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52 둥그스름 - 이경옥

손증호 승인 2024.02.21 10:34 의견 0

둥그스름

이경옥

당신이 눈 뜬 시각, 한잠에 빠져 있어
누가 업고 간데도 세상천지 모르는 나
일테면 당신은 아침형
나는 저녁형이지

성격과 습관 취향 심지어 식성까지
화성과 금성 같은 당신과 내가 만나
여태껏 아무 승산 없는
허튼 자존 겨뤘지만

어느 녘 결구마냥 길들이려다 길들여져
각끼리 부딪히고 부서지며 섞인 걸까
은연중 모서리 죄 닳아
닮아있는 둥그스름

아침형과 저녁형, 화성인과 금성인이 만나 ‘아무 승산 없는/허튼 자존 겨’루다가 ‘각끼리 부딪히고 부서지며’ 여태껏 살아왔군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때마다 위기감을 느끼며 얼마나 또 두려웠을까요?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제 파도에 깎인 몽돌처럼 ‘모서리 죄 닳아’ 둥그스름하게 익어가는 부부의 편안한 모습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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