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에 대한 오해

상대성이론에 대한 오해

조송현 승인 2017.07.02 00:00 | 최종 수정 2018.10.26 10:26 의견 0
1921년 4월 3일 처음 미국을 방문한 아인슈타인과 부인 엘자. 출처: Harris & Ewing Collection, Library of Congress
1921년 4월 3일 처음 미국을 방문한 아인슈타인과 부인 엘자. 출처: Harris & Ewing Collection, Library of Congress

우주관 오디세이-상대성이론 오해

일반상대성이론이 1919년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에딩턴의 일식실험에 의해 사실로 확증되자 아인슈타인은 갑자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자신에 대한 미국인들의 엄청난 관심에 당혹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에게 열광하는 미국인 대부분은 그가 상대성이론을 창안한 과학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아인슈타인이 이 같은 미국인들의 열광에 대해 ‘정신병리학적’이라고 촌평했을까요.

당시 미국에서는 상대성이론 관한 안내서가 50여 종이나 나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정작 상대성이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책들도 제법 있었고, 심지어 상대성이론을 성(性) 담론으로 소개한 책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과 무관하게 자신에 대해 열광하는 뉴욕 시민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머 섞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뉴욕의 숙녀들은 해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원한다죠. 올해는 아마 상대성이 유행인가 봅니다.” 1)

그해 미국의 문학잡지《다이얼(the Dial)》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 예술가들의 작품에 비유했습니다. 인상파 화가 세잔은 객관적이고 개성 없는 세상을 풍자하기 위해 ‘상대성’ 개념을 끌어댔습니다. 또 어떤 예술가는 ‘상대성’ 개념이 전통 가치에 반발하는 자신의 견해를 지지한다며 아인슈타인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연극에 즐겨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상대성’의 본래 개념을 외면한 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억지로 끌어다 쓴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의 의미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그는 마치 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 듯 예술가들이 '상대성'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지적처럼 상대성이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를 상대주의(relativism)와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진리는 상대적이라거나 예술과 도덕의 가치도 상대적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한 것을 두고 진리와 도덕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양 오해한 것입니다.

영국 신문에 특종을 빼앗겨 심사가 뒤틀렸던 《뉴욕 타임즈》는 1919년 12월 ‘절대성의 모독’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상대성이론을 다음과 같이 폄하했습니다. “인간 사고의 모든 기초가 훼손당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의 ‘상대성’ 개념이 ‘상대주의’보다 오히려 ‘절대성’이란 개념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2대 공준 중 하나인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혹은 뉴턴의 제5 정리)는 모든 운동은 상대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뿐 아니라 ‘물리 법칙은 서로 상대 운동하는 모든 기준계에서 동일하다’고 천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성이론을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라고 한다면, 운동에 관한 한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상대성 원리’의 본질은 ‘서로 동등하고 평등한 가치가 있다’는 물리 법칙의 불변성, 동일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의 모체가 된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 논문에서 '상대성이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상대성 원리와 모든 기준계에서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빛 운동의 ‘절대법칙’으로부터 연역된 것입니다. 이 이론의 법칙과 공식들은 로렌츠 변환에 대해 불변입니다. 따라서 상대성의 의미는 운동이 상대적이란 의미보다 모든 좌표계에서 물리 법칙의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불변성’ 흑은 ‘절대성’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상대성이론(relativity)'이란 명칭은 이 논문을 출판한 독일 ‘물리학 연보’의 편집장이었던 막스 플랑크와 몇몇 과학자들이 제안했습니다. 아인슈타인도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새롭게 해석했다는 의미로 특수상대성이론을 '상대성(relativity)'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좋아했던 이름은 1908년 민코프스키가 제시한 ‘불변성의 이론(invariance theory)’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20년대 유럽사회 전반, 즉 과학계나 정치계에 일어난 변화의 바람과 분위기에 따라 ‘상대성이론(relativity)’이라는 이름으로 낙찰되었습니다. 또 이 이론이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임을 최초로 밝혔다는 사실도 '상대성이론'이라는 이름을 갖는 데 한 몫 했습니다.

# 1)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승영조 옮김, 아인슈타인 평전, 북폴리오, 2003. 254p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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