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53) - 한 가지 일이 일어나면 한 가지 해로움도 따라 생기니, 일 없음이 곧 복이라 

허섭 승인 2021.12.18 19:03 | 최종 수정 2021.12.21 11:06 의견 0
353 여봉자(呂鳳子 1886~1959) 고송(高松)
여봉자(呂鳳子, 1886~1959) - 고송(高松)

353 - 한 가지 일이 일어나면 한 가지 해로움도 따라 생기니, 일 없음이 곧 복이라 

한 가지 일이 일어나면 한 가지 해로움이 따라 생기는 법이니
그러므로 천하는 항상 일 없음을 복으로 삼는다.

옛사람의 시를 읽으니, ‘원컨대 제후에 봉해지는 일을 말하지 말라.
한 장수가 공을 세움에는 만 사람의 뼈가 말라야 한다‘ 하였으며

또 이르기를, ‘천하가 항상 무사태평 하다면 
칼이 칼집 속에서 천 년을 썩어도 아깝지 않으리라’ 하였으니

비록 영웅의 마음과 용맹스런 기개가 있을지라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과 눈처럼 사라지리라.

  • 以 A 爲 B : A를 B로 삼다, A를 B로 간주(看做)하다, A로 B를 만들다.
  • 前人詩(전인시) : 당(唐)나라 시인 조송(曺松)의 시 「기해세(己亥歲)」를 두고 말하는 것임.  * 황소(黃巢)의 난으로 백성들이 고통을 받던 기해년(희종 6년 879년)에 지은 칠언절구로 전쟁의 잔학성과 모순을 규탄한 시이다.
  • 勸君(권군) : 그대에게 권하노니, 그대에게 원하노니(원컨대). 
  • 莫(막) : ~하지 말라.
  • 封侯(봉후) : 공을 세워 제후(諸侯)에 봉해짐. 즉 입신영달(立身榮達)을 의미함.
  • 萬骨枯(만골고) : 만 명의 사람이 죽어 그 해골이 마름. 
  • 又云(우운) : 또 말하기를.  작자 미상(未詳)의 시로 출전을 알 수 없음.
  • 匣(갑) : 칼집.
  • 不惜(불석) : 아깝지 않다.
  • 千年死(천년사) : 명검(名劍)을 천 년이나 사용하지 않아 녹이 슬었다는 얘기이다.  死는 ‘사장(死藏)되었다’ 는 뜻이다.
  • 雄心猛氣(웅심맹기) : 영웅다운 마음과 용맹스런 기상.
  • 不覺(불각) : 자기도 모르게.
  • 氷霰(빙산) : 얼음과 싸락눈.
353 여봉자(呂鳳子 1886~1959) 부신자(負薪者)
여봉자(呂鳳子, 1886~1959) - 부신자(負薪者)

◈ 조송(曺松 830~901)의 「기해세(己亥歲)」

澤國江山入戰圖 (택국강산입전도)  여기 늪지대도 전란으로 황폐해지고 말았으니
生民何計樂樵蘇 (생민하계낙초소)  백성들이 어찌 나무하고 풀 베며 살아갈 수 있으리
勸君莫話封侯事 (권군막화봉후사)  원컨대 공을 세워 입신양명(立身揚名) 한다는 말은 꺼내지 말게
一將功成萬骨枯 (일장공성만골고)  장군 하나가 공을 세우려면 만 명 군사가 해골로 딩굴어야 하니

澤國(택국) : 늪이 많은 지방. 水鄕(수향).   
樵蘇(초소) : 樵는 나무꾼, 蘇는 풀을 베는 것. 즉 최저 한도의 생활을 가리킴

* 勸君이 憑君(빙군)으로 되어 있는 문헌도 있다. 그 의미는 같다.

여봉자(呂鳳子, 1886~1959) - 차심한처도(此心閑處圖)
여봉자(呂鳳子, 1886~1959) - 차심한처도(此心閑處圖)

◈ 『노자(老子)』 제 장에

인간이 하는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개 아니 하니만 못한 일이 대부분이니, 무슨 일을 하더라도 마지못해 하는 듯이 해야 한다. - 도무지(道无知) 어록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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