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박사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생태유아교육】 1.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③사회적 관계에 굶주린 아이들

임지연 승인 2024.01.19 15:25 | 최종 수정 2024.03.19 12:18 의견 0

<차례>

1.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살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아이들은 논다:뇌가 좋아하는놀이
5.아이들은 표현한다: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01-3 사회적 관계에 굶주린 아이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 학교가 무서운 아이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건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그것도 옛말인 것 같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의 34.5%로 모든 가구 유형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혼밥, 혼술 등 ‘혼자’를 선호하는 시대가 되었다. ‘선택’형 혼자가 아닌 ‘고립’형 외톨이도 많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하면 일본 이야기라고만 여겼을지 모르나, 국내 은둔형 외톨이가 40만을 넘고 있다.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은둔 청년은 만 19~34세 청년 중 2.4%를 차지한다. 서울시만 놓고 보면 서울 청년의 4.5%인 약 12만 9,000명의 고립·은둔 청년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와 단절하여 철저히 ‘혼자’가 된 사람들이다.

우리 아이들의 사회생활은 어떨까?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부모들은 이 겨울 걱정이 많다.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설렘과 기대로 가득해야 할 ‘학교’가 점점 두려움의 공간이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맘까페에서는 등교를 거부하는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의 글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인기 방송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도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사례는 심심찮게 소개되었을 정도니까. 교육부에 따르면 학업 중단율은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각각 1.9%, 0.7%이고 초등학생도 중학생과 동일한 0.7%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긴장과 불안으로 생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유아기부터 예견된 사회 부적응

초등학생 등교 거부는 주로 분리불안장애와 학교공포증에서 나타난다. 주목할 점은 등교 거부가 친구와의 다툼이나 따돌림과 같은 특별한 갈등 상황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진 상황이나 친구에게 말을 걸고 눈 맞추며 대화는 일상적인 상황을 힘들어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아이들은 본인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문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이 미숙하여 과도한 불안과 긴장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대인관계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분리불안장애와 새로운 장소에 대한 공포증은 어린이집 영아들에게서 나타난다. 엄마와 떨어져 처음 어린이집에 온 한두 돌의 영아들은 어린이집이 떠나가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래도 빠르면 몇 주, 길면 한두 달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한다. 그렇게 아이는 사회생활의 기초를 배워간다.

대여섯 살이 되면 조금 더 복잡한 사회관계를 배워야 한다. 또래들 사이에서 의사소통하기, 공감하기, 협동과 갈등, 경쟁과 승패, 배려와 질서에 대한 대처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함께 노는 시간이 줄어든 반면 학습 시간은 늘어나 이런 기초적인 사회생활을 배울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대여섯 살 아이들과 승패가 있는 게임을 해보라. 그저 게임일 뿐인데 세상을 다 잃은 양 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기려고 반칙하거나 게임규칙을 바꾸려는 아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아프지만 패배를 인정하고 얼른 게임으로 돌아가 도전과 스릴을 즐기려는 아이를 발견한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그러한 건강한 사회적 스킬을 습득해가고 있는 아이를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은 애초에 승패가 있는 놀이, 규칙 있는 놀이를 아이들끼리 하는 여유 있는 시간이 교육 현장에서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친구와 싸우기고 울고불고 하면서 갈등 해결에 골머리를 썩이는 소중한 시간이 사라져 가고 있다.

사회적 관계는 뇌발달을 위한 필수

일본 뇌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사와구치 도시유키 교수는 사회적 스킬을 포함한 인간을 인간다워지게 하는 능력을 ‘사회적 지능’ PQ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그는 저서 <유아교육과 뇌>에서 인간에게는 IQ나 EQ보다 더 중요한 전전두엽 지능(PQ, Prefrontal Quotient)이 있는데 이는 대뇌 피질의 일부인 전전두엽(Prefrontal)이 가진 능력을 말한다. 전전두엽은 고등동물인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인격과 태도를 만들고 학습, 추리, 문제해결, 판단과 기억, 행복감과 관련되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와구치 교수는 덧붙인다. PQ는 8세 이전까지 거의 발달하는데, 진화인류학적으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류만이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한 전전두엽을 발달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인간관계의 집합체인 사회적 관계 자체가 아이들의 뇌발달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분명, 요즘 아이들은 감정을 어떻게 조율하고 타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지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사와구치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PQ가 떨어진 아이,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국영수 학습만 강조했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적 능력은 간과한 탓이다.

이미 행복할 준비, 사회를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들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는 보고서는 행복한 국민을 만드는 것은 친사회적(pro-social) 사회라고 결론지었다. 사회적인 연결성, 공동체의 정서, 신뢰 등과 같은 친사회적 요소들이 인간의 행복감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행복 수준이 왜 10점 만점에 5.951점인지 왜 OECD 38개국 중 35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낯선 이방인 주위로 모여든다. 6살만 되면 아이는 친구 집에서 놀겠다고 엄마를 조르기 마련이다. 4~6학년 초등학생이 뽑은 여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친구가 78%로 압도적이었다(2022 어린이 생활과 의견 조사). 아이들은 이미 무엇이 행복인지 알고,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준비가 필요한 것은 어른들이다.

참고자료

세계행복보고서 한국, 행복순위 세계 57위…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연합뉴스>. 2023.03.20.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답니다" <매일경제> 2022.05.04.

학업중단율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

사와구치 도시유키(2008), 0-8세까지의 유아교육에 대한 이해 : 유아교육과 뇌(한국문화사)

국내 은둔형 외톨이 ‘40만’, 지원은 걸음마 단계 <고대신문> 2023.03.13

뇌도 공격하는 만성 외로움...날 도와줄 친구 없다? 의외 방법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2022.04.18.

“친구와 놀고 싶지만, 친구가 학원에 있어요.”...어린이 목소리①-교육희망- 2022.05.03.

임지연 박사

◇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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