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니얼굴」의 주인공 은혜씨, 응원합니다!!!

「니얼굴」, 발달장애인 은혜씨의 '사회와 소통하는 이야기' 다룬 다큐

김 해창 승인 2023.07.03 10:40 | 최종 수정 2023.07.05 11:02 의견 0
7월 1일 부산 수영구 망미2동 복합주민센터 3층 들락날락극장에서 다큐영화 「니얼굴」 상영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 [사진 = 김해창]

“지금 은혜씨가 편해 보이지만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친구도 없었고 환청에 시달리고 소리도 마구 지르고 해서 가족도 우울했는데 어느 날 사람 얼굴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림이 소통의 도구가 됐어요.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 나가 사람들 얼굴을 그려주면서 잠재된 재능이 나왔고 이제는 작가 겸 배우로 감독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굴한 셈이 됐죠. 허허.”

7월 1일 오후 부산 수영구 구락생활문화센터(망미2동 복합주민센터) 3층 들락날락극장에서 다큐영화 「니얼굴」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감독인 서동일씨가 주인공인 딸 은혜씨의 놀라운 변화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영화 ‘니얼굴’은 서동일 감독이 만든 발달장애인 딸인 은혜씨의 놀라운 변화를 다룬 다큐영화(87분)로 ‘어느 뜨거운 여름,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은혜씨가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면서 사회와 소통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정은혜씨는 2022년 tvN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영옥 역)의 언니 ‘영희’로 출연한 발달장애인 배우로도 알려진 캐리커처 작가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6월 개봉했고, 전국적으로 작은 영화상영회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18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상영회는 평소에는 복합주민센터인데 주말엔 극장이 되는 이 센터 3층의 ‘들락날락극장’의 7월 기획프로그램이었다. 들락날락극장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첫째주 오후1시 무료영화를 상영한다. 이날 상영회 전후에는 극장 안에 마을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오픈마켓과 돗자리마켓이 펼쳐졌다. 

왼쪽부터 서동일(은혜씨 아버지) 감독, 장차현실(은혜씨 어머니), 정은혜, 정진아씨 

이날 관객과의 토크에는 정은혜씨 가족이 총출동했다. 주인공 은혜씨는 물론 서동일 감독, 그리고 제작자이기도 한 엄마 장차현실씨가 나왔다. 사회는 지역 문화활동가 정진아씨가 맡았다. 

△정진아: 영화 잘 보았습니다. 은혜씨의 경우를 보면 뭔가 감춰야하는 것을, 개인감정을 어떻게 들어내는가, 어떻게 소통하는가가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감독님, 은혜씨의 소통은 어떠한가요?

△서동일: 은혜의 아빠로서 문호리리버마켓이 참 도움이 컸어요. 처음부터 카메라를 든 것은 아니었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지켜보는 게 안타까워 그림으로라도 사람을 만나게 하려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어요. 근데 실제 경기도 양평의 문호리리버마켓은 보는 것과는 달리 한여름, 한겨울 햇빛과 비바람이 심했어요. 근데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마다 갔지요

△정은혜: 개고생 했지(관객들 웃음).

△서동일: 그런 와중에도 은혜씨가 자신이 작가로서 그림을 통해 소통의지, 즉 자기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 그때부터 그런 상황을 적극 기록하기 시작했지요.

△정진아: 은혜씨는 그런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힘든 건 없었나요? 어떤 게 힘들었나요?

△정은혜: 없어요. 여름에 피부에, 얼굴에 종기도 나고 한겨울엔 비바람이 불어 손도 텄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렸죠. 거의 2천명 정도.

△장차현실: 1년에 1000명, 2년에 2000명 정도 그렸죠. 하루 평균 3명 이상을 그렸는데 지금까지 4500명 정도 그렸지요. 은혜씨 무서운 사람이에요. 은혜씨는 불평불만이 없어요. 리버마켓은 코로나 때는 문을 닫았는데 인근 다른 작은 마켓은 열어 거기는 매주 셀러들이 나와 활동을 했어요. 처음엔 한분 그림당 5000원을 받았어요. 하루에 4-5명 정도 그리면 2만5000원 정도인데 우리 세식구 점심 한끼에 3만 원이 나갔어요. 그런데 은혜가 멈추지 않는 거예요. 한번도 오늘은 안 할래 집에 갈래 한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은혜씨는 사람들이 “예쁘게 그려주세요”라고 말하면 “원래 예쁜데요, 뭘”이라고 답해요. 캐리커처 작가로서 정은혜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대로 그려내죠.

△정진아: 가족이야기를 다큐로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니얼굴’은 주관적 존재를 가족영화가 아닌 담담하게 풀어낸 객관적 다큐영화로 만든 게 이 영화의 장점이라 생각해요. 

△서동일: 영화 촬영 분량은 원래 300시간 정도 되는데 이것을 한 시간 반으로 줄이는 작업이 정말 힘들었지요. 은혜를 옆에서 아내가 늘 도와줬는데 그러다보니 영상 절반이 아내이고 절반이 은혜가 나오는 거예요. 아내가 자기 그림은 과감히 빼달라고 요청을 해서 엄마 모습을 빼고 나니 온전히 은혜의 모습이 나왔어요.
이어서 객석의 질문이 쏟아졌다.

△관객 한 분: 너무 잘 봤어요. 평소 은혜씨와 달리 그림과 영화가 맞물려 영상 사진 다 좋았어요. 은혜의 모습은? 촬영과정에서 은혜씨한테 어려움은 없었나요? 

△서동일: 비장애인도 마켓 나가 사람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하루 이틀은 몰라도 1, 2년을 어떻게 하겠어요. 은혜 작가는 한 번도 그에 대한 불평불만이 없었어요.

