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의 '그러나 진리는 멀고 자유는 비싸다' 주목

조송현 승인 2018.11.20 12:05 | 최종 수정 2019.01.02 14:01 의견 0
2018년 11월 11일자 국제신문 책면에 실린 조송원의 '그러나 진리는 멀고 자유는 비싸다' 서평.
2018년 11월 11일자 국제신문 책면에 실린 조송원의 '그러나 진리는 멀고 자유는 비싸다' 서평.

♠그러나 진리는 멀고 자유는 비싸다

한 독서가의 성찰과 사회비평 칼럼집 ‘그러나 진리는 멀고 자유는 비싸다’(조송원, 전 동래여상 교사)

1)구성 :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삶은 본디 소확행이다’란 소제목에서 보듯 일상에서 건진 삶의 의미를 9편의 글에서 담담히 풀어놓는다. 그러나 평이한 이야기 속에 담긴 생각거리는 결코 간단한 게 아니다. 흔히 말들 하는 도(道)에 대해 근본적 물음을 하고(1.케 세라 세라), 문학의 향기를 흠씬 풍기고(3.구름이 오든 가든 산은 다투지 않는다), 모친과의 영별에서 이별의 의미를 살피고(7.이별은 힘이 세다), 사람들이 잊고 있는 자기중심주의에 대해 메스를 가하고(8.광어회 한 접시와 식은 밥 한 덩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결과중심주의에 대한 신랄히 비판한다(9.삶은 본디 ‘소확행’이다).

2장은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비평의 글을 모았다. 6·13 선거의 의미를 살피고(1.6·13선거의 의미와 새로운 남·북관계), 고 노회찬이 남긴 숙제는 무엇이며(2.꽃이 떨어짐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현 시대정신은 ‘대한민국 주류교체’라는 인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3.이젠 ‘대한민국 주류교체’가 시대정신), 비정상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의분의 당위성을 설파하고(6.분노하라), 사법농단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는(8.‘양승태 사법농단’을 생각한다) 등, 9편의 글을 실었다.

3장은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세계로 넓혔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한국적 보수’의 종말을 강제하며(1.북·미대화와 ‘한국적 보수’의 종말), 미국의 총기 난사와 위안부 문제를 살펴보고(2.미국에서 왜 총기 난사 사건은 끊이지 않는가? 3.이상화-고다이라 우정과 위안부 문제),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포퓰리즘이 번성하는 이유를 짚었다(5.미국과 유럽의 오늘과 내일을 이해하는 키워드-포퓰리즘).

4장에서 저자는 ‘열린사회’를 꿈꾼다. 열린사회의 물적 토대는 ‘기본소득’임을 피력한다(5.기본소득에 대한 관견). 기본소득이 궁극적 목적이나 그에 이르는 중간단계로 생활임금에 가까운 ‘최저임금’을 제안한다(6.최저임금과 자본주의의 종언, 7.최저임금에 관한 진실). 사회체제의 정비만으로 구성원의 높은 삶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자기 인생은 자신의 마음 혁명이다. 이에 대해 예화를 곁들여 재미있게 4편의 글을 실었다(1.거울을 만들려고 기왓장을 갈다, 2. 그러나 진리는 멀고 자유는 비싸다 외 2편).

이 책은 일상에 대한 소회에서부터 국제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의 폭이 대단히 넓다. 각 편은 독립적이다. 그러므로 눈 가는 대로 골라 읽어도 이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짐작컨대 저자의 목적은 국제문제든 일상사든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러나 진리는 멀고 자유는 비싸다.’

2)추천의 글(조해훈 시인, 역사한문학자, 교육학박사)

저자는 독서에 있어 바둑으로 치자면 고수급 프로기사이다. 시중에서 쉽사리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내용과 주장들이 들어 있는 책이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무량하게 많은 이야기들이 드러나기도 하고 숨어있기도 한다. 이 책을 한 권 읽음으로써 여러 분야의 책들을 한꺼번에 읽은 효과를 볼 것임을 장담한다.

이 책은 분명 독자들의 상상력을 무진장 생산해내게 하는 텍스트이다. 이 칼럼집이 가진 저력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느끼는 것은 물론 ‘글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는 작문의 전범으로 삼아도 좋다. 글에 대한 감식력이 뛰어난 독자들은 이 말의 뜻을 단박에 알아챌 것이다.

3)저자 조송원은

1958년 하동에서 태어나 하동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하자마자 경남 마산시 교육청에서 9급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양서 한 권이 대학을 필적한다’는 말을 정직하게 믿었다. 그러나 공무원 생활로 공부 욕구를 해소할 수 없었다. 사직하고 26살에 동아대학교 국어국문과에 입학했다. 졸업과 동시에 대신여자중학교와 동래여자상업고등학교(현 삼정고등학교)에서 7년간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세상이란 큰 책을 읽고 싶어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이후 20여 년 간 7할은 독서생활을 하고, 3할은 노동생활을 한다. 글만 읽다가 쌀값과 책값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생활 패턴은 변함없을 것 같다.

4)저자의 말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소망한다. 이 소망은 삶의 구속적 속성에 대한 반작용 탓일 수도 있다. 탄생부터 비자유적이다. 자유(自由)란 글자 그대로 ‘스스로 말미암아’야 한다. 탄생에 개인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그렇지만 다른 동물과 같이 부모에 대한 부채감 없이 독립체로 성장한다. 그러나 여느 동물과는 달리 어떤 사람은 ‘어른’으로 성장 이후에 더욱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어떤 욕구에 씌기 때문이다.

일찍이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을 내세웠다. 사람은 생리적 욕구-안전의 욕구-사랑과 소속 욕구-존경 욕구-자아실현 요구를 차례대로 만족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욕구를 대별하고 그 층위를 세운 것은 탁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우선순위 차례대로 순차적으로 욕구를 만족시키려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인류 역사상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치고 ‘안전하고 사랑하며 조직의 보호와 존경 받으며’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2,3,4단계를 뛰어넘어 외롭고 고생스럽게 오로지 5단계에 인생을 불사른 ‘막가파’가 인류 발전의 밑돌이었다는 사실(史實)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경험이다.

오줌이나 똥에도 도가 깃들여 있다는 장자의 말이 아니라도, 진리는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 일상에 있다. 아니, 우리 일상과 유리된 진리는 공허한 고담준론에 불과하다. 쓸모가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나아가 인간은 사회 내의 동물이다. 추구하는 대상이 자유든 진리든 자아실현이든 개인의 수양만큼 자기 삶의 전제조건인 사회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하여 ‘개인적 수양 없는 사회에 대한 이해는 맹목적이고, 사회에 대한 이해 없는 개인적 수양은 공허하다.’

저자는 책 제목처럼, 자유를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르지만, 그러나 진리는 멀다. 존경은커녕 조직 보호의 안온함과 안전의 욕구를 내팽개치고, 곧장 자유 혹은 진리 혹은 자아실현으로 내달렸으니, 그 삶, 신산함을 익히 알겠다. 30대에 교사 생활을 접고 독서와 노동으로 살림을 꾸리고 있다. 20여 년 그런 생활에서 영근 사고의 열매는 어떤 것일까?

<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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