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52) - 인생이란 이 꼭두각시놀음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

허섭 승인 2021.12.18 18:46 | 최종 수정 2021.12.19 09:52 의견 0
352 하향응(何香凝 1878~1972) 맹호포효도(猛虎咆哮圖) 1934년
하향응(何香凝, 1878~1972) - 맹호포효도(猛虎咆哮圖)

352 - 인생이란 이 꼭두각시놀음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                                                   

인생은 원래 한바탕 꼭두각시놀음이니 오직 그 꼭지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 실도 헝클어지지 않고 감고 푸는 것이 자유롭고 
움직이고 멈춤이 오직 나에게 있어 조금이라도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면 

곧 이 놀이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傀儡(괴뢰) : 꼭두각시 또는 꼭두각시놀이.  * 어린 시절 그 뜻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사용했던, 어른들은 그 뜻을 제대로 알려 주지도 않으면서 우리들에게 강요해 왔던 말이 바로 괴뢰(傀儡)라는 단어였다.
  • 只要(지요) : 다만(오직) ~해야 한다.
  • 根蒂(근체) : 밑뿌리, 근본, 토대.  蒂의 본자(本字)는 蔕로 ‘식물의 꼭지나 꽃받침, 배꼽’ ‘초목의 밑동, 뿌리’ 를 뜻한다.  여기서는 ‘柢(뿌리 저)’ 와 같은 뜻이다. 

* 그런데 꼭두각시 인형극을 실연(實演)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각 인형을 매단 줄을 여러 손가락에 거머쥐고 조정하는 것이니, ‘밑동’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꼭지(덜미)’ 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그물의 벼리처럼 한꺼번에 끌어당길 수 있는 요체(要諦)를 말하는 것이다.  

  • 一絲不亂(일사불란) : 한 가닥의 실도 헝클어지지 않음.
  • 卷舒(권서) : 감고 푸는 것. 두루마리를 말고 펼치는 것.  卷은 ‘捲(감아 말 권)’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 ̖行止(행지) : 가고 멈추는 것. 움직이고 정지하는 것.
  • 一毫(일호) : 털끝만큼도, 추호(秋毫)도.  * 가을이 되면 짐승들은 털갈이를 하는데 그 때 나오는 털이 가장 작고 가늘다 하여 생겨난 말이 ‘추호(秋毫)’ 라는 단어이다.
  • 提掇(제철) : 간섭(干涉). 提는 원래 ‘손을 잡아 끌다’ 의 뜻이고, 掇은 ‘줍다, 가리다, 선택하다’ 의 뜻이다.  * 꼭두각시 인형에 줄을 매달아 그 동작을 조작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 此場中(차장중) : 인생의 무대인 세상 가운데.
352 하향응(何香凝 1878~1972) 매화수선(梅花水仙) 1935년
하향응(何香凝, 1878~1972) - 매화수선(梅花水仙)

◈ 꼭두각시 인형극에 대하여

<꼭두각시놀음> 은 남사당패가 하는 여섯 종목의 놀이 - 풍물·버나·살판·어름·덧뵈기·덜미 중 끝놀이이며, 이들 연희자들은 인형극을 ‘덜미’ 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인형의 목덜미를 잡고 노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예부터 인형을 가리키는 말로 꼭두(꼭둑) 또는 꼭두각시가 널리 사용되어 왔으며, 국어에서 꼭두(곡두, 곡뒤, 꼭뒤)는 허깨비[幻影] ․ 뒤꼭대기[後腦] ․ 인형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꼭두(정수리나 꼭대기)와 꼭뒤(뒤통수의 한가운데)는 독립적인 의미로 쓰이고, 때로는 접두어로서 꼭두놀리다(인형 조종) ․ 꼭지마리 ․ 꼭두머리(맨 처음) ․ 꼭두새벽 ․ 꼭두쇠 ․ 꼭뒤누르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이와 같은 어휘들은 모두 인형 또는 인형극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꼭두각시 인형의 종류는 인형의 조종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막대기 인형[杖頭形]이 주종을 이루며, 여기에 천을 자루 또는 장갑같이 만들어 조종하는 주머니 인형[布袋形]도 있다. 신체 부위에 줄을 매어 조종하는 독립적인 줄 인형[懸絲形](마리오네트 인형)은 찾아볼 수 없으며, 다만 입술에 줄을 장치해 잡아당기면 말을 하듯이 입술을 움직이는 인형들은 여럿이다. 줄을 인형 내부의 조종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인형의 몸통에 줄을 꿰어 양편에서 잡아당기며 조종하는 줄타기 인형[走線形]은 매사냥에서 유일하게 전승된다.

※  위의 내용으로 보아 중국의 꼭두각시 인형극은 인형에 줄을 매달아 조종하는 줄인형임을 알 수 있으며 이 장의 내용은 이러한 사정에 맞추어 번역함이 옳을 것이다.

352 하향응(何香凝 1878~1972) 송국(松菊) 1960년대
하향응(何香凝, 1878~1972) - 송국(松菊)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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