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방사능 재앙의 초읽기이자 무기한 재앙으로 가는 길"

 더30km포럼ㆍ그린피스ㆍ탈핵부산시민연대, 체르노빌 핵사고 37주년 특별강연회
‘저선량 피폭과 삼중수소-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리고 국내 핵발전소’ 주제 

김 해창 승인 2023.05.01 17:28 | 최종 수정 2023.05.06 12:31 의견 0
왼쪽 숀 버니 전문위원, 오른쪽 티모시 무쏘 교수.
더30km포럼ㆍ그린피스ㆍ탈핵부산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한 체르노빌 핵사고 37주년 특별강연 ‘저선량 피폭과 삼중수소-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리고 국내 핵발전소’의 강연자인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위원(왼쪽)과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 [사진=김해창]

“삼중수소(트리튬)는 몸밖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지만 내부피폭은 저선량이라도 매우 위험하다는 생물학 논문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삼중수소는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NDA 손상 등 다른 방사선 핵종보다 더 강한 생물학적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반 부산 진구 양정동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혁신홀에서 체르노빌 핵사고 37주년 특별강연에 나선 티머시 무쏘(Timothy A. Mousseau)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 교수는 삼중수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30km포럼ㆍ그린피스ㆍ탈핵부산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한 이날 강연은 ‘저선량 피폭과 삼중수소-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리고 국내 핵발전소’가 큰 주제였다. 

티머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 생물학적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주제로 발표했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가 위험한 이유와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 본인과 관련 논문을 바탕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무쏘 교수는 생물학자이자 과학자로 2000년 이래 계속 체르노빌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왔고, 후쿠시마와 관련한 연구는 2011년부터 진행해 130건 이상의 과학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최근 10년 간 삼중수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된 WTO 분쟁 당시 한국 정부의 자문역할을 담당했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 연구한 논문의 수는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전 세계 논문 70만건 중 250건 뿐으로 연구 논문수가 매우 적지만 진행된 논문에선 삼중수소가 생물학적으로 커다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삼중수소에 대해서 위험하지 않다고 인지하고 있는데 삼중수소는 저에너지의 베타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우리 몸에 들어오기 전 공기 중에서 사라지거나 종이 한 장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삼중수소가 일단 인체 안에 들어오게 되면 몸 안에 있는 세포 및 DNA와 직접적인 접촉이 발생하여 상당히 심각한 손상, 특히 정자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정자의 DNA 손상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양에서 물고기의 생식 능력 및 생산성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유기분자로 전환되거나 결합하여 몸 안 일부가 돼 상당히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유기결합삼중수소(OBT)라고 하는데, 이처럼 체내 단백질의 아미노산이나 유기물과 결합하면 삼중수소가 인체 안에서 오랜 시간 누적되고 잔류한다는 것이다. 수산물에 축적된 삼중수소가 먹이사슬의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연구에서 유전적인 변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더욱 폭넓고 엄밀한 과학 연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며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한 뒤에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중수소 생물학적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주제로 강연하는 무쏘 교수 [사진=김해창]

무쏘 교수는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 전에 삼중수소의 영향성 확인을 위해 어류(도다리) 및 전복, 해조류를 대상으로 저선량 삼중수소 수조에서 실험하고 있으나 실험설계를 보면 샘플수가 상당히 적고 삼중수소의 영향을 제대로 보여주는 설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규모도 작고 중요도도 굉장히 미미하기에 이런 설계보단 대규모 생태학적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박테리아부터 최상위 먹이사슬까지 더 많은 생물학적 개체군을 대상으로 실험해야 하며, 중요한 것은 도쿄전력이 아닌 독립적인 과학자들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내부 피폭될 경우 베타선이 DNA를 직·간접적으로 손상시키는 등 유전자 및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정자의 생산·운동과 난자 수정력을 저하시키고 식물의 종자 발아율도 떨어뜨린다. 무쏘 교수는 체르노빌원전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 등을 관찰한 결과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정보가 확인됐다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주변 생태계 생물들의 유전정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무쏘 교수에 이어서 숀 버니(Shaun Burnie)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이 ‘후쿠시마원전 폐로와 오염수-끝이 없는 위기’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린피스에서 30여 년간 탈핵운동을 해온 버니 전문위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그린피스가 우려하는 점을 알리고 무쏘 교수의 연구가 무엇을 시사하는 지 알리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후쿠시마제1원전의 폐로와 오염수의 상관관계 그리고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국제해양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측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와 관련해 국제적인 관행을 따르고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삼중수소의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의 물 관련 사이트에는 ‘삼중수소의 경우 상당히 약한 베타 방사능을 배출하고 이는 종이 한 장도 관통할 수 없다’이라는 글이 있는데 내부피폭이 되어 어류 및 사람의 세포에 들어왔을 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또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승인하는 입장을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IAEA의 사무총장은 오염수 방류라는 것은 국가 결정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승인 및 반대를 한 바가 없다고 설명하였다. 그렇지만 IAEA의 불명확한 태도에서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들에게 IAEA가 승인하고 인정한다는 식의 홍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중수소와 환경, 건강, 암 발생률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IAEA는 의도적으로 불명확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원전 폐로와 오염수-끝이 없는 위기’를 주제로 강연하는 버니 그린피스 전문위원. [사진=김해창] 

버니 전문위원은 또한 도쿄전력측이 진행한 방사성영향평가(RIA)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서 요구하는 포괄적인 환경영향평가(EIA)가 아니라는 점을 짚으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제법도 위반한다고 밝혔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일본을 대상으로 유엔에 강력히 제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은 힘이 있는 나라이기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포함하여 쟁점 요소는 충분하다면서 한국과 같은 나라가 태평양 도서국들과 함께 지혜를 모으고 행동하면 국제해양법 제소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버니 전문위원은 후쿠시마원전 폐로를 30~40년 안에 마치고 오염수를 30년간만 방류하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체르노빌원전사고와 비교하였을 때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아직 초기상태로 지금 체르노빌의 현 주소가 앞으로 20~30년 후의 후쿠시마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후쿠시마원전사고로부터의 방사능 재앙에 초읽기 수준이고, 무기한의 재앙으로 가는 길임을 강조했다.

이어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첫 번째 질문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을 저지할 수 있는 국제적인 공동대응 방안은 없는 지 물었다.

이에 버니 전문위원은 일본 국민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는 방법과 유엔해양법협약에 근거해 태평양 연안국가가 과학적 패널을 구성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소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연구비가 충분하지 않은 문제가 있으며, 무엇보다 독일의 탈핵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도 텍사스 일대를 보면 과거에는 석유 중심의 발전에서 이제는 풍력발전으로 대부분 전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질문자는 핵발전소 주변 감상선 암 발병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었다.

무쏘 교수는 평상 가동 중인 핵발전소 주변의 암 질병 관계에 대한 연구는 사례수가 너무 적고 돈도 많이 들어 연구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경우 암 질환만이 아니라 DNA변형 등 다른 생물학적 지표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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