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질량' 물질 발견 ... 물리학의 새 화두 부상

'음의 질량' 물질 발견 ... 물리학의 새 화두 부상

조송현 승인 2018.01.11 00:00 | 최종 수정 2018.12.09 19:45 의견 0
'마이너스 질량' 물질을 생성한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반도체 디바이스. 출처: 로체스터대학( Michael Osadciw)
'마이너스 질량' 물질을 생성한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반도체 디바이스. 출처: 로체스터대학( Michael Osadciw)

물리학자들이 ‘음의 질량(negative mass)’을 가진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연구팀이 ‘음의 질량’(혹은 마이너스 질량)을 가진 루비듐 초유체를 만드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최근 로체스터대학 광학연구소 연구팀도 반도체 장치를 사용해 ‘음의 질량’ 입자를 창조했다.

‘음의 질량’ 물질은 차세대 신소재로서의 응용 가능성과 함께 블랙홀과 중성자별, 암흑에너지 등 상식과 어긋나는 신비한 우주의 현상을 설명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주목된다. 기존 중력법칙과 반대로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알 수 없는 힘(암흑에너지)’이 어쩌면 ‘음의 질량’에 의한 것인지 모른다.

모든 물체는 힘을 가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뉴턴의 ‘운동 제2법칙(힘과 가속도 법치, F=ma)’이 규정한 대로이다. 그러나 힘을 가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면 물질이 있다면? 물리학자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 물질을 발견했다. 물리학계는 힘을 가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을 ‘음의 질량(negative mass)’이라고 부른다.

‘음의 질량’으로 먼저 세상을 놀라게 한 곳은 미국 워싱턴주립대학(WSU). WSU 물리학자들은 지난해 4월 루비듐 원자를 이용해 ‘음의 질량’ 초유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 관련 논문을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루비듐 원자를 절대온도 0도 근처까지 냉각시켜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상태로 만들었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상태가 되면 입자는 움직임이 매우 느리고 파동처럼 행동한다.

WSU 연구팀은 이 단계에서 레이저를 쬐어 루비듐 원자를 회전시켰다. 회전 속도가 충분히 빨라지자 루비듐 원자가 마치 ‘음의 질량’을 가진 물체처럼 행동했다. 연구팀의 마이클 포브스는 “루비듐을 밀었더니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튕겨 나오듯 행동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로체스터대학은 워싱턴주립대학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음의 질량’ 입자를 만들어었다. 10일 영국의 과학기술전문 사이트 Phys.org에 따르면 로체스터대학 광학연구소 연구팀은 원자 수준의 얇은 반도체 사이에서 ‘마이너스 질량’을 가진 입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연구 논문은 저널 Nature Physics에 실렸다.

연구팀은 최근 차세대 소자 물질로 각광받고 있는 몰리브덴 다이셀레나이드 반도체와 제한광(confined light)을 사용했다. 겹으로 쌓은 이들 반도체를 제한광과 상호작용하도록 했더니 반도체로부터 아주 작은 입자가 생겨났다. 이 입자는 중성의 준입자인 엑시톤(exciton)인데 광자와 결합해 폴라리톤(polariton)을 생성한다. 폴라리톤은 빛과 전자의 두 가지 성질을 가진 입자이다.

연구팀장인 닉 바미바카스는 “우리는 제한광으로 엑시톤을 자극함으로써 마침내 폴라리톤과 연관된 음의 질량을 가진 물질을 얻었다”면서 “우리의 반도체와 제한광으로 이뤄진 소자(device)는 음의 질량을 가진 입자를 생성하는 최초의 장치”라고 말했다.

바미바카스는 또 “우리의 반도체 소자는 매우 작은 에너지를 조금씩 증가함으로써 레이저 빛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음의 질량’(마이너스 질량) 물질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로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음의 질량’ 입자를 만든 디바이스를 레이저 생성용 웨이퍼(기판)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음의 질량’ 입자인 폴라리톤을 활용한 레이저 생성은 기존의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데, 매우 적은 에너지 투입으로 강력한 레이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워싱턴주립대학 연구팀은 자신들의 ‘음의 질량’ 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천체물리학 연구를 위한 공학 실험에 유용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블랙홀과 암흑에너지 등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고, 실험도 할 수 없는 우주론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음의 질량’ 물질의 행동이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음의 질량’ 물질이 웜홀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이상물질(exotic matter)’ 역할을 할지 모른다고 예상한다. 이상물질은 중력파 연구로 2017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이 도입했다. 일단 형성된 웜홀은 중력에 의해 금방 짜부라져버리는데, 이를 막기 위해선 웜홀 안에 중력과 반대방향의 힘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 나왔다. 킵 손은 중력과 반대 작용을 하는 이상물질은 ‘음의 에너지 밀도’를 가져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이번에 확인된 ‘음의 질량’ 물질이 중력에도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실험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반중력 작용을 한다면 이들 ‘음의 질량’ 물질은 킵 손이 가정한 이상물질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일반상대성이론의 등가원리에 따르면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은 같고, 가속효과와 중력효과는 같다. 따라서 관성력과 반대방향으로 가속되는 '물체'는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 이 경우, 암흑에너지도 ‘음의 질량’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달리 말하면 반중력 작용을 한다. 따라서 만약 ‘음의 질량’ 물질이 반중력 작용을 한다면 물리학자들이 찾던 암흑에너지가 바로 ‘음의 질량’ 물질인지 모른다.

'음의 질량' 개념은 아직은 물리학계에서 논란 중이다. 기존 물리학 법칙과 상충되지 않고 '음의 질량' 물리학이 정립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어쨌던 '음의 질량' 물질이 잇따라 실험적으로 발견됨으로써 ‘음의 질량’은 물리학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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