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09 - 화려한 불꽃축제라고?

박기철 승인 2023.09.27 14:28 | 최종 수정 2023.10.05 10:30 의견 0

화려한 불꽃축제라고?

예전에 모 대학교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한 전등트리 축제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이 축제를 보기 위해 늦은 밤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가지각색의 전등 트리들이 휘황찬란하며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밤 12시가 딱 되자 그렇게 많던 전등트리의 전기불이 일제히 꺼졌습니다. 그리곤 그리도 멋지고 화려했던 밤의 영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기분이 참 묘하고 허하더군요.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밤에 보여주는 축제는 모두 다 허망 허전 허황한 것이로구나! 진짜 축제는 벌건 대낮에 일어나는 것이로구나!”

밤의 야경이 이쁘다는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이 사진을 찍으며 가장 유명한 밤의 축제인 부산불꽃축제가 생각났습니다. 이 축제 때 한 시간에 십억원어치 넘는 폭죽들이 뻥뻥 터집니다. 참으로 기기묘묘한 불꽃들이 삼삼합니다. 그 불꽃들의 장관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여기 광안리 주변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섭니다. 그러나 문제는 멋진 불꽃놀이가 딱 끝나고 나서이지요. 화려한 불꽃 장관은 처참한 쓰레기 가관으로 이어집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나옵니다. 부산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물론 부산 시민들 스스로 창피해야 할 정도로 쓰레기가 배설됩니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다녀갔고 이로 인한 경제효과가 얼마이며, 이 행사가 내년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뉴스와 기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꼭 나옵니다. 심각한 쓰레기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쓰레기 축제가 되는 광안대교 앞에서
쓰레기 축제가 되는 광안대교 앞에서

왜 그럴까요? 왜 불꽃축제는 보기 처참할 정도의 쓰레기가 마구 배설되는 쓰레기 축제인데도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무심하며 관대한 걸까요? 쓰레기야 청소원들이 치우면 되고, 오로지 멋진 불꽃영상을 보여주면 된다는, 또 관광객만 많이 와서 돈만 많이 쓰게 하면 된다는 유치천박(幼稚淺薄)한 생각 때문이 아닐까요?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밝은 영상을 보여주는 건 사람들 눈을 잠시 속이는 게 아닐까요? 그 따위 눈요기깜의 밤의 불꽃축제 따위는 확 거두어 치워 버리고 밝은 대낮에 진짜 실속을 자신감 있게 드러내도록 안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의 시대에 속으로 충실히 채워야 할 가치를 이야기하려니 저의 마음은 갑갑하고 답답해집니다. 한마디로 안타깝습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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