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10 - 경제수준이 높아졌다고?

박기철 승인 2023.09.27 14:30 | 최종 수정 2023.10.05 10:24 의견 0

경제수준이 높아졌다고?

이제 드디어 밤늦게 집으로 들어가기 직전입니다. 그런데 좋은 기분이 아닙니다. 이런 쓰레기 길을 거쳐서 들어가야 하니까요. 늦은 밤 부산의 대표적 대학가로 알려진 경성대부경대역 부근의 유흥가를 걷다보면 이 같은 길바닥 쓰레기들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쓰레기의 생활화라고 해야 할까요? 유흥업소를 안내하는 찌라시들이 마구 길에 버려져 있습니다. 아니 그냥 버려진 것이라기보다는 업소의 광고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길바닥에 뿌려져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길바닥이 광고판이 되는 꼴이지요. 광고판은 곧 난장판이 되는 것이구요.

사람이 걷는 길바닥이 난장판의 광고판이 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꼴을 보고도 무심한 사람의 마음입니다. 안에만 깨끗하면 되고 밖이야 별 상관하지 않습니다. 새벽에 청소원들이 쓰레기를 싹 치우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길거리를 배설의 축제공간으로 당연히 여기며 마구 쓰레기를 버립니다. 특별히 불꽃축제 끝나고 난 후의 쓰레기 축제 때만이 아니라 매일 쓰레기축제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쓰레기가 길바닥에 뿌려지고 버려지는 것이 계속되는 한 우리 시민의 기본 품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지요. 아무리 이곳의 상권이 좋아 장사가 잘 되더라도 대학가로서의 품격은 확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생활 쓰레기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해결책을 모색하기는커녕 그냥 그러려니 관대하다면 정말로 잘 사는 도시, 잘 사는 나라가 되기 힘듭니다.

쓰레기 난장판을 지나며
쓰레기 난장판을 지나며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호모 러비쉬’인 인간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람 한명한명이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을 하며, 쓰레기를 할 수 없이 버려야만 한다면 죄짓는 불편한 마음으로 쓰레기를 조심스럽게 버릴 때 우리는 인간의 원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쓰레기가 덜 나오는 생활방식, 쓰레기를 조심해서 잘 버리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은 지구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기본예의가 아닐까요? 아무리 경제수준이 높아져도 쓰레기에 대한 의식수준이 이처럼 낮다면 선진국은커녕 쓰레기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크고 강한 부산’을 슬로건으로 외칠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아름다운 부산’이 되도록 우리 일상주변을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요?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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