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57) - 자연과 인정의 추위와 더위는 피할 수 있을지라도 내 마음의 변덕은 없애기 어렵나니 …  

허섭 승인 2021.12.21 19:45 | 최종 수정 2021.12.24 16:37 의견 0
357 이가염(李可染 1907~1989) 만산홍편(萬山紅遍) 69.5+45.5 북경 중국미술관
이가염(李可染, 1907~1989) - 만산홍편(萬山紅遍)

357 - 자연과 인정의 추위와 더위는 피할 수 있을지라도 내 마음의 변덕은 없애기 어렵나니 …  

천지 운행에 따른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우나
인간 세상의 더위와 추위는 제거하기 어렵다

(비록) 인간 세상의 더위와 추위는 제거하기 쉬울지라도
내 마음의 추위와 더위는 제거하기 어렵다

내 마음에 얼음과 숯불을 제거할 수 있다면 
온 마음이 화기로 가득하여 가는 곳마다 봄바람이 절로 일 것이다.

  • 天運(천운) : 천지의 운행(運行), 그리고 그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뜻한다.
  • 寒暑(한서) : 추위와 더위.
  • 炎凉(염량) : 뜨거움과 차가움. 인정(人情)의 변덕스러움을 비유한 말이다.  염량세태(炎凉世態)의 줄임말로 볼 수 있다.
  • 去得(거득) : 없애 버리다, 제거(除去)할 수 있다.  여기서 去는 ‘없애다, 제거하다’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 得은 일반적으로 영어의 can에 해당하는 조동사(~할 수 있다)나 보조동사의 기능을 하는데 여기서는 조동사로 ‘~해 내다, ~ 버리다’ 로 풀이할 수 있다.
  • 氷炭(빙탄) : 얼음과 숯불. 마음의 변덕스러움을 비유한 말이다.
  • 滿腔(만강) : 가슴에 가득 참.
  • 隨地(수지) : 이르는 곳마다, 가는 곳마다.
357 이가염(李可染 1907~1989) 산촌비폭(山村飛瀑) 69.3+46.8
이가염(李可染, 1907~1989) - 산촌비폭(山村飛瀑)

※ 빙탄(氷炭)의 비유

빙탄(氷炭)은 ‘얼음과 숯’ 이라는 뜻이다. 얼음과 숯불이 서로 공존할 수 없음을 비유하여 흔히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이라 말한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그러한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차가움’ 과 ‘뜨거움’ 이라는 의미로 쓴 것이다. 마음이 싸늘하다가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변덕스러움을 비유한 것이다.

빙탄의 비유가 쓰인 전고(典故)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서로 용납할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氷炭不相竝(빙탄불상병) - 얼음과 숯은 서로 병존하지 못한다. 『초사(楚辭)』 동방삭(東方朔) 칠간(七諫)
氷炭不同器 (빙탄부동기) - 얼음과 숯은 같은 그릇에 담길 수 없다. 『한비자(韓非子)』 현학(顯學)  

2. 스스로 자명한 이치를 말한다. (본질에 충실하면 선전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난다)
氷炭不言(빙탄불언) 冷熱自明(냉열자명) - 얼음과 숯불은 말하지 않지만 그 차가움과 뜨거움은 저절로 분명하다.  『진서(晉書)』왕침전(王沈傳)

357 이가염(李可染 1907~1989) 용호석조(榕湖夕照) 69.5+46.9
이가염(李可染, 1907~1989) - 용호석조(榕湖夕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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