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원전 안전성 진단' 리포트】1. 일본 잇단 강진(强震), 우리 원전은 안전할까?

김해창 승인 2024.01.16 10:59 | 최종 수정 2024.01.16 11:18 의견 0
일본 시칸 원전 전경

새해 첫날인 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를 강타한 규모 7.6의 강진은 이 지역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문제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신문은 5일 노토반도 서쪽 시카(志賀)원전 주변 지역 15곳의 방사선량 계측기가 고장이 나 측정을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에 따르면 시카원전에서 반경 30㎞ 안에 있는 약 120개 방사선량 계측기 가운데 와지마시와 아나미즈 등 원전 북쪽 20∼30㎞ 부근에 있는 15개가 지진 발생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진으로 파손됐는지, 산사태 등으로 토사 등에 묻혔는지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원자력 재해대책 지침에는 원전사고 발생 시 계측기 실측치로 주민의 실내 대피나 피난 개시 등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가 났을 때 후쿠시마현에 설치돼 있던 방사선량 계측기 24대 가운데 23대가 고장 나 방사선량 파악이 어려워졌다.

시카원전은 현재 운전 정지 중이라 이번 지진으로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카원전에서는 1일 강진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던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물이 흘러넘쳤다. 저장조에서 넘친 물의 양은 시카원전 원자로 1호기 약 95ℓ, 원자로 2호기 약 326ℓ였다. 시카원전에서는 강진 이후 사용후핵연료 냉각펌프가 40분간 멈췄으며, 부지 내 수위가 약 3m 상승하고, 원자로 1호기의 바다 쪽에 설치된 약 4m 높이 방조벽도 수㎝ 기운 것으로 파악됐다(연합뉴스, 2024년 1월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신년 기자회견 말미, 진행자의 지명을 받지 않은 한 기자가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원전은 무리이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를 힐끔 바라봤을 뿐 대답 없이 회견장을 떠났다. 일본 누리꾼들은 지진 발생 후 원전안전을 묻는 질문을 무시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CBS노컷뉴스, 2024년 1월 5일).

또한 노토반도 시카원전 앞바다에, 가로 100m, 세로 30m의 기름막이 또 확인됐다고 운영사가 밝혔다. 기름 6ℓ가량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원전 앞바다에서는 지난 7일에도 가로 10m, 세로 5m의 기름막이 발견됐다. 운영사는 당시 기름을 모두 회수 처리했다고 발표했지만, 사흘 만에 더 큰 기름막이 확인된 것이다. 시카원전 배관이 이번 강진에 손상되면서 기름이 누출됐다면서 이번에도 방사능 우려는 없고, 안전상의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원자력규제위는 이어지는 여진에, 남아 있는 변압기도 망가질 수 있다며 빠른 복구를 촉구했다(SBS 2024년 1월 11일).

NHK(2024년 1월 13일)에 따르면 이번 노토반도지진의 규모는 7.6으로 1995년 고베대지진이나 2019년 구마모토지진의 규모 7.3보다 큰 규모라는 것이다. 이번 지진에서는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약 150km의 활단층이 어긋나게 움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고베대지진을 일으킨 효고현 남부지진의 활단층이 50km 정도라고 알려진 걸 고려하면 길이만 보면 그 3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와시마시에서는 방조제나 해안가의 암초가 약 4m 융기한 것으로 전문가 조사에서 밝혀졌다. 노토반도 북쪽에서는 과거에 대규모 지진이 반복되어 생긴 것으로 보이는 계단 모양의 지형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4m나 되는 융기는 드문 일로 수천년에 한 번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일본 노토반도지진 발생 1시간 51분 뒤인 지난 1일 오후 6시 1분께 강원 강릉시 남항진에서 지진해일이 처음 관측됐으며, 최고 높이는 85㎝로,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서 오후 8시 35분께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높이는 지진해일주의보(0.5m 이상 1m 미만) 발령 기준을 넘는 수준이다. 통상 지진해일 높이가 0.5m를 넘어서면 해안 저지대가 침수될 수 있어 대피해야 할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연합뉴스, 2024년 1월 2일).

우리 정부는 이 지진이 우리 해역과 원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진앙지 인근에 있는 원전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특히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시카원전1·2호기는 모두 운전정지 상태였으며 원자로 건물 외부로 방사성 물질 유출이나 화재 발생 등 이상 상황은 없다고 운영사인 호쿠리쿠전력은 발표했다는 것이다(동아일보, 2024년 1월 3일).

