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인사이드】상대론 오디세이 (13) ‘빛이 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을까?

조송현 기자 승인 2023.01.30 12:47 | 최종 수정 2023.01.30 12:49 의견 0

상대론 오디세이 13 - ‘빛이 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을까?

자.. 계속해서 
과학인사이드 이어갑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상대론 오디세이로 떠나는 여행에
가이드 역할을 해주시는 분이죠
과학교양서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웹진 인저리 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인사)

Q1. 상대성이론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열세 번째 시간입니다
저번시간엔 아인슈타인이 
‘생애 최고의 영감’을 받아 
등가원리를 세우는 데까지 소개해주셨는데,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

--> 오늘은 ‘빛의 휨’ 현상에 대한 발상에서 
‘굽어진 공간’의 발견까지를 소개하겠습니다. 


Q2. 아니 ‘빛의 휨’이라고요, 빛이 휘어져 진행한다는 건가요? 
이건 조금 이해가 안되는데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빛은 직진한다’고 배웠고,
앞서 광속불변의 원리도 배웠잖아요?
빛이 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 그렇죠. 이건 아인슈타인 자신 만만하게 창안한 특수상대성이론에 어긋나는 발상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더욱 진지하게 접근한 것이기도 하고요. 
근데 이건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된 
‘등가원리’에서 자연스럽게 연역된 것입니다. 

참고로, ‘빛의 휨’ 현상은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4년 후인 
1919년 영국의 물리학자 에딩턴이 일식을 이용한 별빛 관측실험에서 사실로 확증되었고요, 오늘날은 거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빛이 휘는 ‘중력 렌즈 효과’가 자주 관측되고 있죠. 빛의 힘 현상은 천문학에서는 상식이죠.


Q3. 상식적인 얘기가 상식적이지 않은 분들에게는 
어려운 얘기일 수 있으니까요..! 설명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게 등가원리에서 연역되서 나왔다고하는데. 
과학스토리 텔러시니까 대표님께서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시죠

-->연연이란 전제에서 결론을 도출해낸다는 건데요, ‘빛의 휨’ 현상은 ‘등가원리’라는 전제에서 유도된 결론의 하나라는 것이지요. 아인슈타인은 등가원리를 세운 지 4년 뒤인 1911년에 중력에 의한 ‘빛의 휨’ 현상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어요. 이 논문에는 중력이 빛을 휘게 하고, 중력장 내에서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요. 


Q4. 저번 시간 내용을 복기해보면
등가원리는 중력효과와 가속효과가 같다는 것까지 저희가 배웠잖아요?
이 원리에서 
빛이 휘고, 중력장 내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거는
조금 놀라운데...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그런 엄청난 결론을 집어냈나요?

--> 여기서도 ‘우주선 사고실험’이 등장합니다. 우주선 승무원들이 우주선을 타기 위해 발사대의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이때 엘리베이터의 왼쪽 틈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옵니다. 승무원은 그 빛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 빛이 직진하지 않고 아래로 굽어져 반대편 오른쪽 벽면에 부딪치는 걸 본 겁니다.


Q5. 원래 빛은 직진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니까, 
빛이 아래로 쳐지는 듯 보인다는 건가요?
근데, 상대성 원리에 의하면 물리법칙은
어디에서나 동일하니까 
따라서 빛도 어디에서나 직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좋은 질문입니다. 근데, 상대성 원리는 물리법칙은 어디서나 동일하다는 게 아니고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하다고 합니다. 

관성계가 아니면 상대성 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물리법칙은 각각의 계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이죠. 

이를 우주선 사고실험에 적용하면, 고속으로 올라가는 엘리베터 안은 관성계가 아니라 비관성계입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바깥에서 직진하던 빛이 가속하는 비관성계인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와 직진하지 않고 가속의 반대방향으로 휘어진 것이죠. 그게 눈에 포착된 것이고요.


Q6. 아, 그렇군요. 
고속으로 상승하는 엘리베이터가 비관성계였다는 게 핵심이군요.

--> 사고실험을 더 이어가볼까요? 이제 승무원들이 로켓모양의 우주선에 탑승, 우주를 향해 솟구칩니다. 아까 그 엘리베어터보다 훨씬 더 큰 가속도로요. 이번에도 승무원들이 놀랍니다. 역시 서쪽에서 들어온 빛줄기가 아까보다 더 휘어져 반대편 우주선 벽면을 비추었기 때문이죠.


Q7. 아 그러니까!
가속이 크면 빛은 더 많이 휘어진다, 굽어진다? 이런 말씀이군요?

--> 맞습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Q8. 핵심적인 결론은 아직 안나왔다구고...? 
등가원리에서 도출된 결론이라고 했는데, 
가속효과와 중력효과와 같다, 그렇다면 중력도 빛을 휘게 한다?

-->와우, 맞습니다. 훌륭합니다. 자, 이제 스페이스X(로켓모양의 긴 우주선)처럼 생긴 우주선이 지구중력의 100배에 달하는 행성X에 안착했어요. 이때 승무원들은 우주선 발사 때와 같이 휘어지는 빛을 목격합니다.    


Q9. 가속도와 마찬가지로 중력도 빛을 휘어지게 하는군요. 
근데, 빛이 휘어진다는 사실에서 
‘빛의 속도가 변한다’로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 > 빛은 파동이잖아요. 이를테면 빨주노초파남보에 해당하는 전자기파의 파장이 다 달라요. 근데 파동은 이들 하나하나가 다 합쳐져 단일 파동처럼 행동하거든요. 그걸 우리는 백색광이라고 하죠. 그 백색광의 진행을 7열 종대 군인들의 행진으로 비유해볼게요. 직진하던 군인들이 광장의 커브를 돌 때를 상상해봅시다. 행렬이 흩트러지지 않고 일정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바깥쪽은 걸음을 빨리하고 안쪽은 좀 발걸음을 천천히 해야 하겠죠? 바로 이겁니다. 백색광 내에서 파장 간에 속도변화가 있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빛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Q10.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은 다시 골머리를 앓게 생겼겠는데요. 
자신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들 때 
대원칙으로 세운 광속불변의 원리에 정면 배치되는 거잖아요?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였죠. 아인슈타인은 스스로 자신의 위대한 이론인 특수상대성이론의 토대를 허무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었죠. 그래서 광속불변 원리를 고수하면서 빛의 휨 현상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놓아야 했죠. 아인슈타인은 생각했어요. 생애 최고의 영감으로 세운 등가원리가 진리라면 중력도, 가속도 빛을 휘게 하는 것 또한 진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빛이 휜다는 건 빛의 속도는 일정한데 공간이 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Q11. 아, 드디어 여기서 ‘휘어진 공간’ 개념이 탄생하는군요. 

--> 아인슈타인은 등가원리를 통해 ‘빛이 공간에서 휜다’는 결론을 얻는 동시에 광속불변의 원리 어긋나는 난관에 봉착하자 결국 ‘공간의 구조’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여기서 그가 빛은 어디까지나 직진하는데 공간이 곡률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지기까지는 수년의 세월을 더 필요로 했죠. 아인슈타인은 결국 새로운 기하학이 필요함을 직감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수호천사가 등장하는데요, 저번 특허국 취직에 도움을 준 친구 마르셀 그로스만입니다. 그가 아인슈타인의 간절한 요청을 받고 새로운 기하학, 리만 기하학을 소개해주고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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