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07 - 서울처럼 크고 강하다고?

박기철 승인 2023.09.24 11:44 | 최종 수정 2023.09.24 11:47 의견 0

서울처럼 크고 강하다고?

TV 개그 프로를 보면 경상도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아니라 웃기게 나옵니다. 경상도말을 경상도 사투리라고 하는데, 접미사 ‘리’가 들어가는 멍텅구리, 엉터리, 쪽바리처럼 사투리란 좋은 뜻이 아니지요. 어느 지역의 말을 비정상으로 여기며 비하하는 단어이지요.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은 탯말이 왜 서울말에 비해 못난 말이 되는지 가만히 생각하면 이상합니다. 교양있는 서울사람들이 쓰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의하는 것도 진짜 이상하지요. 시청자를 웃긴 김해 출신의 어느 개그맨은 고향에 가면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자기네 경상도 사투리로 사람들을 많이 웃겨 유명해졌다고요. 자기네 지역의 고유한 탯말을 희화화시켰으니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요. 아무튼 무조건 유명해지면 그냥 다 좋아지는 시대입니다.

그 개그맨이 TV에 나와 하는 경상도 말로 떠드는 말이 자기 고향에도 서울에 있는 건 다 있다고 외칩니다. 지방 출신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며… 마음만은 턱(특)별시라며… 우리나라에서 서울 빼면 다 지방이고 촌스러운 시골입니다. 부산도 시골과 같은 변방으로 취급받지요. 우리나라처럼 서울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전세계에 없을 겁니다. 가령 미국사람들은 뉴욕을 중심으로 저 서쪽 끝의 시애틀이나 남쪽 끝의 휴스톤을 지방으로 보지 않지요. 그냥 그 지역이라고 하지요. 부산도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동남권에 위치한 도시가 아니라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도시이지요. 그런데 부산사람들조차 자기네가 사는 지역을 별 생각없이 동남권이라고 합니다. 서울 기준의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서울 이외의 지역말이 개그 소재로 비하되는 이 시대의 개그 코메디같은 현상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수영천변 아파트의 화려한 야경

수영천변 센텀지구에 이렇게 삐까번쩍한 아파트가 들어서도 서울 중심으로 생각하면 부산이 서울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여겨질 뿐입니다. 그런데도 부산의 도시정책은 다이나믹 부산, 크고 강한 부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서울처럼 되려고만 합니다. 이 화려한 아파트들은 부산(釜山)다움보다 철학적 안목없는 정책방향에 따라 만들어진 부산(浮散)스런 건축물이기 쉽습니다. 부산스럽기보다 부산다운 알맹이는 따로 있겠지요. 그 알맹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때, 부산은 당당한 지역이 못되고 동남권 지방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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