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박사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생태유아교육】 1.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④영유아기 교육의 우선순위

임지연 승인 2024.01.29 10:31 | 최종 수정 2024.03.19 12:1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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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살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아이들은 논다:뇌가 좋아하는놀이
5.아이들은 표현한다: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4. 영유아기 교육의 우선순위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불리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룬 시대지만, 아이를 낳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그냥 지나쳤던 본질에 눈을 돌리게 한다. 우리는 여전히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 우리가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 교육의 ‘본질’에 눈을 돌린다면 말이다. 영유아기 우리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교육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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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콘텐츠들이 참 많은 세상이다. 놀잇감, 교육용품에서부터 각종 센터나 학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클래스들이 뇌 발달, 창의력, 문해력, 탐구력 등 강조하는 분야도 제각각이다. 영유아기에 뇌 발달의 90%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사야 할 교육용품도, 시켜야 할 교육들도 늘어난다. 안 중요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불안하다.

불안할 때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도움되는 법이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순서를 매기고 중요한 것부터 하는 것이다. 영유아기 교육에 관여하고 있다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물어보길 바란다. 종이에 하나씩 적어보라. 모두 적고 나면 그중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5가지만 선택하라. 그리고 다시 2가지를 지우고,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만 남겨보라. 모든 것이 다 중요한 것 같아 선택이 어려운가? 그렇다면 당신의 교육에 대한 불안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영유아기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의 의미

매년 수많은 영유아를 만나고 길러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선생님들은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까? 그들은 아래의 6가지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본다. 의외로 간단하다.

1. 식사 때가 되면 허기를 느끼고 잘 먹나요?
2. 숙면을 취하고 기분 좋게 깨나요?
3. 하루 1~2번 변을 편안하게 보나요?
4. 걷는 것을 귀찮아하고 오래 걸으면 힘들어하나요?
5. 감기를 달고 살지는 않나요?
6. 짜증을 많이 내거나 지루해 하지 않나요?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누고, 잘 움직이고 있는지, 체력과 면역력이 갖춰져 있는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어려움이 없다면 그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당연하다 느껴질지 모른다. 교육은 조금 더 특별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영유아기 교육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아이의 심한 편식이나 변비보다 영어나 한글교육에 더 신경이 쓰인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누고 잘 움직이는 지극히 단순한 것들이 어려운 아이들은 정말 많다. 식사 때가 되어도 먹는 데 흥미가 없는 아이, 편식이 심한 아이, 잘 씹지 않는 아이, 잠이 덜 깬 채 등원해서 오전 내내 힘없이 처져있는 아이, 저녁에 잠을 잘 자지 않는 아이, 변비가 심해 3~4일에 1번씩 변을 보는 아이, 5분 이상 걸으려고 하지 않는 아이, 겨우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조금만 맘에 안 들면 짜증내거나 울고 친구와 다툼이 잦은 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영유아기에 교육이 집중해야 하는 지점이다.

영유아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3가지만 뽑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건강한 습관, 행복한 습관, 자율과 자립의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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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튼튼한 아이로 키워라

첫째, 영유아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다. 건강이 중요하지 않은 연령이 있겠냐만 영유아기에 특별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평생을 함께할 기본적인 체내 시스템이 이 시기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 긴 유년기를 거치면서 신체와 정신의 발달을 온전히 마무리한다.

영유아기 건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아이는 생체리듬을 형성하는 각종 생활습관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하루 세끼와 간식을 영양가 있는 것으로 먹는 습관, 매일 배변을 하는 습관, 깨어 있는 동안에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습관 등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이는 만 1세 전후로 걷기 시작해 만 5세에 걸쳐 보행에 필요한 근육과 정확한 자세를 습득해야 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아평발 문제도 결국 정확한 보행 자세를 습득하지 못한 결과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는 손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경험을 가져야 한다. 생활이 편리해지다 보니 아이들의 손이 무뎌지고 있다. 악력과 필압이 약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7살이 되어도 젓가락질도 운동화 끈을 묶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영유아기 정교한 손놀림은 뇌 발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손의 둔화는 온전한 뇌 발달을 저해시키는 것이다.

행복감을 아는 아이로 키워라

둘째, 행복감을 아는 아이로 길러야 한다. 어릴 때 있었던 일은 기억은 성인이 되고 나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릴 때 느꼈던 감정들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뇌 발달 측면에서 보면 영유아기는 정서의 뇌라고 불리는 기억과 감정에 관여하는 변연계가 발달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양육자와의 행복한 경험들,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들, 맛있는 간식을 먹고 또래와 즐겁게 놀았던 기억, 좋아하는 놀이에 몰입하는 경험, 스스로 했다는 만족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들...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감정들을 배우기 시작하는 영유아기에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뇌 깊숙이 기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듬뿍 사랑해 주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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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자립의 기초를 알려주어라

셋째, 영유아기는 자율과 자립의 기초를 배워야 한다. 자율(自律)은 스스로 살아갈 힘을, 자립(自立)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힘을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아이는 양육자와의 의존관계에서부터 일생을 시작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유아기는 혼자서 살아가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그 아이 수준에서 배워가야 한다.

하나둘씩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늘려나가야 한다. 놀았던 장난감을 정리하거나 옷을 입고 벗는 일, 만 1세 아이도 양말을 벗는 것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다. 내가 스스로 이룬 작은 성취감, 그 뿌듯함이 자율의 기초가 된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가족이나 또래와 같은 그룹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또래와 교류하고 공감하기, 갈등을 해결하고 협동하기, 규칙을 알고 따르기 등 자립은 경험 없이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최고’를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인간은 영유아기(0~7세)를 거쳐 아동기(8~12세), 청소년기(13~19세), 청년기(20~34세), 중장년기(25~64세), 노년기(65세 이상)를 거치며 평생을 살아간다. 영유아기는 70~80년간의 긴 인생에서 최초의 6년간에 불과하다. 한글을 익히고 영어를 배우는 일은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릴 때 마음껏 손발을 놀리지 않으면, 행복한 기분을 많이 느끼지 않으면 뇌의 뉴런들은 건강 회로, 행복 회로를 만들지 않는다.

좋은 것은 빠짐없이 모두 교육할 수 있다고, 우리 아이를 ‘최고’로 키워보자고 부추기는 사회이다. 애정 어린 교육열을 경쟁심으로 변질시키는 세상이다. 그러나 최고로 키우고자 하는 어른의 불안한 마음은 아이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영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을 정하고 그것에 집중한 교육은 아이를 ‘최고’로 키우지는 못할지라도 ‘부작용’이란 늪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이다.

영유아기(嬰幼兒期)는 태어나서 초등학교 입학 전인 만 6세까지를 일컫는다. 영유아는 영아와 유아로 구분되며 영아(嬰兒)는 만 2세까지(5세 미만)를, 유아(幼兒)는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8세 미만)를 일컫는다. 유치원은 유아가 다닌다고 하여 유아교육기관, 어린이집은 영아와 유아가 함께 다니므로 영유아교육기관이 된다.

임지연 박사

◇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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