일본의 강진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나 원전 운영사의 말만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연 국내 원전은 이러한 강진에 안전할까. 2016년 9월 12일 국내 지진 관측 이래 사상 최대인 규모인 5.8의 강진이 경주 일대에서 발생했고, 2017년 2017년 11월 16일 사상 2번째 규모의 5.4 포항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온몸으로 느꼈다. 이같은 규모 5이상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한 동해 남부 해안지역에 18기나 되는 핵발전소와 반경 30km 이내에 살아가고 있는 수백만 주민들은 지진이 원전사고로 이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한수원, 친원전 학자들은 국내 원전이 규모 6.5(0.2g)~7.0(0.3g) 지진에 대한 내진설계가 돼 있어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오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의 지진 위험과 핵발전소」(2016.7.1.발표)에서 계기지진과 역사지진을 바탕으로 확률론적 추정을 한 결과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지진 규모를 7.4까지 보고 있다. 기상청의 2012년 자료집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에 따르면 기원후 2년부터 1904년까지 역사문헌에 기록된 지진은 총 2161회로 그 중 진도 8 내지 9(규모 6.5에서 6.9 정도)의 지진이 15회 일어났으며, 그 중 10회가 경주 일대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원전 건설에 활성단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고, 2016년 6월 신고리5․6호기 건설 허가 때에 원안위는 이러한 것을 애써 무시했고, 다음해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논의과정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은 ‘매몰비용’을 앞세운 경제논리에서 ‘공사재개’로 결론이 났다. 고리1호기를 건설할 당시인 1970년대 초반엔 양산지진대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고리와 월성원전 일대는 이번 지진에서 확인했듯이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더 이상 대규모 지진 발생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욱이 고리원전은 규모 6.5를 견딜 수 있는 0.2g 수준의 내진설계밖에 돼 있지 않다. 포항지진의 단층은 그동안 거론되지 않은 것이다.

1995년 고베대지진후 일본은 규모 7.75에 대응해 핵발전소 설계기준을 변경했고, 주에쓰지진 다음해인 2008년에 대부분의 핵발전소들이 600~1000Gal(0.6g~1.0g) 정도의 지진동에 견디도록 내진설계기준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규모 9.0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간과한 결과 2011년 3월 후쿠시마대참사를 맞았다. 사실 후쿠시마지역도 동일본대지진 이전에는 큰 지진이 없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그런데 헤이안시대인 869년 후쿠시마일대 산리쿠앞바다를 진원으로 하는 ‘조간(貞觀)지진’이 있었는데 그 규모가 8.3 정도됐으며 당시에도 쓰나미 피해가 컸다고 한다.

메구로 기미로(目黒公郎) 도쿄대 교수가 2007년 펴낸 『오류투성이 지진대책(間違いだらけの地震対策)』은 일본 원전과 지진대책과의 불일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본지진예지연락회가 1978년 설정한 ‘특정관측지역’ ‘관측강화지역’과 그후 발생한 대규모 지진 지도.

후쿠시마 제1원전 총 6기는 1967년부터 1973년에 착공된 것이다. 그런데 지진학에서 ‘판이론(plate tectonics)’이 대두한 것이 1980년이기에 이 시기에는 그저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지대에만 지으면 된다고 하는 생각으로 원전의 입지를 결정했다. 판이론에 따르면 지진공백지대라고 하는 것은 지진의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어 언제든지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 뒤 일본지진예지연락회가 대규모지진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골라내 1978년에 ‘특정관측지역’ ‘관측강화지역’을 설정했지만 놀랍게도 일본의 대부분의 원전은 그 이전에 이미 들어서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1978년 관측강화지역 및 특정관측지역과 그 뒤에 일어난 주요지진을 보면 충격적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있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인근인 산리쿠 먼바다는 1994년 규모 7.5 지진이, 산리쿠 남측에는 2003년 규모 7.0지진이 일어났다. 홋카이도 남서앞바다에는 1993년 규모 7.8의 지진이, 시마네현 서부에는 2000년 규모 7.3의 지진이, 후쿠오카현 서남앞바다에는 2005년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났다. 일본 열도는 북단 홋카이도부터 남단 가고시마(1997년, 규모 6.5지진 발생)에 이르기까지 전역이 거대지진이 발생해왔으며 그 인근에 이미 원전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본지진예지연락회가 2007년 1월 펴낸 향후 30년 내에 일본에서 발생할 주요지진 예측지도. 출처는 모두 메구로 기미로(目黒公郎)의 『오류투성이 지진대책(間違いだらけの地震対策)』(2007)