△장차현실: 문호리 나가기 이전 20대 초반의 은혜모습은 정말 참담했어요. 20대 초반에 퇴행이 오고 틱이 오고 조현병까지 보일 때 가족은 정말 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요. 늘 집에는 커튼이 쳐져있는 느낌이었지요. 사춘기 남동생, 강아지조차 주눅이 들었지요. 저도 사실 뇌졸중이 가볍게 와서 힘들었는데 리버마켓에서 그림 그리며 웃고 있는 은혜를 보면서 살 수 있게 됐어요. 자연은 참 위대한 것 같아요. 몸이 힘들 것 같은데 점점 좋아져 강가에 생명력이 살아나듯 은혜도 저희 가족도 모두 달라졌어요. 발달장애인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가족의 힘이 정말 중요하지요. 리버마켓은 은혜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어요. 현재 은혜작가는 동료작가 20명과 함께 출근하면서 경기도에서 최저시급으로 하루 4시간 그림작업하고 월급을 받아요. 노동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요. 

△서동일: 그리고 다음 작품으로는 예술노동으로 할까하고 현재 편집중입니다.

△다른 관객: 너무 잘 봤어요. 은혜씨에 감사하고 하나 제안하고 싶어요. 나하고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은데 그림을 머리부터 그린다는 것. 그리고 저는 무용하는 사람으로 치료즉흥춤을 추는데 전시회할 때 은혜씨 춤이 참 좋았어요. 춤을 추세요. 나랑도 춤을 춥시다. 춤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정은혜: 그거는 김미경 선배작가하고 같이 춤도 추었어요. 춤출 때 기분은 같이 작가로 둘다 남자 없는 외로움으로 예술을 하죠. 전시장에서 춤추기 시작했어요. 

△장차현실: 은혜의 경우 특별한 점은 그림을 사실 배운 적 없어요. 은혜가 지금은 친구가 많지만 참으로 놀라울 뿐이에요. 그런데 다른 발달장애 작가를 보니 처음엔 그림을 그리는데 어느 순간 음악을 하고 있고, 음악을 하다 어느 순간 작가로 변신해요. 이 사람들은 열려있어요 춤도 마찬가지죠.

△또 다른 관객: 고맙습니다. 그림 잘 봤습니다. 춤 출 때 아름답고 행복해보였어요. 자연리듬에 몸 받기는 것이 참 아름답구나. 그리고 영화에 아들이 프리마켓 교통정리하는 장면도 생각이 나네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이란 게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가족을 넘어 사회연대로 손을 맞잡고 그런 마음이 전해져 너무 좋았어요. 요즘 은혜씨 생활은 어떤지 궁금해요.

△정은혜: 좋아요. 그림을 그리고 나서 제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경기 양평군에서 하는 장애인복지관에 청소일도 했죠. 힘들었지만 돈도 벌고 꾸준히 그림도 그렸어요. 이번에 오는 12월 뉴욕에 초청을 받았어요. 키운 개를 그림 그리고 있어요. 미국에 그림을 들고 갈 거예요. 이제는 알아보는 사람도 많죠. 어디 가도 학생들이 절 눈치채고(알아보고) 보고 90도로 인사를 해요. 특히 중고생들이 좋아해요. 저한테 사인해주세요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붓펜을 가지고 다녀요. 이제는 마켓 활동안 하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집 식구들이 ‘은혜카드’도 쓰고 있어요. 

△장차현실: 맞아요. 요즘 은혜가 우리집 ‘소녀가장’이에요(웃음). 저한테도 카드 뭣 썼느냐고 물어요. 동생 학원비 용돈도 은혜가 줘요. 이번에 압구정 청담동 장애인 작가 20여 명이 500점의 그림을 판매하고 있어요. 최근 NFT(디지털자산의 저작권과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네트워크에 기록하는 방식)판매도 하는데 은혜 그림이 500만 원에 팔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직은 불안정해요. 기껏 1년 보조금 사업으로 견디고 있는 거죠. 노동도 10개월 노동만 인정해요. 그래서 12개월 노농투쟁을 하고 있어요. 다행히 경기도가 이런 지원을 잘 하고 있어요. 2022년 500명 지원에서 올해는 1000명 내년에는 2000명 지원한대요. 

△정진아: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네요. 끝으로 한말씀 씩 해주시죠.

△장차현실: 양평서 여기 부산까지 멀리 오긴 했네요. 그런데 오늘같이 눈빛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이런 자리가 너무 좋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서동일: 앞으로도 이런 힘으로 열심히 살아갈 겁니다. 여러분이 큰 힘이 됩니다. 글고 은혜 최근 근황은 ‘니얼굴 은혜씨’ 유튜브를 봐주세요.

△정은혜: 유튜브가 있으니 구독자 좋아요 많이 눌러주세요. 따듯한 박수와 사랑스러운 눈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긴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은혜 작가 겸 배우의 사인

들락날락극장은 오는 10월까지 매주 첫째주 토요일 오후1시에 문을 연다. 오는 8월 15일에는 박재범 감독의 애니메이션영화 ‘엄마의 땅-그리샤와 숲의 주인’이 상영되고 상영후 박재범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눈과 얼음의 땅에서 순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녀 그리샤는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엄마를 살리기 위해 전설로 전해오는 숲의 주인을 찾아 따난다는 줄거리이다.

오는 9월 2일에는 가나자와 도모키 감독의 드라마 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이 상영된다. 돌고래를 찾아 함께 떠난 여행으로 시작된 두 소년의 우정과 동심의 추억을 그린 영화이다. 10월 7일은 파울 슈마츠니 감독의 다큐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가 상영된다.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 난생 처음 음악을 연구하기 시작한 아이들. 궁핍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카라카스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새로운 오늘을 선물한 프로젝트 ‘엘 시스테마’ 그 기적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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