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자본주의의 종언

조송원 승인 2018.07.25 11:50 | 최종 수정 2018.07.27 10:41 의견 0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와 최저시급 8350원(월167만원) 

간단한 사실 확인으로 시작하자. 2017년 기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은 1조5299억4300만 달러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9천745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약 3천363만 6천원이다. 한 사람이 매년 3천만 원 이상은 번다는 계산이다. 4인 가족이면 가구당 수입이 1억은 넘어야 한다.

주위에 그런 집이 있는가? 드물다. 평균의 덫이다. 간단히 말해 대다수는 최저 문화생활 할 정도의 수입으로 애면글면 살아가는데, 소수가 몰아서 국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내년 최저시급이 8350원이다. 8시간 씩 25일을 일하면 1백67만원을 번다. 이게 많니 적니, 일자리가 줄어드니 어쩌니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는가. 아귀가 맞지 않다.

물론 답을 국민들은 다 안다. 대기업의 독점구조와 착취가 근인根因이다. 폐업 위기의 편의점도 가맹점 본사의 로열티와 임대료, 카드 수수료만 낮춰도 최저시급 1만원을 감당할 수 있다. 한데 왜 이 근종根腫을 치료하지 못하는가. 대기업은 물론이려니와 보수 언론과 지대추구 세력은 줄기차게 정부의 시장 간섭을 매도한다.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이른바 ‘작은 정부’론이다.

자본주의라는 큰 그림에서 소상공인 문제를 생각해 보자. 아직도 신자유주의 파고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경제는 어쩜 자본주의와 결별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인류 경제사에서 자본주의는 신생 경제체제에 불과하다. 모든 생물과 제도가 그렇듯, 자본주의도 탄생-성장-소멸의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혜택을 독점한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생존방식을 반성하지 않는 한, 대기업이 을과 병들과의 공존을 모색하지 않는 한,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큰 정부, 곧 사회주의에 길을 내준다는 경구를 새겨야 할 것이다.

최저시급 8350원이 많다는 영세상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근본문제는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이 도저히 대기업을 따라갈 수 없는 시장구조에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최저시급 8350원이 많다는 영세상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근본문제는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이 도저히 대기업을 따라갈 수 없는 시장구조에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자본주의를 사랑한다면 중소기업을 걱정하라

이 문제의식에 대해 우리와 방편이 좀 다를 뿐 미국 경제 현실을 역사적으로 잘 짚은 노아 스미스Noah Smith¹⁾ 글을 읽고, 독자제현께 참고가 될 것도 같아 번역, 소개하고자 한다.²⁾

자본주의가 미국에서 빛을 잃고 있다. 18세에서 29세까지의 미국인 중 자본주의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겨우 39%에 불과하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고, 여러 일화들이 이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것 같다. 반면에 드러내놓고 사회주의자임을 밝히는 후보자들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하고 있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냉전(cold war)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 젊은이들은 어른들보다 단순히 더 이상주의적이고, 사업 세계에 덜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누구 알겠는가? 오늘날의 사회주의자 젊은이들이 자라서 내일의 자본주의 수호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문제는 시장경제체제를 지지할 수 없도록 하는 큰 변화들이 현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들 중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악화일로의 불평등이다. 또 하나는 교묘하고 심각하게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곧 작은 사업체의 쇠퇴이다. 미국 산업은 점점 더 집중화하여, 소수의 몇 경기자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거대 회사들이 강력해짐에 따라, 신규로 진입하는 회사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 감소분의 일부는 신생 기술업체의 수가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그러나 기술업체는 작은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적다. 그러므로 작은 사업체 쇠퇴의 대부분은 비非기술 사업체가 감소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가족소유 상점의 고전苦戰은 작은 사업체의 쇠퇴에서 가장 상징적이다. 사업 역동성의 둔화에 관한 2016년 한 논문에서는 “소매업 부문에서 단일 단위 사업체(구멍가게. ‘Mom and Pop' firms)에서 큰 규모의 전국적이며 다국적(multinational) 체인스토어로 이전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체인스토어는 정보기술(IT)과 세계화를 이용하여 효율적인 유통망과 공급체인망을 구축했다.

현대 경제에서 구멍가게가 월마트와 같은 대형 체인스토어에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역동성의 둔화는 소매와 서비스 사업체에서 특히 혹독하다. 이러한 추세는 단지 인터넷의 기능 탓이 아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일어나고 있었다.

이른바 슈퍼스타 회사가 경쟁력에서 앞선 분야가 소매부문만이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거대 회사들이 분야별로 하나씩 하나씩 지배해 갈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거대 회사들의 생산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낮은 사업체가 규모가 더 크고 생산성이 더 높은 사업체에 의해 사업에서 밀려나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몰락, 중산층의 붕괴, 자본주의 핵심 구성원 소멸

그러나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원한 사회적·정치적 영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수세기 동안, 작은 사업체는 기업심이 왕성하고 독립적인 사람들이 중산층과 중상류층으로 가는 통로였다. 상인들과 기술자들(craftspeople)이 산업화 이전의 영국과 프랑스에서 도시 중산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이들을 마르크스는 ‘부르조아지’란 명칭을 붙였다.) 이 그룹의 사람들은 현대 자본주의의 도래로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그리고 소련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종종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

따라서 예상한 바와 같이,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핵심 구성원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공화당으로 강하게 기울어져 있다. 높은 세금에 반대한다. 사람 숫자도 많다. 2010년에 약 2천8백만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계층이 쪼그라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반인들이 자본에 접근할 수 없어 사업체를 소유할 수 없고, 오직 거대 기업만이 사업체를 장악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능한 답은, 자본주의는 아마 광범위한 매력 중 일부를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총명하고 독립적인 젊은이들이 창업을 꿈꾸는 게 아니라, 구글이나 월마트, 엑슨, 제이피모건체이스 같은 대기업의 좋은 직장을 얻도록 내몰릴 것이다. 이렇게 장래를 위해 거대조직에 의존하는 사고방식을 갖게 되면, 젊은이들이 더 강력한 후원자인 정부에 의지하게 되는 것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바꿔 말하면, 창업 기회가 줄어들면 미국인들을 사회주의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유럽에서 시행되는 민주주의의 한 종류로서 사회주의는 추천할 만한 좋은 점도 많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기업 지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고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작은 사업체가 거대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정책을 안출해 내는 데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 대책은 반독점법 시행일 수도 있고, 창업 장벽을 낮추는 것일 수도 있고, 거대 라이벌과 맞서는 작은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일 수도 있다.

※1)블룸버그 칼럼니스트. 2)Noah Smith, 「If you love capitalism, worry about small business」, 『The Korea Herald』, 2018년 7월 18일.

<칼럼니스트ㆍ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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