더욱 충격적인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기 약 4년 전인 2007년 1월 일본지진예지연락회가 향후 30년 내에 일어난 일본의 주요지진 지도를 발표했는데 후쿠시마 산리쿠앞바다북부지역은 규모 7.1~7.6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90%, 산리쿠앞바다엔 규모 8.2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20%였다. 그리고 미야기현 앞바다는 규모 7.5의 지진 발생 확률이 99%, 이바라기현앞바다는 규모 6.8지진 발생 확률이 92%였다. 더욱이 도쿄는 규모 6.7~7.2의 수도(首都)직하지진 발생 확률이 70%라고 한다. 그리고 도카이(東海)지역은 규모 8.0의 지진 발생 확률이 87%, 도난카이(東南海)는 규모 8.1, 난카이(南海)는 규모 8.4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50%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노토반도지진은 이렇게 치밀한 일본의 지진예측지도에 조차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 동해쪽은 상대적으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돼 왔다. 1978년 관측강화지역 및 특정관측지역 지정 이후 발생한 지진으로 노토반도에 가장 인접한 것이 1984년 규모 6.8의 나가노현서부지진과 2004년 규모 6.8의 니가타주에쓰지진이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발생 2년 전인 2009년에 일본 지진학의 대가인 이시하시 가쓰히코(石橋克彦) 고베대 명예교수가 ‘원전이 지진으로 대형사고를 일으켜, 지진재해와 방사능재해가 복합 증폭해 발생할 파국적 재해의 현실적 가능성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일본 원전당국은 이를 애써 무시했다. 일본의 탈핵전문가 히로세 다카시는 1978년 9월 이전에 공사에 착수한 일본의 원전 25기는 모두 내진설계기준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문제는 아직도 원전당국이나 지자체가 이러한 강진으로 원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충분히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고리2~4호기를 비롯해 전국의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사용후핵연로 건식저장시설 건설 강행, 형식적 주민 의견 수렴 등 ‘원전폭주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원전폭주정책의 원인은 국민안전은 의중에 없고 핵마피아의 이익만 대변하는 윤 정부의 왜곡된 에너지관은 물론 원전 입지 지자체 단체장 및 의원들의 정권 줄서기의 무책임한 정치·행정에 있다. 주권자인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이러한 정치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의 안전조차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2022년 6월 윤 대통령은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지금 여기 원전업계는 전시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대통령과 궤를 함께 하는 여당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고리원전과 관련해 330만 부산시민의 대표라기보다는 대통령실 참모 노릇을 해오고 있다. 부산시의 원자력안전 조례를 보면 노후원전의 수명연장과 원전 추가 건설을 금지하고 있고, 시장은 원자력시설의 설계 변경과 해체,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건설·운영 허가와 관련해 중앙행정기관에 의견을 건의·요청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박 시장은 의견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부산고리2호기수명연장·핵폐기장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국회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부산시·부산시의회가 특별법 폐기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며칠 뒤 부산시의회는 되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민의 안전과 반대로 가는 부산시의회이다. 시의회가 여당일색이기 때문이다.

고리2호기반대본부는 지난해 3월 국민의힘 부산시당,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간담회, 4월 부산시장 간담회를 통해 핵발전소 안정성, 수용성에 대해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다각도로 검증하기로 합의했다. 그 뒤 7월 어렵사리 부산시의회에 ‘시민안전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문제는 당초 요구한 원전특위가 아닌 일반안전을 포괄하는 특위가 된데다 고리2호기가 소재한 기장군 출신으로 친핵 발언에, 고준위 특별법 촉구 결의안을 주도한 박종철 시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혀 시민단체와 간담회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넘게 매일 낮 부산시의회 앞에서 ‘박종철 특위위원장 사퇴’, ‘박형준 시장 원전 수명연장·핵폐기장 주민투표 실시’ 등의 푯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전남 영광군, 함평군, 고창군 등 한빛원전 인근 지자체는 한수원에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성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보완요청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광주일보, 2023년 11월 12일).

2024년 새해. 올해는 4·10일 총선이 있다. 일본의 잇단 강진을 보면서 원전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절실하다.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원전폭주정책을 강행해온 윤 정부와 지역정치 권력의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 지역주권의 힘을 제대로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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