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41) 화개 쉼표하나 카페에서 열린 ‘차(茶)사랑 송년차회’

성탄절에 열린 송년차회 여러 의미 있어
새 사람들 참석, 김주란 소프라노 공연
새해 1월 이소미 신입 회원 팽주돼 차회

인저리타임 승인 2023.12.27 04:21 의견 0

성탄절인 25일 오후에 ‘차(茶)사랑 송년차회’가 열렸다. ‘차(茶)를 사랑하는 사람들’(회장 백경동)의 모임 회원들이 오후 5시30분쯤에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나주곰탕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화개 다운타운에 있는 ‘쉼표하나’ 카페로 이동했다.

화개공용터미널 인근인 쉼표하나 카페에서 오후 6시 반부터 본격적인 차회(茶會)를 시작하였다. 매달 한 차례씩 열리는 찻자리이지만 이번 차회는 보통 때와는 다른 의미가 몇 가지 있었다.

특별초청된 김주란 소프라노가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첫째는 연말 송년 차회라는 점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해를 보내는 감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차를 매개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을 통해 위안을 받기도 한다. 사람마다 한 해를 살아온 모습은 모두 다르다. 누구에게는 아픔과 상처가 많은 한 해였고, 누구에게는 여러 기쁨이 함께 한 지난 1년이기도 했을 것이다. 각자의 내면에 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얼핏 얼핏 비치는 다른 사람들의 속을 보면서 감정을 함께 나누거나 어느 정도의 치유를 받기도 하였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새해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차사랑' 송년차회에 참석한 분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소미(이숙희), 김주란, 백경동, 조해훈, 여봉호, 서경원, 강연지, 김시형(존칭 생략). 사진= 조해훈

둘째는 기존 회원이 아닌 새로운 분들이 참석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백 회장님이 구례성당에 함께 다니시는 서경원 선생님을 초청하셨다. 경북 경주 출신인 서 선생님은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후 구례에 귀촌한지 6년 되었다고 하셨다.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섬유 관련 고급 원단 절단기를 생산해 주로 외국으로 수출을 하는 삼성엔에코 대표인 신판곤(71) 회원님과 섬유 관련 이야기를 나누셨다. 신 대표님의 공장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데, 매 회 차회 때마다 거르지 않고 내려오신다. 서 선생님은 “대구의 모 섬유업체에서 전문경영인으로 2년간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는 이날 기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다. 하동읍내에서 심리상담사로 일을 하시는 강연지(56) 선생님도 참석하셨다. 악양면 개치마을이 고향이라는 강 선생님 역시 심리상담사의 역할과 상담 경험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안쪽 자리에 앉은 분들. 왼쪽부터 여봉호 부춘다원 대표, 서경원 선생님, 강연지 선생님, 김시형 특허청 차장. 사진= 조해훈

차회를 하는 도중인 오후 7시 반쯤에 성악가인 김주란(52) 선생님이 오셨다. 고향인 하동 북천면에 사시는 김 선생님은 하동과 경남 등지에서 소프라노로 무대에 서고 학생들에게 성악을 가르치신다고 했다. 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고 있는 백 회장님이 특별히 모셨다고 했다. 백 회장님이 김 선생님으로부터 성악을 배우셨다고 했다. 김 선생님은 이날 「북 치는 어린 소년」·「소나무야」·「라 스파노라」 등을 불러주셨다. 일간지에서 음악 담당 기자도 했던 필자는 서양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던 이런 살롱문화가 지리산 골짜기인 화개에서 연출될 줄 전혀 예샃이 못하였다. 다른 자리에서 차를 마시던 손님들도 음악을 감상하고 박수를 쳐주셨다. 김 선생님은 차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함께 하며 참석자들과 음악 관련 이야기를 나누셨다.

멀리 세종시에서 오신 특허청 김시형(56) 차장님도 여러 이야기를 하셨다. 김 회원님은 지난달에도 오시어 팽주(烹主)를 하셨다. 늘 겸손하시고 부지런하신 김 차장님은 차회를 할 때마다 스스로 나서 뒤치다꺼리를 하신다. 이날도 찻물을 받아오느라 주방을 왔다 갔다 하셨다.

반대편에 앉은 분들. 오른쪽부터 이소미 선생님, 김주란 소프라노, 백경동 차사랑 차회 회장. 사진= 조해훈

셋째는 이날 차회 참석자 대부분이 교회나 성당에 다니고 계시는 분들이어서 성탄의 의미를 더욱 되살렸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된 것이다. 부춘다원 대표인 여봉호(62) 발효차 명장님과 소프라노 김주란 선생님, 심리상담사 강연지 선생님이 개신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었다. 백 회장님과 하동읍 서재마을에서 도자기 작업을 하고 계시는 이소미(58·이숙희에서 개명) 선생님, 이날 첫 참석자인 서경원 선생님은 가톨릭 성당에 다니시는 분이다.

필자는 젊었을 적에 교회와 성당에 다닌 적이 있고, 나름 종교 관련 공부를 하여 가톨릭과 개신교의 역사에 대해 표피적으로는 아는 편이다. 대학 사학과를 다닐 때 서양사 수업은 거의 종교사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또한 기자시절 유럽 등지에 취재 다닐 때 늘 그 지역 성당에 들러 기도를 하고 그 성당의 역사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바티칸에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등 가톨릭에서 개신교가 분리되는 과정 등에 대해서도 학부 때 수업시간에 배워 시험까지 쳤다. 여하튼 종교와 관련해 지금까지 계속 접하고 있지만 신앙인들만큼은 깊이 알지 못한다.

차회 분위기가 무르익자 백 회장님이 앞에 나가 성가를 독창하셨다. 이어 김주란 선생님도 성경구절을 암송하시며 성가를 부르셨다.

백경동 차회 회장이 성가를 독창하고 있다. 사진= 조해훈

차회는 오후 9시 넘어 마무리 되었다. 여 명장님과 김 차장님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참석하시어 대화 내용이 다채로워 좋았습니다.”라고 하셨다.

이날 차회는 쉼표하나 카페의 조병훈(61) 사장님이 기꺼이 자리를 제공하여 마련됐다. 갑진년(甲辰年)인 2024년 1월에는 27일(토요일)에 이소미 선생님이 팽주가 돼 차회를 연다. 이 선생님은 그동안 몇 차례 초대 손님으로 참석하시다 이날 참석으로 정식으로 차회 회원이 된다. 차사랑 차회의 일곱 번째 회원이 됨과 동시에 팽주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이날 악양에 사시는 노전 김갑선(70) 선생님은 일 때문에 참석하시지 못하셨다. 한해의 마무리를 차인(茶人)들과 함께 해 의미가 큰 차회였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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