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필수적’인 메이크업을 지우자

모리나 승인 2019.12.15 12:35 | 최종 수정 2019.12.15 13:34 의견 0
출처 : Pixabay /M Jurcevic

메이크업은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 요청을 하였다. 아내가 울고불고했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아내가 메이크업을 하고 이혼 수속을 하러 가자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남편은 메이크업을 하는 아내를 한참 기다렸다. 드디어 메이크업이 끝난 아내가 방에서 나오자, 남편은 몰라보게 아름다워진 아내를 보고 이혼을 단념하고 말았다.

과장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한국 사회에서는 그만큼 메이크업의 중요성이 내면화해 깊이 자리잡고 있다. 20대 30대 여성은 물론, 할머니부터 중학생까지 화장한 모습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메이크업이 보편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메이크업을 즐기는 건가? 물론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필수적이라고 대답할 뿐이다. 사람 간 만남에 예의상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념이고 면접 시험을 보거나 선을 보거나 할 때 추가적인 스펙이 되기 때문에 메이크업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이것을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상징은 자유와 평등이다. 여성들이 화장을 시작한 것은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었고 이는 아직까지 작용되고 있다. 물론 오늘날 같은 경우는 여성이 여성에게도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메이크업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여성들의 자유이며 개성을 내세우는 방식이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을 보면 이 두 가지가 얽혀서 모두 작용하고 통합적으로 ‘필수적’이라고 인식되어 있다. 그러면 메이크업이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인가? 스스로도 정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분위기의 흐름에 휩쓸려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대인의 맹목성이 어디 메이크업에만 있겠는가? 이러한 맹목성의 근본적인 심리는 아마도 ‘왕따’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모리나

어떤 학생들 회식에서 유명 교수의 TV방송 시간을 기다린다. 방송 시간이 되자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그 교수에게 존경의 시선을 주며 다 같이 열렬히 박수를 친다. 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이런 것도 있다. 단체 메신저 대화방(단톡방)에서 어떤 교수나 사장, 선배 등 권위가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씩 찬양하는 모습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찬사라기보다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느낌을 준다. 혹은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나만 안 하면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마지못해 한다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할수록 ‘나’라는 존재는 모호해지고 권위와 권력에 대한 숭배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맹목성과 피해 회피용 추종성은 습관처럼 점차 사람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스스로 성찰할 기회를 박탈하였다. 한 번이라도 용기를 내서 ‘No’라고 외쳐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한 번이라도 메이크업을 지우고 거울을 보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리나毛利娜(중국) /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박사과정(글로벌통상금융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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