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오의 '생활법률 산책' (6)위자료의 모든 것(상)

이상오 승인 2018.12.15 14:06 | 최종 수정 2019.02.08 17:53 의견 0
법무법인 '서면' 제공

‘위자료’라고 하면 무엇이 맨 먼저 떠오르는가요? 일반인이라면 대개 ‘이혼’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혼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가 큰 사건이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라도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 통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혼에 위자료가 따라 붙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이혼할 경우 반드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법에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위자료는 법률분쟁에서 훨씬 폭넓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민법전에 정확히 ‘위자료’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는 않으나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의 의미로 흔히 통용됩니다.

일반적으로 ‘손해’라고 하면 금전적인 손실을 생각하는데, 사람의 감정이 개입된 사건에서는 돈으로는 산정할 수 없는 정신적인 손해가 있을 것이라고 인정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금전으로 측량하여 간접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위자료의 근본적인 기능입니다.

정신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혼과 같은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사람의 신체손상과 관련된 모든 범죄사건, 교통사고나 산재사고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남으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명예를 훼손당했을 때, 학교 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을 때, 국가권력에 의해 피해를 당했을 때, 등. 사회생활의 모든 상황에서 거의 무한정에 가깝게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손해가 물질적인 손해보다 더 넓고 심각한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민법은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하는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1조)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자료 청구가 가능한 포괄적이고 확실한 법적 근거입니다. 법은 상식에 기반하고 있으나, 상식은 불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법은 시대의 변화를 그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보수적인 속성이 있어서, 법을 만들 때에는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하기보다는 일반론으로 접근합니다. 법조문에 법이 적용되는 사항들을 열거하면서도 흔히 맨 마지막에 ‘기타~~’라고 하는 이유도 법제정 당시 예상하지 못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서 해석의 여지를 충분히 남겨두기 위한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질수록 위자료에 대한 관념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신체에 손상을 입거나, 자유를 박탈당하거나 명예가 훼손된 경우와 같이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정신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특별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법원에서 인정된 특별한 위자료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반려동물이 사고를 당하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 "예스"

반려동물인구 천만시대라고 하는데, 그만큼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이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하는 경우는 당연히 반려동물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키우던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의 자동차에 치이거나 다른 개에게 물려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반려동물과 사람 간의 유대관계가 아무리 좋고 가족의 구성원으로 까지 대접받는다고 하더라도, 현행 우리 민법상 동물은 물건에 속합니다. 다른 사람 소유의 물건을 손상시키거나 못쓰게 했을 경우 통상 그 물건의 수리비나 교환가격을 배상하는 것으로 손해배상의무는 끝납니다.

자동차사고로 인한 차량 손해배상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차량이 폐차될 정도라고 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동일한 수준의 차량가격이 손해배상액의 한도가 됩니다. 차량손해를 배상받음으로서 정신적 고통도 없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정신적 손해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면 반려동물도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있을 것이므로 그 가격만큼만 배상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법원은 좀 다르게 봅니다.

키우던 애완견이 다른 큰 개에 물려 사망한 사안에 대해 법원은 ‘일반적으로 애완견을 소유하는 목적은 애완견과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누기 위함이고, 애완견은 보통 물건들과 달리 생명을 가진 동물인 점, 요즘 애완견을 단순한 동물을 넘어서 반려견으로까지 여기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애완견 주인이 가지는 정신적 고통의 손해는 그 애완견의 구매가 또는 시가 상당액을 배상받는 것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특별사정에 의한 손해이고, 가해자는 그러한 특별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사망한 애완견의 주인에게 개의 구입가격 외에 위자료를 별도로 인정하였습니다.

정신적 고통은 대부분 개인 간의 분쟁에서 문제가 되지만,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에서도 쟁점이 됩니다. 국가의 책임은 공무원의 행위에 따라 결정되므로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인해 정신적인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는 개인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

언론에도 보도된 사례인데,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경찰서 유치장 입감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으면서 여자경찰관의 요구로 브래지어를 탈의한 사안에 대해, 법원은 브래지어 탈의조치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하여 국가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겨나는 새로운 형태의 사건도 크고 작은 정신적인 손해를 야기합니다. 불순한 목적 하에 내밀한 사생활 영상을 SNS를 통해 유포하는 행위,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량에 위치 추적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유명연예인의 인터넷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영업에 이용하는 행위 같은 것들이 피해 당사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였다고 하여 위자료를 인정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과거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일들도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가 될 수 있고, 정신적 고통도 보편성을 넘어서 개인이 겪은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상처까지 고려할 정도로 세심한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가 불편하고 과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인권의식이 높아가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하)에서 계속

<법무법인 '서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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