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들만 노리는 '의료 떴다방’

김진현 승인 2019.11.30 15:55 | 최종 수정 2020.07.03 19:07 의견 0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떴다방(무료체험방) 피해예방 홍보물.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는 노인 소비자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 이미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00년에 전체인구의 7.2%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17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긴 14.2%로 고령사회가 되었다. 2025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인구 비중이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의 비중도 높아져 노인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 진료비 중장기 추계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31조 6527억 원인데 이는 2025년 57조 9446억 원, 2035년 123조 288억 원, 2060년 337조 1131억 원 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다.

급속한 고령화와 진료비 증가는 경제와 사회, 소비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어 노인 소비자층의 확대와 함께 노인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등장과 함께 노인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 생산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넘쳐나는 의료기기 무료체험방의 정체는?

의료기기 체험방은 의료기기 판매자들이 노인이 주로 주거하는 지역에 의료기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체험방’을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한다. 외적으로만 보면 의료기기를 무료로 체험해보고 원하면 구매한다는 방식에서는 언뜻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무료체험방의 문제는 공식매장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책정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을 현혹해 직접 기기를 구입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무료체험방에서는 노인들을 상대로 다양한 체험행사, 사은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여러 작은 선물을 수시로 노인들에게 주면서 현혹한다. 왜 현혹이냐 하면, 노인들을 그렇게 끌어들인 다음에는 허위광고, 과대광고를 통해 시중가보다 2배에서 많게는 80배까지 천차만별로 가격을 부풀려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체험방에 대한 여러 단속사례가 있었으나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판매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노인들이 병원보다 의료기기 체험방으로 가는 심리

노년기에 접어들면 경제적 빈곤, 정신과 육체의 병고,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고독감, 무위에서 오는 무역할 등 크게 4가지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한다.

노인이 되면 노화에 의한 질병 발병률의 증가와 급격한 신체기능의 저하로 인한 건강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력이 좋거나, 설사 열악한 경우라도 건강용품과 건강 관련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연령층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관련 광고에 현혹되기 쉽다. 제품 구매에 있어서도 노인들은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려는 경향이 다른 연령층 보다 높은 반면에 제대로 된 정보에 상대적으로 더 어둡다. 게다가 노인들은 노년기의 고독과 쓸쓸함으로 인해 유사한 우정에도 쉽게 마음이 현혹되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소비자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무료체험방에서는 노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체험사례, 재미난 행사 등을 수시로 진행하면서 출석 체크나 사은행사를 통해 여러 생필품을 무료로 주기도 한다. 더욱이 체험방 직원은 자식보다 더 다정하고 친밀하게 노인들의 건강을 챙기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노인들은 지루한 일상에서 새로운 재미를 체험방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끼게 되고, 매일 자식처럼, 아니 자식보다 더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 주는 직원에게 깊은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매일 출석하여 받는 소소한 생필품은 자신은 비록 늙었지만 열심히만 하면 가정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만족감을 갖게 해준다. 노인들은 자신의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자주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과도한 진료비와 장기간의 치료 등 경제적 부담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당장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병원에 가지 않고 좋은 의료기기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체험방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노인 소비자 인식 제고와 더불어 불법행위는 적극 신고 필요

체험방 업체들은 무료체험방 기기들이 병원, 한의원에 들어가는 의료기기로 ‘암 예방’, ‘간기능 재생’, ‘노폐물 제거’, ‘노화 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서 각종 체험사례와 교육, 행사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노인들에게 주입한다. 이에 대한 노인들의 신뢰는 가히 종교적 믿음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의료기기는 실제로는 대부분 근육통 완화나 몸에 열을 더해 주는 보완기능 밖에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대부분의 계약이 방문판매 계약이므로 14일 이내 취소가 가능하지만 계약서를 받아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이미 노인이 제품을 복용하거나 사용하여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특히, 노인 스스로 제품의 반품에 대한 의지가 없고 오히려 자녀들이 반품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는 노인의 경제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가족 간의 갈등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소비자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때는 충분한 정보를 수집해서 비교하고 선택하게 되며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구입처나 제조사 A/S센터를 통해 수리나 교환을 요구하지만, 체험방을 통한 노인소비자의 경우는 정보수집 과정을 거의 생략하고 오로지 판매원의 설명에만 의존하거나 본인의 추정에 의한 정보를 사실로 믿어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고 건강관리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았다가 피해를 입는 ‘체험방 문제’는 단순한 소비자문제를 넘어 가족문제, 사회문제로 비화된다. 폐해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제도적, 정책적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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