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오의 '생활법률 산책' (7)위자료의 모든 것(하)

이상오 승인 2018.12.23 10:26 | 최종 수정 2019.02.08 17:50 의견 0
법무법인 '서명' 제공
법무법인 '서명' 제공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를 돈으로 환산한 것인데, 어떻게 보면 너무 속물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말로써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몇백, 몇천만 원의 돈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개입되면 말은 필요 없어지고 돈만 남습니다. 얼마를 받아야 상처 난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을까요.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겠지만 위자료액수는 분쟁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해서는, 법원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에 의하여 확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판사 마음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해서 판사가 터무니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법 감정과 그 시대상황에 크게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책임 정도까지 분별해서 결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에 관해서는 대표적인 기준이 하나 있는데, 교통사고와 같이 어떤 가해행위에 의해 사람이 사망을 했을 경우 위자료를 얼마나 인정하여야 하는가 입니다. 사람의 죽음보다 더 큰 정신적인 고통은 없을 것이므로 그 위자료 액수는 다른 정신적 손해의 위자료 액수를 정하는 데 어느 정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법률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각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아무런 잘못이 없고, 일반 성인의 경우 통상 1억 원 정도 선에서 위자료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금액도 고정된 것은 아니며 년령, 직업, 가족관계, 사고 경위 등 여러 요소들을 참작하며, 시간이 갈수록 추세적으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사안이라도 지역, 법원, 법관에 따라 인정하는 금액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정신적 피해를 더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안에 대해서는 법관의 재량에 따라 큰 폭으로 위자료를 올리기도 합니다.

사망 위자료를 정신적 손해의 최고 상한선으로 본다면, 신체손상으로 인한 위자료는 그 손상 정도에 따라 금액의 다소가 정해집니다. 예컨대, 사고로 발가락 하나가 못쓰게 된 사람보다 한쪽 눈이 실명된 사람에게 더 고액의 위자료가 책정되며, 사지가 마비되거나 식물인간이 된 경우에는 사망에 준하는 정도의 위자료가 책정됩니다. 노동능력을 어느 정도로 잃게 되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신체손상 없이 전적으로 정신적인 손해만 발생한 경우는 위자료 액수를 정하기가 모호합니다. 위자료를 청구하는 측에서도 얼마를 청구해야 할 지 기준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앞의 사례처럼 아끼던 반려동물이 사고로 사망했을 경우, 유대관계에 따라 가족이 사망한 충격에 비할 정도로 정신적 손해가 심한 경우도 있겠지만 법원이 인정하는 금액은 별로 크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 위자료를 30만~100만 원 정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유치장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받은 사건도 150만 원이 위자료로 인정되었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도 1,000만 원입니다. 생각 보다 별로 크지 않으며, 청구를 한 측에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는 이혼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합니다. 아내 측에 이혼의 책임이 있으면 아내가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합니다. 이혼을 하면 고액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배우자의 불륜이 문제가 돼서 가정이 파탄되어 이혼을 하는 전형적인 경우에 최근 기준으로 통상 3천만 원 내외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률적이지는 않으며 법관의 재량이 어느 정도 개입됩니다.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위자료 청구권이 무분별하게 행사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모든 금전 청구분쟁이 마찬가지지만 청구권자의 뜻대로 수용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우든 위자료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청구를 하는 측에서 정신적 손해를 입었음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이는 손해배상청구에서 가장 기본이면서 결정적인 과정입니다. 아무리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위자료를 청구하는 개인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위자료를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사고로 사망하였을 경우에 사망한 사람 본인도 사망 순간 정신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여 위자료가 인정되며, 그 위자료는 법정상속인들에게 상속이 됩니다. 그러면 유족들은 어느 범위까지 위자료가 인정될까요. 자녀(직계비속), 부모(직계존속), 배우자는 법 규정에 의해 당연히 위자료가 인정되지만 형제자매나 다른 친족들도 정신적 고통을 입증하면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경우는 좀 특별한 사례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남이나 다름없이 살면서 다른 사람과 동거를 하는 등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사람에게, 법률상 배우자의 사망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지 않기도 하고, 그 반대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아 온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게 위자료 지급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정신적 손해는 다분히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정신적 손해가 있었다는 증명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산적 손해가 없는 순수 위자료 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숨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공인의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데, 청구하는 금액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도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 평가하는데 있어서 지나치게 크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이례적으로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으나 사람의 사망 위자료액수가 1억 원 내외로 인정되는 것을 고려할 때, 명예훼손이나 모욕 같이 정신적 손해만 청구하는 사안에 대해 법원이 실제로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배(승소금액)보다 배꼽(소송비용)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적 손해는 신체적 고통에서 오는 괴로움, 심리적인 충격, 불안감이나 불쾌한 감정, 절망감, 우울증 등 모든 부정적 정서를 포괄합니다.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상처 난 마음이 돈으로 쉽게 치유될 수는 없겠지만, 개개인의 권리의식이 높아갈수록 정신적 손해에 대한 인식은 더 깊고 넓어질 것이고,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서면' 사무국장>(051-817-3810)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