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와 아인슈타인의 '제1원리에 도달하는 방법'

아리스토텔레스와 아인슈타인의 '제1원리에 도달하는 방법'

조송현 승인 2017.02.01 00:00 | 최종 수정 2018.07.21 21:14 의견 0
아리스토텔레스(왼쪽)와 아인슈타인. 두 사람은 제1원리(절대 가정)에 도달하는 방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아리스토텔레스(왼쪽)와 아인슈타인. 두 사람은 제1원리(절대 가정)에 도달하는 방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과학 방법론(scientific method, méthode scientifique)은 현상을 연구하고 새로운 지식 체계를 구축하거나 이전의 지식들을 모아 통합할 때 사용되는 기법을 말합니다. 경험과 측정에 근거한 증거를 사용하여 현상의 원리를 밝히는 과정인 것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과학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17세기 이후 자연과학에 의해 정형화된 계획적인 관찰, 가설, 실험, 일반화, 시험 및 가설의 변경 등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방법.’

과학적 방법 요소: 관찰, 가설, 실험, 일반화, 검증

다시 말하면 과학 방법론은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을 수립하고, 이 가설에 의한 예측이 들어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방법에 의해 설계된 실험은 실험자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같은 결과가 재현될 수 있도록 각 단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합니다. 또 실험을 통해 수립된 가설은 다시 독립적인 다수의 시험을 통해 시종일관 그 결과가 같음을 검증받아야 합니다.

과학 방법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 법칙을 포함하여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인(variable)들을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실험을 통해 그들 사이의 인과관계(causality)를 발견하거나 이를 통하여 얻어진 지식들을 축적하거나 대체하는 방법입니다.

과학 방법론이 확립되기 전까지 인류는 인과관계의 입증을 위해서 직관적 통찰, 개인의 경험, 옛 사람들의 지혜 등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단 과학적 방법이 발명되자, 인류가 옳다고 받아들였던 수많은 기존의 ‘상식’ 들이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결론 내려졌고 곧 극복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이지 과학자가 아니었습니다. 위의 과학 방법론의 핵심 요소 중 실험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이 같은 성격 규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할 당시에는 철학(자연철학)과 과학은 엄격하게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생한 자연을 실재로 간주하고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 자연의 현상을 일관된 체계로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같은 자세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철학자한테서 찾아볼 수 없는 점입니다.

자연의 관찰(귀납)을 통한 제1원리(가설)의 발견

아리스토텔레스가 과학 방법론에 기여한 것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이를 통한 전제의 발견(가설 설정)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역설했다는 점입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새로운 과학 이론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추론의 출발점인 전제(가설)의 발견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전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찰의 결과를 통해 어떤 결론을 추론하는 ‘귀납’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은 사물이 우리의 감각과 멀리 있을 때보다 가까이 있을 때 사물에 대한 좀 더 좋은 지식을 얻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의 정신은 관찰을 통해 얻은 특정 사물들에 대한 지식에서 보편적인 지식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개별적인 인간들을 먼저 관찰한 뒤에 인간에 대한 일반 관념을 형성합니다. 즉 인간의 정신은 귀납에 의해 전제를 형성한 뒤에 이 전제들을 연역적으로 또는 논증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역과 논증의 출발점이 되는 ‘제1 전제’의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성과 직관(연역)을 통한 제1원리 도달

우리는 제1원리(근본 전제)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제1원리를 관찰과 귀납으로부터 얻는다고 하였습니다. 즉, 어떤 사실들을 여러 번 관찰하면 그곳에 존재하는 보편자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1원리는 오늘날 수학에서 공리(axiom), 증명이 불가능한 준칙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관찰과 귀납으로 파악한 보편자, 즉 제1원리가 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제1원리는 논증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만일 모든 전제를 논증해야 한다면 이는 무한한 소급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제1원리에 선행하는 어떤 원리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가설적 방법' 개념도. 이론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단지 현상의 수집만(귀납)으로는 충분치 않고, 영감과 직감으로 가설을 세워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가설적 방법' 개념도. 이론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단지 현상의 수집만(귀납)으로는 충분치 않고, 영감과 직감으로 가설을 세워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지식이 다 논증될 수는 없다. 직접적인 전제에 대한 지식은 논증으로부터 독립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과학 지식은 과학적 결론과 동일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식에 의존합니다. 그러므로 과학 지식 이외에도 우리들이 정의를 명석하게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지식의 근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인슈타인의 차이점은? ... 가설(제1원리)에 대한 실험(검증)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제1전제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자연에 대한 관찰만을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훗날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발전시킨 ‘이성에 의한 직관’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이란 근본 전제들에 의존하며 그 근본 전제들은 지적 직관에 의해 도달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사물의 본성에 대한 근본 전제와 정의가 파악되면 논증적 추론 역시 가능해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근본 전제에 도달하기 위한 지적 직관’은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과학이론의 원리(공리, 가설)를 세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현대과학자 아인슈타인과의 차이점은 바로 직관이 참인지를 실험을 통해 검증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귀납에 의해(현상의 관찰을 통해), 혹은 직관에 의해 제1원리를 인식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 제1원리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귀납를 뛰어넘는 직관을 통해 가설(제1원리)을 세워 이론(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든 뒤 실험(일식 때 빛의 휨 현상)을 통해 그 가설을 증명했습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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