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조상과 진화 경쟁하던 2억1천만년 전 파충류 화석 발굴

인저리타임 승인 2018.11.23 18:38 | 최종 수정 2018.11.23 18:49 의견 0
Students at the excavation site at Lisowice, Silesia, PolandKrystian Balanda
코끼리처럼 생긴 공룡 리소비치아 보자니 발굴 현장. 출처 = 뉴사이언티스트 (폴란드크리스티앙 발란다)

트라이아스 말기에 코끼리 크기 몸집 갖고 경쟁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은 거대한 몸집으로 지구를 호령해 대적할 동물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룡 못지않은 몸체를 가진 파충류 화석이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 리소비체 마을에서 발굴된 약 100개 화석의 주인공들은 길이 4.5m, 키 2.6m, 무게 9t으로 아프리카코끼리와 같은 거대한 몸집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2억1천만 년~2억500만 년 전에 살았던 동물로, 당시 지구에는 몸집이 큰 동물로 공룡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화석이 발굴된 마을 이름을 따 '리소비치아 보자니(Lisowicia bojani)'로 명명된 이 동물은 포유류와 비슷한 초식성 파충류인 '디키노돈트(dicynodont)'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종으로 밝혀졌다.

리소비치아 몸집은 다른 디키노돈트보다 40% 더 크다. 

Skeleton of Lisowicia bojaniTomasz Sulej
리소비치아 보자니의 골격. 출처 : 뉴사이언티스트(토마즈 슐레즈 박사)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의 조상 격인 디키노돈트는 약 2억5천만 년 전 지구 동식물의 90%가 사라진 대멸종도 극복하고 살아남았지만 트라이아스 말기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리소비치아 화석은 디키노돈트의 생존 시기를 1천만 년 이상 연장하고 있다.

발굴을 주도한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고생물학자 그르제고르스 니에즈비즈키 박사는 리소비치아의 두개골과 턱은 고도로 전문화해 거북이나 뿔을 가진 공룡처럼 이빨 없이 턱을 덮는 날카로운 표피성 각질인 부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리소비치아는 큰 덩치로 디플로도쿠스(diplodocus)를 비롯한 용각류(龍脚類)의 조상들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은 약 2억3천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에 처음 출현해 그 뒤로 이어진 쥐라기와 백악기에 지구를 지배했다. 초기 공룡들은 쥐라기나 백악기 시대의 공룡만큼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폴란드과학원 고생물학연구소의 토마슈 술레즈 박사는 이와 관련 "트라이아스 말기는 공룡이 발흥한 시기일 뿐만 아니라 마지막 디키노돈트인 리소비치아가 공룡과 경쟁을 시작한 시기"라면서 "결국 진화 경쟁의 승자는 공룡이 됐다"고 했다.

니에즈비즈키 박사는 "디키노돈트는 트라이아스 중기와 말기에 놀라울 정도로 번성한 동물"이라면서 "리소비치아는 트라이아스기의 포유류 같은 파충류에 대한 기존 생각에 많은 구멍을 내는 것이라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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