 경성대부경대역,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

그리고 도심을 흐르는 개천인 서울 청계천과 부산 온천천!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청계천은 북한산 등지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는 게 아니라 한강에서 물을 끌어다 흐르게 하는 인공천입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청계천은 전기 에너지로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수족관이지요. 반면에 온천천은 금정산 등지에서 흘러들어온 물이 흐르는 자연천입니다. 겉모습으로 봐서는 청계천이 멋지지만, 실속에 있어서는 온천천이 진짜 개천답지요. 산에서 내려와 이 온천천을 따라 쭉 걸어 가니 너무도 편안합니다. 그런데 맘이 불편해집니다.

청계천보다 실속있는 개천
청계천보다 실속있는 개천

온천천 초입에서 나는 악취가 기분을 상하게 하니까요. 하류로 내려갈수록 냄새가 안납니다. 그 이유가 있겠더군요. 수영강의 지천인 온천천은 하류가 상류보다 맑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까닭은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여 들어와 오염된 물을 희석시키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또 다른 개천인 동천도 오염이 심해지자 바닷물을 끌어와 희석시켜 깨끗해졌다고 좋아합니다. 예전에 경기도의 시화호가 오염되자 바닷물을 끌어들여 희석시켜 이제는 담수호가 아닌 해수호가 되어 깨끗해졌다고 좋아합니다. 과연 깨끗해졌다고 좋아할 일일까요? 저는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 흐름처럼 그냥 가만히 순리적으로 생각하니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바다까지 오염시키면 어쩌시렵니까? 한없이 인간의 오염을 품을 것처럼 보이는 바다도 언젠가 인내의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쓰레기를 줄여 작은 개천이나 샛강을 원래대로 깨끗한 물이 흐를 수 있게 하는 일! 그게 바로 4대강 사업이고 뭐고 강을 살리는 기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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