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08 - 부산이 해양도시라고?

박기철 승인 2023.09.27 14:24 | 최종 수정 2023.10.05 10:31 의견 0

부산이 해양도시라고?

이 생각기를 원래 108회로 마무리지려고 했는데, 바로 전의 107회 글에서 언급한 부산다운 알맹이가 뭔지 이야기하지 못한 채 끝냈기에 연장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찍은 사진의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 한 컷의 사진을 고른 것이 바로 굴다리 밑 벽면에 쓰인 ‘동래 얼쑤’입니다. 이 슬로건을 보며 동래답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쑤란 지화자나 얼씨구절씨구처럼 흥에 겨워 나오는 추임새이지요. 특별한 뜻은 없고 그냥 ‘좋다!’는 기분의 표현이지요. 동래구는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화 되지 않고 자기네 옛날로 돌아가 전통적으로 들에서 놀며 추는 동래야류(東萊野遊)에서 ‘얼쑤 동래’라는 슬로건을 찾은 것이지요.

지금은 부산시의 동래구이지만 과거에는 동래부 부산포였습니다. 부산은 동래에 딸린 자그마한 포구마을이었지요. 그런데 일본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와 부산항에서의 거래가 활발해지자 동래에서 부산으로 그 중심축이 넘어가며 부산이 됩니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 이전에 가마솥釜 뫼山이라는 지명처럼 원래 산의 도시입니다. 가마솥을 엎어놓은 듯한 산들이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부산 어디에서든 조금 걸어서 가까운 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평평한 해변보다도 경사진 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지요. 가마솥 산의 배를 가로지르는 산복(山腹)도로와 이 주변의 산복마을이 바로 부산다운 알갱이이자 속모습입니다.

부산의 본토였던 동래의 슬로건
부산의 본토였던 동래의 슬로건

그러면서 부산은 해양도시가 아니라 바다의 도시입니다. 바다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곳입니다. 받아들이므로 바다입니다. 참혹했던 6․25 전쟁 때 피난 온 수백만명을 받아들인 곳이 바로 부산입니다. 받아들이며 품은 곳은 결국 바다 근처의 많은 산들이었습니다. 한계를 넘어 과하게 품다보니 산들이 훼손되었습니다. 1988년에 있었던 소나무 재선충 발발지가 부산의 산이었다는 사실은 그 분명한 증거입니다. 이제 그 산들이 제대로 숨쉬게끔 순리적으로 깨끗이 가꾸며 무모한 개발을 이제라도 끊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산의 관광지로 해운대, 태종대, 자갈치시장처럼 바다 주변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부산의 여행지로 기분 좋게 걷기 좋은 산복도로, 살기 좋은 산복마을, 동래유적지처럼 산으로 기꺼이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을 때 부산은 허울뿐인 제2의 도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멋진 도시가 될 줄로 압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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