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4>왜 슈마허인가? …슈마허의 저작들

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4>왜 슈마허인가? …슈마허의 저작들

김 해창 승인 2017.11.21 00:00 의견 0

슈마허의 주요 저작들. 『당혹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신을 찾아가는 철학적 사색에의 길』, 『Small is Beautiful』(1973), 국내 번역본 『작은 것이 아름답다』(1986), 1974년 나온 『The Age of Plenty(풍요의 시대)』 표지(왼쪽부터).

슈마허의 대표작은 1973년에 나온『Small is Beautiful(작은 것이 아름답다)』이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 배지현 역 『작은 것이 아름답다』(전망사)로 처음 소개됐다. 그 뒤 1986년 김종욱 역 『작은 것이 아름답다』(범우사상신서 35권), 2002년 이상호 역으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문예출판사)가 나왔다.

『Small is Beautiful』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주간 문학비평지인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가 1995년에 선정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향력 있는 책 100권(The Hundred Most Influential Books Since the War)’에 들어갈 정도로 좋은 책이다.

이들 책 100권은 1940년대부터 연대별로 소개돼 있는데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소개된 1970년대의 책으로는 △다니엘 벨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Daniel Bell: The Cultural Contradictions of Capitalism) △존 롤스 『정의론』(John Rawls: A Theory of Justice) 등이 들어 있다. 1980년대 이후 책으로는 △스티브 호킹 『시간의 역사』(Stephen Hawking: A Brief History of Time) △아마르티아 센 『자원, 가치 그리고 발전』(Amartya Sen: Resources, Values and Development) 등이 있다. 이들 책은 ‘현대 고전’이라고 할 만 한데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반 고교.대학시절에 용돈을 아껴가며 동서문화사의 ‘그레이트북스’나 범우사 ‘사상신서’ 등의 문고판을 부지런히 사모았던 기억이 있다. ‘고전 읽기’라고 하면 1929년 시카코대학 총장이 된 로버트 허친스(Robert Maynard Hutchins, 1899-1977)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허친스 총장은 ‘고전 100권 읽기’를 강조하며 ‘시카코 플랜’을 추진해 이 대학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필독서로 지정했는데 그 결과 명문대학이 됐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시카코대학의 ‘고전 100선’은 플라톤의 『국가론』, 『소크라테스의 변명』, 아리스토렐레스의 『정치학』, 『니코마스윤리학』, 플루타크의 『영웅전』,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공자의 『논어』 등이다. 이러한 책 목록들을 보니 1970년대 초중반 초중학생 시절 ‘고전경시대회’ 기억이 어렴풋히 난다.『삼국유사』 『그리스․로마 신화』와 같은 책들을 읽고 단답형 시험을 쳤던 것 같다. 슈마허는 생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외에 2권의 책을 직접 썼는데 1974년에 펴낸 『The Age of Plenty(풍요의 시대)』와 1977년 사망하던 해 내놓은 『A Guide for the Perplexed』가 그것이다. 나머지는 유작이다.

『The Age of Plenty』는 23쪽 밖에 안 되는 소책자인데 부제가 ‘A Christian View(기독교적 견해)’이다. 이 책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책으로 국내 번역서가 없다. 나도 아마존에 주문을 해 1975년 개정판을 구했다. 이 책은 슈마허에 영향을 미친 존 케네스 갈브레이드(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의 『풍요한 사회(The Affluent Society)』(1958)에서 힌트를 얻은 듯 보인다. 슈마허는 『풍요의 시대』에 ‘기독교적 견해’라는 부제를 단 것은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경제생활에서의 가치문제’를 강조하고자 하였다.

슈마허는 오늘날 풍요라는 것이 재생불가능 에너지원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고, 빈부격차 양극화를 초래했는데 이는 부자나라에서 개인은 풍요롭지만 공공은 헐벗고 있다는 갈브레이드의 지적과 같다며 이러한 제도의 ‘리셋’을 주장하고 있다. 슈마허는 이러한 변혁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작은 것(smallness)’, ‘단순소박함(simplicity)’, ‘자본절약(capital saving)’, 그리고 ‘비폭력(non-violence)’을 ‘기독교정신’에서 찾아 생활에서 실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A Guide for the Perplexed』는 우리나라에선 ‘도서출판 따님’ 송대원 대표가 2007년에 『당혹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신을 찾아가는 철학적 사색에의 길』이란 제목으로 번역서를 냈다. 이 책은 슈마허의 영적 믿음을 개관한 책인데 실제로 슈마허는 50대 말부터 가톨릭에 깊이 매료돼 60세에 영세를 했다. 번역자인 송대원은 옮긴이의 글에서 이 책에 대해 ‘슈마허가 말하듯이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붙어사는 수많은 개미와 같은 존재인 내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슈마허의 유작들.

또한 이 책은 슈마허가 죽기 5일 전 딸에게 책을 건네주면서 “내가 삶을 통해 지향해온 것을 써놓은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슈마허 스스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자신이 밝힌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철학적 틀을 담고 있는데 서구사상과 과학이 너무 좁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머지 슈마허의 저작은 사후 2년 뒤에 나왔다. 슈마허 사후인 1979년에 나온 책이 『Good Work』이다. 슈마허의 아내인 베레나 슈마허가 정리해 펴낸 것인데 우리나라엔 2011년에는 박혜영 역 『굿 워크』(느린걸음)로 출판됐다. 이 책은 슈마허가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묶은 책이다. 슈마허의 강연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냐 하면 한 때 6만 명의 청중이 몰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창조적이고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을 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언급된 ‘인간규모의 기술’, ‘소유권의 적절한 형태’, ‘굿 워크를 위한 교육’ 등에 관한 내용이 잘 나와 있다.

슈마허는 현대 산업사회의 큰 죄악으로 ‘인간의 노동을 가장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만들며, 인간의 총체적인 본성 중에 극히 일부만을 사용해 인간의 삶을 타락시킨 것’이라고 지적하며 ‘좋은 노동(Good Work)’과 ‘나쁜 노동(Bad Work)’를 구분하는 지혜를 갖고, 사회를 바꿔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This I Believe and Other Essays』는 슈마허 사후 20년 뒤인 1997년에 사티쉬 쿠마르 『리서전스(Resurgence)』지 편집인이 펴낸 책으로, 우리나라엔 2003년에 이승무 LG환경안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내가 믿는 세상』(문예출판사)으로 번역 출판했다. 이 책은 1968년 불교경제학에 대한 슈마허의 논문 읽고 난 뒤 『리서전스』지에 실었던 슈마허의 글을 추려 한권으로 엮은 것으로 영적인 것과 물적인 것,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 이상과 현실, 상상과 실재의 전체적인 통합을 보여준다. 읽어보면 마치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속편 같은 느낌이 든다. 끝으로 『Less is More』라는 책이 1996년에 나왔다. 이는 골디언 밴던브뤼크가 슈마허를 비롯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에머슨, 이반 일리치, 앨빈 토플러, 간디 등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산 현자들의 글을 엮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2003년에 그물코에서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자발적 가난』(이덕임 역)이란 이름으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적음이 더 클 수도 있다’ ‘더 적게 요구할수록 걱정할 필요도 적어진다’ 그리고 ‘자발적 가난의 원칙에 따라 삶을 이끌어 갈 때에 우리는 가장 큰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금언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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